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와인수입사 나라셀라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나라셀라의 `나파 어벤져스` 광고가 매일경제 광고대상 잡지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해당 광고에 등장하는 와인은 스택스 립 와인 셀라 Stag's Leap Wine Cellars, 케이머스 Caymus, 덕혼 Duckhorn, 다나 이스테이트 Dana Estates, 그르기치 힐스 Grgich Hills Estate, 샤또 몬텔레나 Chateau Montelena, 하이츠 셀라 Heitz Cellar. 쉐이퍼 빈야드 Shafer Vineyards의 여덟 개 와인이다. 이들 이름만 보더라도, 나라셀라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우수한 와인 브랜드를 대거 수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나라셀라는 나파 와인 전문 수입사로써 명성이 높다.
<하이츠 와인 셀라>
이 글에서 소개할 와인은 하이츠 Heitz다. 하이츠 와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치 계곡의 바위 사이로 흐르는 맑고 투명한 물과 같다. 혹은 깊은 산속의 공기처럼 깨끗하고 정갈하다. 하이츠의 와인은 “나 여기 있소!” 하고 육중한 체구를 들이미는 여타의 카버네 소비뇽과는 궤를 달리 한다.
최근 시음한 ‘하이츠 나파밸리 카버네 소비뇽’(2014, 1997 빈티지)도 그랬다. 2014 빈티지는 선명한 과일 풍미가 기분 좋게 드러나고, 매끄러운 타닌이 부드럽게 혀를 적시며 넘어갔다.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균형이 잘 잡힌 와인이었다. 누가 마셔도 맛있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 같은 유연함도 돋보였다. 한편, 1997 빈티지는 20여 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생기 있는 과일 풍미와 산도가 느껴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이츠 카버네 소비뇽의 숙성력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안타깝지만 1997빈티지는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지 않다.
<나파 밸리의 새벽녘 안개는 토양에 수분을 제공하고 뜨거운 태양열로부터 포도를 보호한다. 이 역시 포도의 산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이츠가 이러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비결은 와인의 산도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츠에서 와인 양조의 핵심은 와인의 산도를 다루는 데에 있다. 산도가 높을 때 포도를 수확하고 젖산발효(사과산을 젖산으로 변환시키는 양조과정)를 생략함으로써 와인의 높은 산도를 자연스레 유지하는 것이다. 산도가 높으면 신선한 과일 풍미가 오래 보존되고 와인의 생존 능력과 숙성 능력이 향상된다.
<위 사진은 하이츠 와인 셀라의 설립자, 조 하이츠다. 한때 수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와인에 푹 빠진 이후 와인 양조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뭐니뭐니 해도 하이츠의 명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와인은 하이츠가 독점 소유한 세 군데 포도밭에서 생산된, 일명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 와인들이다. 이들 포도밭은 각각 마르타스 빈야드(Martha’s Vineyard), 트레일 사이드 빈야드(Trailside Vineyard), 린다 폴즈 빈야드(Linda Falls Vineyard)라 불리며 와인의 레이블에도 표기된다.
참고로, 1966년에 출시된 ‘하이츠 마르타스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은 나파 밸리 최초로 특정 포도밭의 이름을 레이블에 명기한 와인으로 기록된다. “나파 밸리 최초의 싱글 빈야드 와인”으로 1976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기의 와인 대결 ‘파리의 심판’에도 출품되었다. 현재 국내에는 2013 빈티지가 유통 중이며,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과 온화하면서도 농도 짙은 풍미, 단단한 구조감과 높은 산도를 갖추었다. 셀러에서 긴 수명이 보장되는, 소장 가치가 매우 높은 와인이다.
<하이츠는 마르타스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진 않지만 이곳에서 포도를 공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와인생산자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진 않지만, 트레일 사이드 빈야드와 린다 폴즈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도 하이츠의 유려한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일조량이 다소 높은 트레일 사이드 빈야드의 카버네 소비뇽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과즙과 타닌의 농도가 제법 짙어 하이츠의 세 개 싱글 빈야드 와인 중에서 가장 남성적인 면모를 지닌다. 이에 비해 해발 고도가 높아 서늘한 기후를 띠는 린다 폴즈 빈야드의 카버네 소비뇽은, 꽃향과 과일향이 섬세하게 조화를 이루어 정교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이렇듯 하이츠의 세 가지 싱글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은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지만, 하나같이 보여주는 공통점이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균형 잡힌 우아함이 마시는 사람을 매료시킨다는 것이다. 소중한 누군가와 기억에 남을 시간을 갖고 싶을 때 하이츠의 마개를 열어보자. 하이츠의 긴 여운 또한 그 기억 속에 존재할 것이다.
수입_ 나라셀라 (02 405 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