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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막연한 독일 와인에 대한 편견을 뒤집다

독일 와인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와인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이 화이트 와인 품종인 리슬링으로 만드는 와인으로 대부분 태어나 처음 입에 댔던 와인도 독일의 화이트 와인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단지 ‘독일 와인은 너무 달다’ 라는 것 때문에 레드 와인, 심지어 다른 화이트 와인보다 저평가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53차 와인 아카데미에서는 수입사 한독와인의 도움으로 독일의 Mosel-Saar-Ruwer 에서 뛰어난 와이너리로 성장한 마커스 몰리터(Markus Molitor) 와인을 시음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별히 마커스 몰리터 와이너리의 세일즈 매니저인 Anna E. Thoma씨를 방문해 모젤-자르-루버 지역의 와인과 마커스 몰리터 와인에 관해 이해를 도왔다. 이 Anna Thoma씨는 단순한 와인 세일즈 매니저가 아니라 양조학 전공자이며 마커스 몰리터와 함께 와인 메이킹에도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와인 제조에 관한 많은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줄 수 있었다.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인 마커스 몰리터씨는 안 왔냐 하는 질문에 몰리터씨는 와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여행을 다니기 힘들다란 답에 새삼 당연함을 느꼈다.

모젤-자르-루버지역은 벨기에, 룩셈부르크 그리고 프랑스와 인접해 있고 라인강으로 흘러가는 모젤강과 그 지류인 자르강과 루버강 유역이다. 대부분 리슬링을 생산하고 있는데 총 생산면적은11,000ha(36,300,000평) 정도가 된다. 이 지역의 기후는 서늘해서 포도가 서서히 익는다. 그래서 좀더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마커스 몰리터는 가족 와이너리인 몰리터 가문의 8대 손으로 1984년에 부친으로부터 에스테이트를 물려받았을 때, 20세 청년에 불과했다. 약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3ha 였던 포도밭을 38ha로 확대시켰다. 와인 양조가로 훈련 받았던 마커스 몰리터는 포도밭과 셀러 모두를 책임지고 있으며 나머지 가족들 또한 각자 판매와 관리 운영 등을 나눠서 맡고 있다.

마커스 몰리터의 포도밭 80% 이상이 남향을 바라보는 매우 가파른 언덕에 위치하여 포도나무 생육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췄다. 4.5 ha의 포도밭이 자르 지역에 위치해 모젤 강 중반 유역의 가장 큰 와이너리로 세가지 품종을 집중해서 재배하는데 리슬링이 95%, 슈페트부르군더(피노 누아)가 3%, 바이써부르군더(피노 블랑)가 2%를 차치한다. 빈티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해마다 생산량은 20만병에서 30만병으로 늘어가고 있으며 그 중 90%는 750ml이다.

마커스 몰리터 와인이 독일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까다롭고도 정밀한 와인 제조에서 찾을 수 있다. 첫번째로 수확이 매우 늦다. 알다시피 수확이 늦어지면 포도의 당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드라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마커스 몰리터는 껍질째 오랫동안 침용을 하고 서서히 발효시킨다. 오로지 자연적인 이스트만을 사용하는데, 50%는 오크통에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시킨다. 발효가 끝나면 찌꺼기와 함께 놔두는데, 병입까지 1년 정도가 걸린다. 찌꺼기와 오래 두게 되면 여러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와인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단맛은 적으며 매우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는 시음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마커스 몰리터는 언제나 늦게 수확을 함으로써 2002년 같이 어려운 해에도 상당히 우수한 품질의 디저트 와인인 아우스레제, 베렌아우스레제, 트로켄 베렌아우스레제를 생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맛의 스펙트럼 또한 다양한 것도 특징이다. 음식과 와인에 대한 전문지인 독일의 "Gault Millau Wine Guide"에서 1999년에 리슬링 스타(Rising Star)로 뽑히면서 리슬링 와인이 뛰어난 와이너리로 자리잡았다. 디켄터와 와인 스펙테이터 등 세계 유명한 와인 전문지에서도 평가가 높다.

