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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뇽 블랑을 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는 이유는 신선하고 청량한 특성 때문이다. 생기 넘치고, 와인에 따라 날카롭기까지 한 산미는 지긋지긋한 봄철 황사와 장마철의 꿉꿉한 느낌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소비뇽 블랑(이하 소비뇽)의 명랑한 스타일은, 저온 발효와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등을 적극 수용하는 현대 와인 양조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었다. 

 


“디디에 다그노는 우리 세대의 위대한 와인 메이커 중 한 명이다”

– 드니 뒤보르디유 Denis Dubourdieu

 


1980년대 즈음, 대세에서 벗어나 오크통을 사용하는 소수의 급진적인 생산자들이 등장했다. 이들 중 가장 선두에서 빛나는 인물은 ‘푸이 퓌메 Pouilly Fumé의 야생마’로 불렸던 디디에 다그노 Didier Dagueneau이다. 그는 와인을 발효하고 숙성할 때 오크통을 사용해서 파란을 일으켰다. 그렇게 만든 와인은 전통적인 루아르 소비뇽의 맛과 딴판이었다. 풍성하고 복합적인 향과 진하고 장기 숙성형 타입인 이 와인이 소비뇽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와인에 반했고 이 지역의 평균을 넘어선 가격에도 와인을 구하려 했다. 


1982년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디디에는 ‘세계 최고의 소비뇽’을 만들고자 했다. 상세르와 푸이 퓌메의 토양엔 석회암과 부싯돌 silex이 섞여 있다. 이 토양의 영향으로 와인에 부싯돌 혹은 연기의 향이 베어 든다고 한다. 그는 이런 테루아의 특징에 포커스를 맞췄다. 독특한 테루아와 완벽하게 결합한 소비뇽이야말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12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유기농법과 비오디나믹농법을 이용해 포도를 재배했다. 극단적인 가지치기와 포도송이 솎아내기를 통해 지역 내 가장 낮은 수확량을 유지했고 오크통 또한 자신만의 엄격한 기준으로 선택했다. 완벽주의자인 그는 오크의 크기와 모양, 새 오크와 중고 오크의 사용 비율 등이 소비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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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푸이 퓌메 중 쀠흐 쌍 Pur Sang(위 좌측 사진)과 실렉스 Silex(위 우측 사진)는 그의 목표였던 ‘세계 최고의 소비뇽 블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쀠흐 쌍이 엄청난 파워와 농도 및 깊이”를 지녔고 실렉스는 “지금까지 마셔본 최고의 푸이 퓌메로 감각적인 쾌락과 함께 지적인 충만함을 준다.”고 호평한 바 있다. 


2000년에 디디에는 평소 존경하던 에드문드 바탕 Edmund Vatan에게서 영감을 받아 상세르 Sancerre에 0.5헥타르의 포도밭을 매입했고 2007 빈티지부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샤비뇰 Chavignol에 위치한 포도밭(레 몽 담네 Les Monts Damnés)인데 석회암 토양의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의 와인은 연기 성분이 많이 나고 병 숙성을 통해 더욱 발전한다. 


안타깝게도 디디에는 2008년 경비행기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거침없는 행동과 언행 때문에 자주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가 전통의 지혜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와인을 만들며 푸이 퓌메의 품질 향상에 이바지했다는 사실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현재 그의 아들인 루이 벤자민 Louis-Benjamin이 대를 이어 디디에 다그노의 명성과 철학을 잇고 있다. 


현재 수입사 비노쿠스가 국내 유통 중인 디디에 다그노의 와인은 푸이 퓌메 4가지, 상세르, 쥐랑송 2가지 총 7개 와인들이다: Fume de Pouilly, Buisson Renard, Pur Sang, Silex, Le Mont Damne, Jurancon les Jardins de Babylon, Jurancon les Jardins de Babylone 

 

 

 

"상세르의 라이징 스타"

도멘 클로드 히포 Claude Riffault 


도멘 클로드 히포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들이 있다. 현재 도멘의 소유주이자 양조가인 스테판 히포 Stéphane Riffault가 젊은 30대란 점과 부르고뉴에서의 와인경력이 그것이다. 부르고뉴 본에서 와인 공부를 했던 스테판은 생 토방 Saint Aubin의 유명한 도멘 위베르 라미 Domaine Hubert Lamy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래서 그의 와인뿐만 아니라 포도밭에서도 부르고뉴의 영향을 받았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클로드 히포의 상세르 포도밭은 13.5헥타르에 불과하다. 전체 아펠라시옹의 1/40 밖에 되지 않지만 테루아를 충실하게 이끌어 낸 훌륭한 와인 생산자라는 평을 받는다. 미국 와인 평론가 조엘 페인 Josel Payne은 “스테판 히포는 그 동안 소비자들이 저평가했던 상세르를 부르고뉴의 본 Beaune 혹은 샤비뇰 Chavignol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고 극찬했다.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보킷 Wine Advocate에서는 “클로드 히포는 쉬리-엉-보 Sury-en-Vaux라는 작은 마을을 상세르 아펠라시옹에서 5대 혹은 6대 중요 마을로 만들고 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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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색을 띤 테흐 블랑슈(좌), 부싯돌이 많이 섞인 토양(우)>   @vins-centre-loire.com

