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세계 와인 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호주가 될 것이다. 와인 오스트레일리아(Wine Australia)에 따르면, 2015년 호주 와인 수출액은 21억 달러(A$, 호주 달러 기준)로 전년 대비 14% 성장했다. 이는 2007년 10월 이후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뿐만 아니라 호주 와인은 15개 주요 수출 시장에서 모두 성장세를 보이는 신기록을 세웠는데, 특히 중국으로의 와인 수출이 66%로 대폭 늘어나 호주 와인의 잠재력을 전세계에 과시했다(아래 이미지 참조).

 

호주 와인의 수출 성장을 견인한 요인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로 본선인도(FOB) 가격이 리터당 10달러 이상인 와인의 성장폭이 매우 컸다는 점이다. 이 가격대의 와인 수출액은 전년 대비 35% 성장한 4억8천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호주 와인 전체 수출액의 23%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병입된 와인(bottled wine)의 수출액이 16억 달러를 기록하며 17%나 성장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병입된 호주 와인의 리터당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7% 상승한 5.20달러인데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호주 와인은 전세계 122개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 중 호주 와인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다섯 개 시장은 미국, 영국, 중국, 캐나다 그리고 홍콩이다(금액 기준). 한편, 한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호주 와인의 입지는 칠레, 프랑스, 이태리, 미국, 스페인 다음이다. 2014년 말 한-호 FTA가 발효되면서 호주 와인에 붙던 15%의 관세가 사라졌고, 이후 호주 와인 수입액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2015년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33.6% 상승). 이와 함께 와인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관련 단체와 정부 기관도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2016년 호주 와인 H.E.R. (History/ Evolution/ Revolution) 마스터클래스이다(이하 호주 와인 마스터클래스‘).

 

호주 와인 마스터클래스는 와인 오스트레일리아와 주한 호주대사관 무역대표부가 공동주최한 행사로, 호주 와인의 역사History-진화Evolution-혁신Revolution의 3단계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를 위해 와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석 강사인 Mark Davidson가 방한하여 직접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으며, 각 단계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 시음하며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호주와인의 역사, 진화, 혁신을 대변하는 와인 10종을 자세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티렐은 영국에서 이주해 온 에드워드 티렐이 1858년에 설립하여 지금까지 4대째 가족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와이너리이다. 호주 와인 마스터클래스에 등장한 와인은 세미용 품종으로 만든 2005년 빈티지 화이트 와인으로, 숙성잠재력과 뛰어난 풍미로 참가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세미용 재배지로서 헌터 밸리가 지닌 위상을 증명해 보였다.

 

 

1944년 린드너 가문이 설립한 세인트 할렛의 포도원은 바로사 밸리와 에덴 밸리에 위치해 있으며, 개입을 최소화 하고 최대한 관심을 쏟는다는 단순 명료한 철학 아래 소량 생산을 원칙으로 와인을 만들어 왔다. 이곳의 올드 블록 바로사 쉬라즈 와인은 평균 수령 88년의 오래된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데, 짙고 풍성하며 온화한 풍미를 드러내며 농도 짙은 질감을 선사한다.

 

쿠나와라 라는 와인산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윈스 쿠나와라 에스테이트이다. 이곳의 설립 역사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리독이 포도밭을 조성하기 시작한 18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존 리독이 세운 건물은 오늘날 호주를 대표하는 건물로 인정받으며 와인의 레이블에도 사용되고 있다. 1982년에 처음 생산된 존 리독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테라 로사 토양에서 재배한 최고의 포도만 사용해서 만들며 윈스 쿠나와라 에스테이트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클레어 밸리는 서늘한 기후와 큰 일교차 덕분에 리슬링 같은 고급 화이트 품종이 자라기에 적격이다. 1981년에 설립된 그로셋 와인은 지난 30년간 순수한 과일 풍미를 드러내는데 집중하며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 왔는데, 알레아 리슬링 와인은 클레어 밸리의 정수와 그로셋의 양조 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와인이다. 이 와인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과일의 단맛은, 높은 산도를 보완하고 숙성 초기에도 마시기 좋도록 소량의 잔당을 남기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다.

 

 

1967년에 설립된 배스 펠릭스는 오늘날 호주 최고의 와인산지로 꼽히는 마가렛 리버 지역의 시초를 만든 와이너리이다. 샤르도네는 1970년대 들어서야 호주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는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온화한 기후가 특징인 마가렛 리버는 고급 샤르도네 와인의 산실로 불린다. 특히 배스 펠릭스의 샤르도네는 우아함과 힘의 균형이 뛰어나며 현대적인 스타일을 띠는 대표적인 와인이다.

 

 

무루둑 에스테이트의 피노 누아 와인은 유연함과 부드러움, 잘 익고 신선한 붉은 과일 향을 드러내며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호주 와인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 마크 데이비슨은 “피노 누아는 여러 음식과 두루 어울리는 만능 와인”이라며 Gastronomic wine(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좋은 와인)으로서의 장점도 언급했는데, 실제로 무루둑 에스테이트의 와인들은 복합적이고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야라 밸리는 피노 누아, 샤르도네, 스파클링 와인 등 서늘한 기후에 적합한 와인을 양조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만든 시라 와인은 호주의 여타 지역에서 생산된 시라 와인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소믈리에 같은 와인전문가들이 시음할 때조차 종종 유럽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착각하곤 한다”고 마크 데이비슨은 덧붙였다.

 

 

프랑스 쥐라(Jura)에서 주로 재배되는 사바냥(Savagnin) 품종으로 독특한 화이트 와인을 선보인 이곳은, 브랜든과 커스틴 키즈가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007년에 설립된 BK와인이다. 기존의 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독창성을 원칙으로 와인을 만들어 온 그들은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캘리포니아에서 와인의 대가들로부터 양조를 배운 후 아델레이드 힐즈에 자리를 잡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라 리니아는 피터 레스케, MW 데이빗 르마이어 같은 실력 있는 와인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와인이다. 특히 피터 레스케는 호주에서 템프라니요 품종의 잠재력을 알아본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호주에서 템프라니요 품종의 재배 면적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라 리니아 템프라니요 와인은 과일을 비롯한 미네랄과 말린 허브 풍미가 조화롭고, 미세하면서도 단단한 타닌이 와인의 구조감을 향상시켜 훌륭한 호주산 템프라니요 와인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호주 와인생산자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 때문에 "쉬라즈 하면 호주" 하는 전형적인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다시 말해 ‘호주 쉬라즈’라고 일반화하기에는 호주 내에서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의 다양한 스타일의 쉬라즈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경작법을 선택하여(20년째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고 있는 배틀 오브 보즈워스 역시 쉬라즈 와인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는 와이너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