독일에서도 비교적 젊은 세대에 속하기 때문인지, 마커스 몰리터의 와인들은 전통에 따르기 보다 실험적인 면이 엿보였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슈페트부르군더로 만든 레드 와인과 매우 드라이한 리슬링 와인, 독특한 맛의 바이써부르군더(피노 블랑) 와인을 선보임으로써 다양한 독일 와인의 단면을 드러났다. 단순히 ‘독일와인은 달다’란 선입견에 맛서 바꾸게 할 수 있는 와인으로 마커스 몰리터 와인은 충분하다. 정말 세계가 넓은 만큼 와인의 세계 또한 넓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음와인 소개

1. Gutsriesling Trocken 2004 (구츠리슬링 트로켄 2004)

첫 느낌이 매우 신선했다. 보당을 전혀 하지 않은 와인으로 산도도 강하고 미네랄과 과실의 향이 풍부하게 다가왔다. 매일 마시기 전혀 부담 없고 드라이 와인의 교과서 같다.

2. Riesling Auslese Trocken 2001
(리슬링 아우스레제 트로켄 2001)

아우스레제 와인이지만 단 느낌이 거의 없다. 오히려 드라이하고 살구 등 과일과 미네랄 등이 잘 어울려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 허브를 곁들인 닭고기나 돼지고기 요리와 잘 어울릴 듯.

3. Weisserburgunder Trocken 2003
(바이써부르군더 트로켄 2003)

개인적으로 드라이 와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와인이다. 피노 블랑으로 알려진 이 품종은 리슬링보다 산도가 낮고 프랑스 오크 통에서 잘 어우러져 약간 구운향과 밤을 재운 꿀맛을 느낄 수 있다.

4. Trabacher Spaetburgunder Trocken 2003
(트라바허 슈패트부르군더 트로켄 2003)

피노 누아로 알려진 슈패트부르군더로 만드는 레드 와인. 자갈이 많이 섞인 토양에서 자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잔당이 없도록 건조 시키며 만들어서 인지, 독일 레드 와인 특유의 달콤함은 느낄 수 없었다. 과일향과 정제된 타닌이 매력적이며 가볍게 마시기에 적합하다.


5. Braunerberger Spaetburgunder Trocken 2003

(브라우네베르거 슈패트부르군더 트로켄 2003)

전에 마신 슈패트부르군더보다 훨씬 진한 향과 부드러운 텍스춰를 느낄 수 있었다. 약간 씁쓸한 다크 초콜릿의 맛과 토스트향, 자연적인 광물의 향 또한 느껴져 많은 시음자들이 만족스러워 했다.


6. Riesling Auslese Feinherb 2004

(리슬링 아우스레제 파인헤브 2004)

마커스 몰리터를 ‘리슬링의 스타’로 만든 바로 그 와인이다.
Feinherb는 잔당 함유가 24~30g 정도가 되는 미디엄 스위트
(Medium-Sweet) 와인에 표기하는 용어로 보통 잔당 함유가
18g 미만인와인에 트로켄(영어로 Dry란 뜻)이란 용어를 쓸 수 있다.
향기로운 꽃과 과일향이 서로 어우러져 매우 달콤하게 다가온다.
상쾌한 산도와 매끄러운 당도가 균형을 이뤄 놀라움을 자아낸다.

7. Riesling Beerenuslese 1990
(리슬링 베렌아우스레제 1990)

100년 이상의 포도나무로 한번도 접지하지 않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스위트 와인으로 매우 복합적이고 맛의 스펙트럼이 매우 화려했다. 진한 노란 빛깔에 유질이 강하고 산도가 생생하게 살아있어 꿀같이 단 맛만 도드라지지 않아 매력적이었다. 음식과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특히 향신료가 강한 요리와 매칭해도 좋을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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