 

 

클로드 히포는 상세르의 작은 마을, 쉬리-엉-보를 중심으로 4개 마을의 6개 리유-디 Lieu-dit에서 33개의 구획으로 테루아를 구분했다. 각 테루아의 특징을 담기 위해 포도 재배와 수확, 양조 모두 33개 구획별로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대부분 포도밭은 남향이고 부드러운 석회암질 토양인 테흐 블랑슈 Terres Blanches(위 좌측 사진) 위에 조성되어 있다. 일부 구획은 자갈과 부싯돌 Silex(위 우측 사진) 토양으로 이뤄져 있다.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인공적인 성분의 그 무엇도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 2017년부터 에코서트 ECOCERT 인증과 비오디나믹 인증을 모두 받아 신뢰를 쌓았다. 100% 손 수확이 기본이며 스테판 히포가 선별과 압착을 전담하고 그의 아내인 베네딕트는 수확 팀을 이끈다. 알코올 발효는 오크통과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하며 빈티지와 테루아에 따라 사용 비율을 조정한다. 숙성할 땐 쉬르 리 sur lie 방식을 선호해서 과도한 산화와 아로마의 손실, 지나친 오크 풍미를 막고 미네랄리티와 파삭한 질감이 잘 살아 있는 와인으로 만든다. 


디디에 다그노와 스테판 히포, 모두 상세르와 푸이 퓌메의 테루아에 집중하며 연기, 부싯돌, 미네랄리티 등 잘 드러나지 않았던 소비뇽의 개성을 돋보이게 했다. 또한 테루아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포도 재배, 양조를 통해 상세르 소비뇽의 새로운 원형을 발견했다. 디디에 다그노가 프리미엄 상세르 와인의 시대를 열었다면 스테판 히포는 그 시대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현재 수입사 비노쿠스가 국내 유통 중인 클로드 히포의 와인은 총 3개의 소비뇽 와인들이다: Les Boucauds, Les Chasseignes, Les Denisot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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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르 르 몽 담네

Sancerre Le Mont Damne 


생산지: 프랑스 > 루아르 > 상세르
품종: 소비뇽 블랑 


디디에 다그노의 유일한 상세르 와인이다. 앞서 언급한 석회암질 테루아 덕분에 정평이 났던 샤비뇰의 포도밭이다. 야생 효모로 나무통에서 알코올 발효를 한다. 12개월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하는데 새 오크의 사용 비율은 1/4 정도다. 라임, 청사과, 복숭아, 멜론, 리치, 자몽 등 과일의 향과 아스파라거스, 젖은 돌, 슬레이트, 연기의 향도 느껴진다. 산미는 꽤 강한 편이며 미네랄 느낌은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복잡미묘한 맛과 길게 이어지는 여운에 감탄하게 된다. 빈티지에서 12-15년까지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샐러드, 돼지고기, 새우 구이 같은 해산물 요리도 잘 어울리지만 와인에 집중하고 싶다면 간단하게 염소 치즈도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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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부코

Les Boucauds


생산지: 프랑스 > 루아르 > 상세르
품종: 소비뇽 블랑 
빈티지: 2018

 

끌로드 히포 와인 라인업에서 인기 높은 와인이다. 레 부코 포도밭은 테흐 드 블랑슈 토양과 이회토로 구성되어 있다. 포도나무의 수령은 10-50년 사이다. 손으로 수확하며 섬세하고 신중하게 포도송이를 선별한다. 알코올 발효는 88%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이뤄지며 12% 오크 통에서 한다. 8개월동안 침전물과 함께 숙성을 거친 뒤 봄에 병입한다. 연간 평균 28,000병을 생산한다. 최근 영국의 와인전문지, 디켄터에서 우수한 루아르의 소비뇽으로 뽑혀 높은 점수(95점)를 받았다. 레몬, 복숭아, 청사과 등 과일과 서양 자두의 풍미가 주로 느껴진다. 풍부한 과즙과 미네랄 느낌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강한 산미가 더해져 신선함이 극대화된다. 반면에 목 넘김은 부드럽고 여운은 길게 이어진다. 와인만 즐기기 좋으며 갑각류나 생선 등 가벼운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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