“1920년부터 13년 가까이 지속된 미국의 금주령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미국의 와인문화를 짓밟았고, 미국은 느닷없이 독한 술에서 기쁨과 위안을 찾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금주령이 시행될 무렵, 캘리포니아에는 대략 70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었지만, 금주령이 끝날 무렵에는 불과 140개 정도만 남았다(나중에 다시 700개로 늘어나기까지 대략 70년이나 걸렸다).
애석하게도 금주령은 미국 와인양조의 정수를 말살했다. 한 세대의 와인생산자로부터 다시 다음 세대의 와인생산자에게 전수되는 축적된 지식과 기술, 전통 그리고 열정 말이다. 1960년대 중반에 마침내 와인산업이 재개되었을 때, 대부분의 와인생산자들에게는 역사적인 지식도, 믿고 의지할 만한 전통도 없었다. 심지어 로버트 몬다비와 갤로 형제(20세기 후반기의 가장 성공한 와인양조가 3인)조차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와인양조법을 배워야 했다.”
(출처_ <더 와인바이블>, 캐런 맥닐 저)
앞서 언급한대로, 1920년에 내려진 미국의 금주령은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선 캘리포니아 와인산업의 싹을 짓밟아버렸다. 미사주를 만드는 몇몇 와이너리를 제외하고는 줄줄이 도산했고 밀수업자들은 탐욕스럽게 배를 불려 나갔다. 오늘날 명성 높은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 중에는 이 때 몰락했다가 수십 년 후 새로운 주인을 만나 기사회생한 곳이 몇몇 있다. 이 글에서 살펴볼 마운트 피크(Mount Peak)도 그 중 하나다.
마운트 피크는, 높은 명성을 자랑했으나 금주령 이후 폐허가 되어버린 몬테 로쏘 포도원(Monte Rosso Vineyard)을 갤로(Gallo) 가문이 인수해서 복원한 와이너리다. 1886년에 세워진 몬테 로쏘 포도원은 포도밭에서 가져온 돌을 쌓아 만든 3층짜리 건물로, 중력을 활용해 포도와 와인을 이동시키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1886년 당시에는 어느 양조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다. 불행히도 금주령 이후 이 혁신적인 와이너리는 버려진 채 유령 와이너리가 되었고, 130년이 지난 후 미국 최대의 와인 기업을 소유한 갤로Gallo 가문이 인수하여 마운트 피크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명성을 다시 되찾았다.
마야카마스 산맥의 능선에 자리한 급격한 경사의 몬테 로쏘 포도밭은 아래로는 안개가 둘러싸고 있어 마치 하늘에 떠있는 섬처럼 보인다. ‘붉은 산’(monte rosso는 이탈리아어로 ‘붉은 산’이라는 뜻이다)이라는 이름 답게 포도밭의 토양은 철분 함량이 높은 붉은 화산성 토양으로 덮여 있다. 이곳은 현재 관개를 최소화한 드라이 파밍 기법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카베르네 소비뇽, 진판델 같은 품종이 주로 자란다.
국내에는 수입사 제이와인을 통해 마운트 피크에서 생산하는 세 가지 와인이 수입, 유통되고 있다. 마운트 피크 와인의 공통점은 세련되고 화려하며 선이 굵고 농축된 과일 풍미를 지녔다는 점이다. 각 와인의 특징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마운트 피크 그래비티
Mount Peak Gravity
빈티지: 2015
알코올 도수: 15.5%
용량: 750ml
품종: 쁘띠 쉬라57%, 산지오베제15%, 진판델15%, 까베네 쇼비뇽7%, 그르나슈 6%
그래비티는 몬테 로쏘 포도밭 중 발길이 쉽게 닿지 못할 정도로 급격한 경사를 이루는 구획의 이름이다. ‘마운트 피크 그래비티’는 강건하고 풍부한 타닌의 풀바디 레드 와인이다. 또한 짙은 블랙베리와 블랙 체리, 블랙 트러플 향과 화이트 초콜릿 향이 더해져 풍부한 아로마를 드러낸다. 여기에 그을려진 오크, 향신료 향이 은은하게 겹치며 복합미를 더한다. 참고로, 2014 빈티지의 그래비티 와인은 The Wine Advocate에서 95점, Cellar Tracker에서 92점을 받았다. 2016 빈티지는 Wine Enthusiast에서 92점을 획득했다.
마운트 피크 래틀스네이크
Mount Peak Rattlesnake
빈티지: 2015
알코올 도수: 15.5%
용량: 750ml
품종: 진판델
몬테 로쏘 포도원의 래틀스네이크 언덕(rattlesnake는 방울뱀을 뜻한다.)에서 자란 진판델로 만든 와인이다. 이 와인은 블랙베리, 블랙체리 등의 과실향이 허브, 후추, 감초 등의 향신료와 조화를 이루며 풍부한 아로마를 드러낸다. 농도 짙은 과일 풍미와 적당한 산도를 지닌 ‘마운트 피크 래틀스네이크’는 클래식한 진판델 와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참고로, 2014 빈티지의 래틀 스네이크는 The Wine Advocate으로부터 92점을, 2016 빈티지는 Wine Spectator로부터 91점을 획득했다.
마운트 피크 센티넬
Mount Peak Sentinel
빈티지: 2016
알코올 도수: 15.5%
용량: 750ml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센티넬은 방패 모양으로 생긴 포도밭 입구 특정 구획의 이름이다. 이 구획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마운트 피크 센티넬’ 와인을 만든다. 이 와인은 파워풀하고 구조감이 단단한 풀바디 레드 와인이다. 또한 블랙베리, 자두 등의 과실향이 풍성하게 드러나고 담뱃잎, 오크, 바닐라 아로마가 더해져 복합미를 뽐낸다. 2016 빈티지의 센티넬은 Wine Advocate에서 93점을, 2015 빈티지는 Cellar Tracker로부터 93점을 받았다.
수입) 제이와인 (02-419-7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