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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개척정신 발판 삼아 세계로 비상한


신세계 와인 강국, 미국 [1]




글, 사진 _ 김지혜


미국 와인 산업의 태동

고대 스칸디나비아인들이 북미에 정착했을 때, 그들은 야생으로 자라는 포도나무가 널리 퍼져있는 것을 보고 매우 감탄한 나머지 새로 발견한 그 땅을 빈랜드(Vinland, vine은 포도나무라는 뜻)라 불렀다. 후에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로부터 물밀 듯 북미로 몰려온 이민자들이 동쪽 해안가에 포도나무를 심었지만 한결같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에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 포도 품종에 의한 포도 산업이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 오하이오 주에 정착한 독일인들에 의해서였다.

북미는 건국 초기의 유산인 개척정신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 개척정신이 가장 생생히 살아있는 분야가 바로 와인산업이다. 북미 중에서도 미국은 가장 핵심적인 와인 생산국이다. 미국의 와인 생산량은 세계 4위를 차지한다. 해가 갈수록 신규 와인생산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와인의 품질 또한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미국은 현재 신세계의 와인 생산국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나라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제 미국인들은 수많은 프리미엄 와인을 마음껏 골라 마실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 와인을 마시는 관습이 미국 문화의 일부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여곡절 많은 독특한 역사 덕분에 미국인들은 소프트드링크나 커피, 우유, 맥주 등을 많이 마셨으며 이에 비해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했다. 단적인 예로 1998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전체 미국인의 11%가 자국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88%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가 1990년 중반에 이르러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와인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1994년부터 1998년 사이에 와인은 소프트드링크에 이어 두 번째로 빨리 성장한 음료로 자리 잡았다. 와이너리의 수도 훨씬 많아져, 47개 주에 2,338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생겨났으며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 수는 1965년부터 1995년 사이에 무려 네 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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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J. Gallo의 본사


미국 와인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단연 캘리포니아다. 이런 이유로 어떤 이들은 미국 와인은 모두 캘리포니아에서만 생산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은 알래스카와 노스다코타, 와이오밍 등 세 개의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주의 생산량은 극히 미미하다. 미국 와인의 90% 이상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태평양 북서부도 그에 못지않은 지명도를 자랑하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뉴욕 주는 자체의 와인 역사상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텍사스, 버지니아와 같은 먼 지역에서도 눈에 띄게 뛰어난 와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레곤은 까다롭지만 맛있는 품종인 피노누아에 특히 적합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며 워싱턴 주는 원숙하고 농밀한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최적지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뉴욕 주는 선명하고 가벼우며 우아한 리슬링을 생산해내는 미국 최상의 리슬링 구역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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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인 산업의 메카, 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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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25년 사이에 미국 내 와인 소비량은 3분의 1 이상 껑충 뛰었으며 미국인의 약 30%는 일주일에 최소한 한 잔의 와인을 마시고 있다. 미국인들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 그들이 소비하는 와인의 4분의 3 이상이 모두 미국산이다. 한편, 미국의 와이너리 수는 지난 20여 년 사이 배로 늘어나 이제 그 수가 6000개 가까이 되며, 50개 주 전역에서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1975년에 580개이던 와이너리는 2008년에 이르러 5900개 이상으로 늘었다. 그 중 99%는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소규모 업체다. 이런 미국 와인의 90% 이상이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다. 미국의 주를 나라로 쳐서 따진다면, 캘리포니아는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와인 생산국이라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내에서 가장 유명한 두 와인산지,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생산량은 전체 캘리포니아 와인생산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판매액 기준으로 본다면 나파 밸리 지역의 와인 판매액이 캘리포니아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고가의 와인들은 대부분 나파 밸리를 중심으로 생산된다. 캘리포니아 와인은 또한 미국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65%를 차지하며 미국의 와인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위치한 나파 밸리는 미국 와인의 핵심 지역으로, 막대한 자금력과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열정을 품은 와이너리들이 자리잡고 있다. 로버트 몬다비와 샤토 무통 로칠드가 합작하여 만든 나파 프리미엄의 대명사`오퍼스 원Opus One’도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소노마 카운티는 세계 최대의 와인 생산업체인 E&J 갤로가 자리잡고 있으며 나파 밸리와 산맥 하나를 두고 이어져 있는 소노마 밸리 역시 최근 주목할만한 고급 와인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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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산지 기행은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2편 :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와이너리, E&J 갤로를 가다
3편 : 미국 와인의 부흥기, After 1976
4편 : 프리미엄 와인의 중심, 나파 밸리
5편 : 다양성의 미덕, 소노마 밸리


글쓴이 _ 김지혜
현) 홈플러스 와인 홍보 담당, WineOK.com 와인 전문 기자
전) 와인전문 매거진`와이니즈’ 기자, 수입사 나라셀라 홍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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