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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위기에 처하는 프랑스 와인 산업과 점점 외면당하는 코르크 마개


4. 프랑스 와인산업이 경제적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와인산업의 글로벌리제이션은 여러 가지를 의미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와인들을 생산해 온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프랑스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뉴스가 아니다. 프랑스 와인등급관리 제도가 와인의 서열을 더욱 차등화시켜 상위 5%의 샤또에서만 최고의 와인을 생산해내고 그에 따른 천문학적 와인가격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 와인산업이 글로벌 와인시장의 경쟁논리를 외면하고 낡은 전통에 집착하며 현상유지를 꾀할 때 남는 것은 결국 수많은 와인생산업체의 파산과 몰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프랑스 와인산업의 위기는 10년 앞을 내다본 파커의 예측과 별도로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품질등급으로 볼 때 중간 이하의 중저가 와인들을 대상으로 세계시장에서 프랑스 와인산업의 경쟁력을 따져 본다면 전통적 와인강국 프랑스 와인은 세계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CIVB 자료), 2004년도 3/4분기까지 보르도의 와인수출은 2003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물량으론 12%, 금액으론 24%나 하락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영국, 독일 등 수출 주시장에서 하락률이 더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물량으론 34%, 금액으론 58%가 하락하여 가장 큰 폭의 변동을 보여주었고 영국도 물량으론 22%, 금액으론 약 1/3 정도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프랑스의 중저가 와인들을 압도하는 가장 위협적인 세력은 뉴 월드 와인 생산국들인데 그 가운데서도 호주가 대표적인 국가다. 호주는 이미 2002년에 전 세계에서 중저가 와인의 경쟁이 가장 심한 영국에서 절대적 우위를 고수하던 프랑스를 수출금액에서 앞서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시장에서도 프랑스와 달리 점유율을 급속하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심지어 한국과 같은 소규모 신흥시장에서도 프랑스 와인은 1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계속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파커가 발표한 이 글에 영향을 받았는지 프랑스의 <르 피가로>(Le Figaro)는 11월 15일자 신문에서 ‘프랑스 와인을 구출하는 20가지 제안’이라는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프랑스 국내외에서 광범위한 와인 관련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 와인 구하기’ 묘안을 수집했는데 여기서 지면 관계상 모두 소개할 순 없지만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큰 제안들이 있다. 가라쥬 와인(vins de garage)의 대부로 불리는 샤또 발랑드로의 쟝-뤽 뛰느뱅( Jean-Luc Thunevin)은 가칭 ‘뱅 드 뻬이 다뜰랑띡’(vin de pays d'Atlantique)이란 등급을 새로 제정해 쌩떼밀리옹과 까오르(Cahors) 지역의 와인을 블렌딩하여 보다 편안하고 초보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사실 보르도 품종과 말벡 품종을 블렌딩하는 것은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 이미 채택되고 있는 방식이다. 로버트 파커도 피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저가와인의 품질 향상을 위해 규정을 고쳐서라도 보르도 품종과 시라, 그르나슈 등의 비 보르도 품종을 블렌딩할 것을 제안했다. 보르도 특급와인들의 경쟁력은 월등하니까 내버려두고 품질등급 피라미드의 아래 쪽에 위치한 중저가 와인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로 볼 수 있다.

5. 코르크 마개는 앞으로 사라질 것이다.

2015년에 이르면 코르크 마개를 사용한 와인은 소수파로 밀려날 것이다. 코르크 업계가 충분한 기술적 투자를 하지 않아 전체 와인의 대략 15%가 변질된 코르크 곰팡이 냄새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많은 선진적 와이너리들이 빈티지로부터 3년 내지 4년 안에 소비될 와인을 대상으로 코르크 마개에서 스크루캡(screw cap) 마개로 옮겨 갈 것이다.(이는 세계 전체 와인의 95%를 차지한다) 이러한 변화는 가속화될 터인데 가장 뛰어난 스크루캡인 ‘스텔뱅’(Stelvin)이 표준화된 와인 마개로서 지배적 지위를 누릴 것이다.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단 하나의 예외적 사례는 20년 내지 30년의 숙성을 필요로 하는 최상급 와인들인데 이들도 코르크 곰팡이 문제를 해결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에 직면할 것이다. 합성 플라스틱 코르크 마개는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코르크 병마개로 인한 와인의 변질 문제는 코르크 업계가 당면한 최대 골칫거리인데 스크루캡과 같은 대안제품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조그만 하자가 발견되면 바로 리콜을 하는 세상에서 변질된 코르크 마개의 결함을 알면서도 와인과 코르크 산업이 건재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코미디일 수도 있다. 스크루캡으로의 전환은 뉴질랜드의 빌라 마리아(Villa Maria) 등의 선구적 와이너리에서 채택한 후 호주,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와이너리로 퍼져 나가고 있다.

빌라 마리아 그룹은 뉴질랜드 항공이 주최하는 2002년 와인경연대회(The Air New Zealand Wine Awards)에서 스크루캡을 사용한 ‘Villa Maria Reserve Pinot Noir 2001’ 와인으로 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3년에 열린 이 경연대회에서도 스크루캡을 사용한 와인들은 전체 트로피 17개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11개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2004년 11월에 뉴질랜드 말버러(Marlborough)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스크루캡 심포지엄에서는 전 세계 주요 와인생산국의 와이너리 대표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스크루캡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발표와 토론을 했다. 이들은 국제적 차원의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여 매년 스크루캡 사용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2005년 5월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무역박람회 기간 중에 첫 번째 국제회의를 갖는다는 방침이다. (* 뉴질랜드가 주도하고 있는 스크루캡 사용을 위한 캠페인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캠페인 웹사이트인 ‘www.screwcap.co.nz’를 참조하기 바람)

▶사진 제공: www.screwcap.co.nz

얼마 전에는 보르도의 일등급 샤또인 마르고에서 세컨드 와인인 Pavillon Rouge 2002년 빈티지 두 케이스를 대상으로 코르크 마개와 스크루캡 마개를 함께 사용하는 실험에 들어갔다는 발표를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샤또 마르고 관계자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 스크루캡의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레드 와인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채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샤또 마르고 와인만은 숙성기간을 50년 이상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분명한 해결책을 기다리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체로 세계적 수준의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의 입장은 샤또 마르고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_마침표_]

- 와인평론가 이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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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와인산업과 와인문화의 회고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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