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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로버트 파커의 세계 와인산업에 대한 전망과 이에 대한 알기 쉬운 해설!

9. 이탈리아 남부가 떠오르는 와인산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삐에몬테의 심오한 와인들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꼬를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으리라 보는데(세계 도처에서 늘어나는 열광적 수요가 지금보다 10배에 달할 것이기 때문에), 반면에 한동안 뒷전에 밀려났던 산지들인 움브리아, 깜빠니아, 바실리까따 그리고 섬 지방인 시칠리아와 사르데냐 등은 2015년이면 일반 가정에서도 통용되는 친숙한 이름들이 될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남부에서 진행중인 와인혁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다음 10년에 걸쳐 그 결실은 더욱 분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파커가 예측하고 있는 일련의 변화를 와인 저널리즘에선 이탈리아 와인의 ‘남부 혁명’ (The Southern Revolution)이라고도 부르며 그 혁명적 변화는 지금 이 시각에도 진행중이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은 과거 주로 블렌딩 목적의 벌크 와인 혹은 값싼 플롱크 와인들이 이웃나라에 수출되던 와인산지로 와인의 질보다는 양이 우선시되는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지가 달라졌고 변화의 새 물결이 이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와인의 품질 대비 값이 저렴하여 ‘밸류 와인’의 주산지로 각광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먼저 북부와 중부에서 일어난 이탈리아 와인의 현대적 르네상스의 물결이 남부로도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시칠리아, 깜빠니아를 비롯한 주요 와인산지에 외부의 투자가 유입되고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려는 열기가 기존의 와이너리 소유자들로부터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와인 가문의 2세대에 해당하는 자녀들은 국내외에서 전문적 공부를 하거나 두루 경험을 쌓고 의욕적으로 와인생산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변화를 주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Argiolas의 Turriga

아울러 북부에서 활약하던 일군의 뛰어난 와인메이커 혹은 컨설턴트들이 대거 남쪽으로 내려와 와이너리 곳곳에서 새로운 기술을 전수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사씨까이아를 만든 지아꼬모 따키스(Giacomo Tachis)가 사르데냐로 와서 아르지올라스(Argiolas) 가문에 컨설팅을 제공했고(그 결실로 ‘Turriga’라는 명품 와인이 탄생하게 된다)

또한 까를로 페리니(Carlo Ferrini), 리까르도 꼬따렐라(Riccardo Cotarella), 스떼파노 끼오치올리(Stefano Chioccioli), 프랑꼬 베르나베이(Franco Bernabei), 루까 다또마(Luca d'Attoma) 등 쟁쟁한 전문가들도 남부 주요 와이너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게 되었다.

이들 가운데 리까르도 꼬따렐라는 깜빠니아의 두 와인 명가에서 활약 중인데 페우디 디 산 그레고리오(Feudi di San Gregorio)는 토착 품종인 알리아니꼬 100%로 만든 ‘세르삐꼬’(Serpico)로 유명하며, 컨설팅하고 있는 다른 와이너리인 몬떼베뜨라노(Montevetrano)는 까베르네 쏘비뇽과 메를로에 소량의 알리아니꼬를 배합한 ‘몬떼베뜨라노’ 와인이 ‘남부의 사씨까이아’로 불릴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앞으로 이탈리아 ‘남부 혁명’의 향방은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하나는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생산적으로 극복하면서 와인 스타일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문제다. 변화의 과도기에서 남부의 와인산업은 혁신되어야 할 전통과 계승되어야 할 전통이 혼재되어 있고 또한 현대적 기술과 노하우를 수용하는 폭과 깊이에서 지혜롭지 못한 사례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변화의 물결이 일게 된 시칠리아를 보더라도 이른바 뉴 월드 스타일의 와인들이 풍미하는 가운데 다면적이고 복합성이 뛰어난 명품 와인들도 있지만 그 맛과 향이 일차원적이고 깊이가 없는 부실한 와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와인메이커의 개성과 떼루아의 특성을 만들어내는 와인 속에 창조적으로 용해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두 번째는 남부 와인산지마다 전해져 온 수많은 토착 품종들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세계 수준의 와인을 만드는가 하는 문제다. 하나의 모범적 사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바실리까따는 이탈리아 와인산지들 가운데서 가장 낙후된 곳의 하나이다. 이 곳에서 삐에뜨라페사(Pietrafesa) 가문은 1998년 조그만 Tenuta Le Querce라는 와이너리를 만들었다.

