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게 언덕에서는 아로마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다. 버섯, 헤이즐넛, 커피 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와인이 그렇다.”
_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조 바스티아니치 저>

 


송로버섯을 얇게 저며 얹은 파스타와 바롤로 와인.  이 둘의 조합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몇 안되는 천상계 페어링 중 하나다. 체리, 향신료, 바이올렛 향이 물씬 나는 파워풀한 바롤로 와인과 야성적인 풍미의 송로버섯은, 서로 묘하게 어울리며 관능적인 느낌마저 풍긴다. 이 둘은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최고급 특산품이며 생산량이 희소하고 값이 비싸다. 하지만 와인과 음식을 사랑하는 미식가의 지갑을 열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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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넓은 지역으로 이름에는 ‘산기슭’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름이 암시하듯 피에몬테 지역은 산과 기복을 이루는 구릉이 많다. 피에몬테에서 가장 좋은 포도밭은 대부분 알프스 산맥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따뜻한 지역에 있다.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는 피에몬테 남동쪽의 랑게 언덕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네비올로 품종으로 와인수집가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고급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와인 이름과 마을 이름이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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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올로(Nebbiolo)는 이탈리아의 귀족 품종이라고도 불린다. 이름은 ‘안개(이탈리아어로 nebbia)’에서 유래했는데, 피에몬테의 수확기 무렵 서늘한 날 아침에 안개가 포도밭을 뒤덮곤 한다. 네비올로는 찌를 듯한 타닌, 진하고 농밀하면서 높은 산도, 조화로운 알코올, 풍부한 과일 풍미가 특징이다. 와인전문가들이 네비올로를 묘사할 때 좋아하는 표현가운데 하나가 타르이며, 그 밖에 감초, 제비꽃, 초콜릿, 자두, 무화과 등이 있다. 단, 네비올로가 훌륭한 부케를 표현해 내기까지는 병 속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한다.


