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와인에 대해 얘기해 볼까…

매우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와인 테이스팅을 보다 쉽게 표현할 수 없을까… 전문가가 귀뜸 해주는 테이스팅 방법으로, 지금 입 안에서 맴돌고 있는 와인에 대해 얘기해 보세요.

‘이 안에 너 있다.’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갖가지 패러디를 낳게 한 인기 드라마의 로맨틱한 대사였으나, 와인을 이렇게 넣어두기만 하면 안되지요. Château Figeac 2000을 마셨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보통 답답한 일이 아니죠.

지난 달에보르도 포도주 연합회와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 소펙사 주최로 열린 ‘보르도 와인 워크샵’에서 ‘Bordeaux Classification’의 저자인 ‘Dewey Markham’의 강좌 중 와인 테이스팅 방법을 따라 알아보겠습니다.

▶보르도 와인 워크샵에서 강의를 한 Mr. Dewey Markham

와인 테이스팅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으로 서로 다른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어릴 때 보았던 불꽃놀이 같다느니, 누구누구의 땀이 밴 셔츠 냄새 같다느니 등의 표현은 오히려 그 와인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고 알기 쉽게 와인을 묘사해야만 합니다. 여러분이 가진 시각, 후각, 미각을 모두 동원해 봅니다.

1. 화이트 와인

화이트 와인의 맛과 향은 Sweetness(당도)와 Acidity(산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운데에 보이는 balanced(균형이 잘 잡힌)라는 느낌은 산도와 당도의 조화로움을 말하는 것으로, 가장 이상적인 와인의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용의 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balanced(균형이 잘 잡힌)를 중심으로 왼쪽 편은 산도가 부족하고 오른 편은 산도가 많은 상태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위쪽으로는 당도가 많고 아래쪽은 당도가 부족한 상태를 얘기합니다.

왼쪽 아래편의 little(부족한), flat(밋밋한), hollow(힘없는), thin(묽은) 이란 상태들은 부정적인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지만, 위의 네 가지 느낌은 산도와 당도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균형이 잘 잡힌 화이트 와인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단맛 나는 와인이나 산도가 쌩쌩하게 살아있는 와인을 좋아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는 약간씩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2. 레드와인

레드 와인은 Sweetness (당도)와 Acidity (산도)에 하나 더! 탄닌이 들어갑니다.

Adapted from Wine Basics by Dewey Markham, Jr. Published by John Wiley & Sons, Inc.
Copyright ⓒ 1993. (영문 번역,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 소펙사)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레드 와인의 경우, 탄닌이란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표현하기가 상당히 복잡합니다. 어제 마셨던 레드 와인이 가운데 위치한 작은 삼각형에 걸쳐 소개한 느낌들과 비슷하다면 품질 좋은 와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레드 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삼각형의 꼭대기 점을 차지한 탄닌이 bitter(씁쓸한)에서 점점 아래쪽으로 변화를 합니다. 어떤 와인들은 solid(단단한) 상태에 도달하고 어떤 와인들은 without backbone(구조가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레드 와인의 변화는 삼각형 꼭대기에서 시작하는 수직적 변화만 있으며 대각선 변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품질이 우수한 와인일수록 맛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풍미를 가지게 되므로 위의 표에 있는 여러 느낌이 함께 공존하게 됩니다.

테이스팅의 의미랄까… Markham씨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와인의 풍미를 표현하고 규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나가는 것 또한 왜 테이스팅을 하느냐에 답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와인 테이스팅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