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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프랑스 샤토의 주인을 꿈꾼다. 성 앞에 펼쳐진 넓은 포도밭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따사로운 햇빛을 즐기며 대화를 나누고, 손수 만든 라벨 없는 와인을 지하 저장고에서 바로 꺼내 마시는 장면을 아마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이런 우리의 욕망을 대신해서 채워주고 있는 커플이 있다. 질투가 날 만도 한데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졸리-피트 커플이 바로 그들이다.

헐리우드 대표 커플인 이들은 지난 2008년 지중해의 바람과 라벤더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프랑스 프로방스에 500헥타르가 넘는 샤토 미라발(Chateau Miraval)과 포도밭을 구입해 화제를 몰고 왔다. 배우, 사회 활동가, 여섯 아이의 부모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그들에게 와인 생산자라는 타이틀이 추가된 것이다. 전 세계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만들어낸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로맨틱한 로제 와인이니 더욱 사랑스럽다.

또한 이 커플의 와인이 애호가의 이목을 더 집중시킬 수 있었던 것은 남부 론, 샤토네프 뒤 파프의 와인 명가 샤토 드 보카스텔(Chateau de Beaucastel)의 페랭(Perrin) 가문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샤토 드 보카스텔은 샤토네프 뒤 파프 지역의 독보적인 와인 생산자로,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사랑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16세기 수도원에서 시작된 이 와이너리의 역사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1909년부터 5대에 걸쳐 가족 경영 방식을 지켜가고 있다. 그들의 열정과 도전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어가고 있는데 1990년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Tablas creek vineyard는 남부 론 지역의 철학과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계속되는 그들의 도전은 샤토 미라발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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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ne Spectator 커버스토리로 등장한 피트와 페랭

유명인사들과 관련된 와인들은 이미 여러 차례 세상에 소개 되었지만, 샤토 미라발의 로제 와인은 남다르다. 졸리-피트 커플과 페랭 가문이 함께 선보인 샤토 미라발 로제 와인은 믿기 어려울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 때문에 유명인사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와인을 신랄하게 비판할 준비가 되어있는 와인 평론가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페랭 가문이 합세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와인의 품질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들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첫 빈티지 와인이 이렇게 홈런을 치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의 첫 빈티지 와인인 2012 Jolie-Pitt & Perrin Cotes du Provence Rose Miraval은 90점을 받아 <2013년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서 84위를 차지했으며, 그 해 최고의 로제 와인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단순히 운이 아닌 그들의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페랭 가문의 노하우에 테루아 전문가인 클로드 부르기뇽(Claude Bourgignon)의 전문 지식이 더해져 그 지역의 테루아를 치밀하게 분석해 이뤄낸 결과물인 것이다. 이 로제 와인은 병 모양도 독특한데, 샴페인 병 모양을 갖춰 매우 로맨틱하고 우아해 보인다. 다시 말해 샤토 미라발 로제 와인은 품질, 스토리텔링, 시각적 요소 등 모든 면에서 성공 요소를 갖춘 셈이다.

섬세하고 우아함을 지닌 샤토 미라발 로제 와인은 붉은 베리류의 아로마가 강하게 느껴지며, 귤, 멜론의 뉘앙스가 기분 좋게 퍼진다. 또한 스파이시한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준다(아래 사진). 이 와인은 출시 5시간 만에 6,000병이 모두 판매되어 졸리-피트 커플의 영향력을 확인하게 해 주었다. 참고로, 이들은 로제 와인 외에도 롤로(Rolle)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도 생산하는데, 이 품종은 이태리에서는 베르멘티노(Vermentino)라고 불리며 프랑스 랑그독 루시옹 지역과 프로방스에서 재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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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Provence) 지역은 프랑스에서도 역사가 깊은 와인 생산지이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와인이 생산된 기록이 있으며 날씨가 좋아 포도가 잘 자라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로제 와인의 생산이 눈에 띄는데, 지중해의 뜨거운 날씨 때문에 레드 와인의 밸런스가 잘 표현되지 않아 대신 신선하게 마실 수 있는 로제와 화이트 와인이 더 두각을 보인다. Cote de Provence AOC는 프로방스에서 가장 넓은 AOC 지역으로 로제 와인이 생산량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그르나쉬, 쌩소, 무르베드르, 쉬라 품종이 주로 재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젊은 와인 생산자들이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재배하여 레드 와인도 만들고 있다. 프로방스는 프랑스 제 2의 도시인 마르세이유의 북쪽으로 펼쳐져 있으며 주변에 올리브 나무, 로즈마리, 라벤더 등 다양한 식물들이 같이 자란다.

프로방스의 코렌스(Correns)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샤토 미라발은 울창한 숲과 올리브 나무에 둘러 쌓여 있다. 이 지역의 포도밭은 석회석, 점토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목할 만한 점은 프랑스 알자스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Keuper Marl(육성층, 이회토와 석회석이 섞인) 토양을 가지고 있어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와인이 만들어 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사가 심하고 고도가 높아 대부분의 포도나무가 테라스 식으로 경작되고 있다. 이러한 경작은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서늘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 와인이 균형을 갖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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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샤토 미라발은 유기농 경작 방식을 도입하여 제초제나 어떠한 화학 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평균 수령이 30년 이상 된 그르나쉬, 쌩소, 쉬라 품종을 주로 재배하고 있으며 소량의 피노 누아도 재배하여 새로운 실험을 즐기고 있다. 졸리-피트 커플은 어느 인터뷰에서 프랑스 남부 최고의 로제 와인을 만들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고로 평가 받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열정은 그들의 인생철학을 보여준다.

졸리-피트 커플의 열정은 와인에서 멈추지 않는다. 샤토 미라발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을 거쳐 오늘날 졸리-피트 커플이 소유하기에 이르렀는데, 프랑스의 재즈 피아니스트 Jacques Loussier는 이곳에 레코딩 스튜디오를 만들어 스팅, 크렌베리스, 핑크 플로이드 같은 유명 그룹의 앨범을 녹음하기도 하였다. 특히 세계적인 베스트 셀링 앨범인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도 이곳에서 녹음되었다. 이렇듯 문화, 예술적인 영감이 뿌리내려 온 이곳에서 졸리-피트 커플 역시 그 정신을 이어가고자 프로방스 지역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유명 헐리우드 커플이 아니라 세계를 이끌어 가는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순전히 와인 애호가의 입장에서, 이들이 만든 와인을 오랫동안 마시는 기쁨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누리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문의 _ 신동와인 (02 794 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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