같은 품종으로 만들지만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각각 ‘왕’과 ‘여왕’으로 불리며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낸다. 지리적 위치에 따른 포도재배환경이 다르기 때문인데, 바롤로 DOCG의 포도원들은 타나로 강 동쪽 구불구불한 산등성이에 늘어서 있다. 경사가 다소 가파르고 서늘한 이곳의 와인은 상대적으로 강건하고 견고하며 남성적이다. 한편, 바르바레스코에서는 바롤로보다 포도가 먼저 익고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 좀더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을 만든다. 덕분에 숙성 초기에도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에 비해 마시기가 좀더 편하다. 생산량은 바롤로의 절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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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벨 꼴레 바롤로 몽빌리에로 Bel Colle Barolo Monvigliero’와 ‘벨 꼴레 바롤로 리제르바 10주년 Bel Colle Barolo Riserva 10 Anni’. ‘아름다운 언덕’이란 이름의 벨 꼴레 와이너리는 몽빌리에로 포도밭이 자리한 베르두노 마을에 위치해 있다. 1974년에 Pontiglione 형제가 설립했으며 2015년에 Bosio 가문이 인수했다. 와이너리를 매도할 당시 Pontiglione 형제는, 와이너리의 전통과 양조철학이 온전히 이어질 수 있도록 피에몬테의 와인생산자 가문에게만 와이너리 인수를 허락했고, 피에몬테에서 4대째 와인을 만들어 온 Bosio 가문이 합격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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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꼴레 와이너리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은 와인메이커 Luca Bosio다(위 사진). 전문적인 양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Bosio 가문의 가업을 잇고 있는 그는, 30대를 갓 넘긴 젊은 와인메이커답게 친환경 농법 도입에 적극적이며, 천연 효모를 사용하고 화학 첨가물 사용을 줄이는 등 양조 과정에서도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며 진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피에몬테 와인 양조의 오랜 전통과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자긍심은 그 어느 와인생산자 못지 않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의 양조 방식은 전통이냐 혁신이냐, 국제적이냐 지역적이냐로 단순히 구분할 수 없다. 단지, 포도가 자라는 포도밭의 특성을 존중하는 양조 방식을 따를 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Luca는 몽빌리에로 바롤로를 한마디로 “우아한 바롤로의 전형”이라고 요약한다. 석회와 진흙이 적당히 섞인 남서향의 몽빌리에로 포도밭은 베르두노 마을을 넘어 바롤로 전체에서 그랑 크뤼급 포도밭으로 인정받는다. 평균 수령 25년의 포도나무는 향긋하고 섬세한 풍미를 지닌 포도 열매를 맺고, 와인은 조화로운 보디감과 부드러운 타닌 그리고 15년은 거뜬한 대단한 숙성력을 자랑한다. (지금 바로 마시려면 디캔팅한 후 4시간 정도 산소와 접촉시킬 것을 권한다) 아래는 ‘벨 꼴레 몽빌리에로 바롤로’의 수상 내역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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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을 기념하거나 축하할 만한 와인을 찾을 때 이만한 와인이 있을까. ‘벨 꼴레 바롤로 리제르바 10주년’ 와인은 Luca가 그의 아내를 위해 만든 와인으로 그들의 결혼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 몽빌리에로와 보스카토 포도밭의 포도를 별도로 양조하여 4년간 오크통에서 숙성한 후 절반씩 블렌딩해서 만들었다. 특정한 단일 포도밭의 포도만 사용해서 만든, 소위 ‘싱글 빈야드 와인’이 트렌디한 것이 사실이지만, Luca는 “몇 군데 고급 포도밭의 포도들을 선별, 블렌딩해서 만든 와인이 싱글 빈야드 와인보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줄 때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 와인은 야생 베리, 시가, 버섯, 장미를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아로마가 그윽하게 피어오르며 벨벳처럼 부드럽고 촘촘한 타닌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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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벨 꼴레의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살펴볼 차례다. 앞서 언급했듯이 바르바레스코의 생산량은 바롤로에 비해 매우 적다. 특히 빠요레 포도밭의 바르바레스코라면 더욱 그런데, Luca는 “셀러에 빠요레 바르바레스코 와인이 있다면 건드리지 말 것”을 조언한다. 빠요레는 바르바레스코 DOCG의 최고급 크뤼 중 한곳인 트레이소(Treiso) 지구에 자리하고 있다. 1967년에 최초의 ‘싱글 빈야드’ 와인을 선보이며 와인애호가들을 놀라게 한 컬트 와인의 전설 Giovanni Moresco 덕분에 명성을 얻었다. 해발 고도 230~300미터, 남서향의 빠요레 포도밭은 점토와 석회가 섞여 있어 네비올로가 자라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한다. Luca는 2015년에 구입한 1헥타르의 빠요레 포도밭에서 ‘벨 꼴레 바르바레스코 빠요레’를 만들고 있다(위 사진). 꽃, 과일 향이 풍성하게 드러나며 향신료와 커피 향이 은은하게 이어지는 이 와인은 산도가 높고 타닌의 구조감이 뛰어나 십 수년 후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하지만 워낙 우아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졌기에 지금 마시기에도 손색이 없다. (아래는 수상 내역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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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로 높아진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보자. 피에몬테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맛깔난 풍미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바르베라(Barbera) 품종의 레드 와인도 생산된다. 저녁 시간 즈음 피에몬테의 어느 레스토랑이든, 거의 모든 테이블에 바르베라가 한 병씩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르베라는 피에몬테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재배되는 품종으로, 와인은 진한 루비 빛을 띠고 체리 향이 나며 과즙이 많고 산도가 높아서 음식에 곁들였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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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베라 산지 중 알바와 아스티 마을의 와인이 특히 주목할 만한데, 벨 꼴레 와이너리에서는 ‘벨 꼴레 바르베라 다스티 슈페리오레 누완다 Bel Colle Barbera d’Asti Superiore Nuwanda’와 ‘벨 꼴레 바르베라 달바 슈페리오레 르 마쉐 Bel Colle Barbera d’Alba Superiore Le Masche’의 두 가지 와인을 생산한다(위 사진). ‘누완다 (Nuwanda)’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이름인데(찰리 달튼의 대사 "From now on, call me Nuwanda" 중), 강인함의 상징으로 번개 문양을 몸에 새긴 미국 인디언 수장의 이름이다. ‘마쉐(Masche)’는 피에몬테의 전래 동화에 등장하는 마녀를 뜻하는데, 마법을 부린 듯 황홀하고 다채로운 와인의 풍미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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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꼴레 와이너리에서는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한다. 먼저 ‘벨 꼴레 랑게 파보리타 Bel Colle Langhe Favorita‘는 파보리타 라는 품종으로 만든 라이트한 보디의 화이트 와인이다(위 사진). 병충해에 내성이 강한 파보리타는 과거에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종종 블렌딩되었지만, 벨 꼴레 와이너리는 파보리타만을 사용해 데일리 와인으로 손색없는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옅은 볏짚색을 띄며 감귤류, 자몽의 신선한 향과 청량한 산도로 입맛을 돋우는 이 와인은 식전주로 마시기에 좋고 해산물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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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는 비교적 시원한 대륙성 기후여서 좋은 품질의 드라이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곳이다. 대부분 (샴페인처럼) 피노 누아나 샤르도네를 사용한다. 석회석이 풍부한 토질과 랑게 언덕 고지대라는 조건 때문에, 많은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생산자들이 드라이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 위해 샤르도네를 재배했다. 벨 꼴레 와이너리 또한 이 두 품종으로 샴페인 양조 방식을 따라 ‘벨 꼴레 알타 랑가 뀌베 발렌티나 Bel Colle Alta Langa Cuvee Valentina’와 ‘벨 꼴레 알타 랑가 뀌베 발렌티나 엑스트라 브뤼 Bel Colle Alta Langa Cuvee Valentina Extra Brut’를 생산한다(위 사진). 감귤류와 사과, 브리오슈, 꿀, 견과류를 연상시키는 복합적인 풍미와 크림처럼 풍부하고 섬세한 기포가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이 두 스파클링 와인은 식전주로 마시기에 좋으며 파스타나 치즈 플레이트 등 간단한 요리나 안주에 곁들여도 좋다.

 


수입 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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