▶토착품종인 알리아니꼬
(Aglianico)

포도 품종은 토종 ‘알리아니꼬 델 불뚜레’(Aglianico del Vulture) 단 한 가지만을 사용해서 세계적 수준의 와인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밀라노대학교의 레오 발렌띠(Leo Valenti)교수를 포도재배 관리자 겸 와인메이커로 영입했다. 먼저 포도원의 주인은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포도 판매업자여서 포도 수확량이 과다했지만 삐에뜨라페사 가문은 소출을 대폭 줄이고 단일 포도원을 만들어 최상급 와인에 배정했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2000년 빈티지의 ‘비냐 델라 꼬로나’(Vigna della Corona)는 화산지역(vulture) 토양의 미네랄 맛이 감도는 복합적 풍미의 강건한 와인으로 <와인 애드버킷>으로부터 91점을 받았다. (2001년 빈티지는 92점) 알리아니꼬는 ‘남부의 네비올로’라고도 불리는 토착 품종인데 바롤로처럼 장기숙성이 가능한 파워가 넘치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떼누따 데 꿰르체의 사례는 파커가 예측하는 2015년보다 더 일찍 바실리까따를 비롯한 이탈리아 남부 주요 와인 산지들이 일반 와인 애호가들에게 일상적으로 친숙한 이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10.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와인이 보다 광범위한 애호가들을 만날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점점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우리의 입맛도 다양한 편차를 지니기 때문에 앞으로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와인들이 더 많이 생산되어 매우 참신한 부케와 맛을 선사할 것이다. 상큼하고 생동감 넘치는 화이트 와인과 과일 풍미에다 맛깔스럽고 육감적인 레드 와인이 지금 2004년보다는 2015년에 가서 보다 광범위한 수요층을 형성할 것이다. 숙성을 필요로 하는 와인들과 대단히 강건한 포도 품종을 위해 오크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런 와인들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미미할 것이다.

파커의 이 예측은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입맛과 취향의 문제라서 뭐라고 논평을 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다만 몇 가지 변화의 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와인 문화가 엘리트 문화에서 대중적 문화로 확산되어 나가고 있어 보다 친근하고 다가가기 쉬운 이른바 뉴 월드 스타일의 와인들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서 칠레 와인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추세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와인은 전통적으로 음식과 함께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와인 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간단한 치즈 안주로도 와인을 즐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셋째, 오크 숙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어떤 오크를 사용했으며 얼마만큼 숙성기간을 거쳤는가도 와인의 신선함과 생동감에 영향을 줄 것이다.

넷째, 한 나라의 1인 당 와인 소비량, 시장에서 가격대별, 와인 스타일별 점유율 조사 등 기초적 통계치 분석이 필요하다. 이렇게 놓고 볼 때 파커의 예측은 일정 부분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딱히 10년이라는 기간을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오랜 숙성이 필요한 고급 와인들은 오크 숙성 여부라기보다는 가격이 너무 비싸 시장점유율이 미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와인평론가 이세용 -

다음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

[세계 와인산업과 와인문화의 회고와 전망]
1. 와인산업의 눈부신 변화와 발전 (회고)
2. 와인의 유통혁명과 와인 웹 사이트의 발전(전망)
3. 프랑스 와인산업의 위기와 코르크 마개의 퇴출
4. 스페인 와인의 부상
5. 말벡 품종의 품질 상승과 미국와인 생산지역의 변화
6. 떠오르는 와인산지 이탈리아 남부
7. 품질대비 가치있는 와인 선택과 와인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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