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와인 산지인 나파 밸리의 와인을 좋아하는 이라면, 최고의 포도밭으로 꼽히는 토 칼론, 프리차드 힐, 콜드웰 같은 포도밭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유명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포도밭 이름을 레이블에 밝힘으로써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 와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기존의 통념을 뒤엎고 최고급 포도밭끼리의 블렌딩을 시도하여 ‘나파 밸리의 모험가’를 자처한 와이너리가 있으니, 문차이(Moone-Tsai)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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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이 와인은, 나파 밸리에서도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베린저(Beringer) 와이너리의 전 대표였던 마이크 문과 부사장 출신의 메리 앤 차이, 그리고 세계적인 식품회사를 거쳐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와인의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던 레리 차이가 의기투합하여 설립한 와이너리다. 이들 와인 업계 베테랑 3인방의 경력을 합하면 자그마치 100년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메리 앤 차이는 문차이의 설립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와인 업계에서 오랜 시간 일해 오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통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내 이름을 건 와인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설렘, 기대와 함께, 그 동안 쌓아온 경험을 담아낼 수 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와인메이커를 찾았다. 보르도 와인을 뛰어 넘는 균형미 넘치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고 싶었던 그들은, 나파 밸리의 명망 있는 와인메이커이자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와인메이커 9인'에 이름을 올린 필립 멜카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메리 앤 차이가 말하는 필립 멜카식 와인 양조의 핵심은 와인의 타닌 관리로, 특히 그는 오크 숙성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여 균형이 탁월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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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재배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덕분에 최고의 포도를 구할 수 있었다는 문차이의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필립 멜카와 함께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만들 방법을 찾던 그들은 기존의 관습을 뒤엎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바로, 여러 개의 뛰어난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섞어서 와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최고의 포도밭에서 생산되었음을 강조하며 '싱글 빈야드 와인'에 높은 가치를 매기는 이 때에, 이렇게 서로 다른 최고급 포도밭을 하나의 와인에 블렌딩한다는 발상은, 주위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급진적이고 무모한 것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빈티지 와인인 2006 문차이 코 레오니스(Moon-Tsai Cor Leonis)가 출시되자마자 평론가 스테판 탠저로부터 93점을 받으면서, 문차이는 단박에 명품 와이너리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2008년 빈티지는 와인 인수지애스트로부터 96점을, 2010년에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94점을 얻는 등 매 빈티지마다 호평을 받으며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작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찬주로 등장하여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문차이 와인을 구매하려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문차이의 연간 생산량은 약 300케이스로, 현지에서 메일링 리스트로만 판매되며, '토마스 켈러’나 ‘조엘 로부숑’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만날 수 있다. 국내에는 문차이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과 문차이 코 레오니스 2종이 수입되며, 양은 약 360병으로 한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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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10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소량의 메를로 품종을 블렌딩한 이 와인은, 2012년 9월에 출시되어 6개월 만에 매진된 와인이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4개월간 숙성을 거쳤으며, 잘 익은 검은 과실 풍미와 담배, 다크 초콜릿, 체리, 자두, 에스프레소의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근사한 풍미를 드러낸다.


코 레오니스 Cor Leonis 2010

문차이의 아이콘 와인인 코 레오니스는 로마어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을 의미한다. 레이블에는 바쿠스의 신전을 지키는 힘과 우아함을 상징하는 사자가 그려져 있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6개월간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된 코 레오니스는, 자두, 까시스, 가죽 향에 뒤이어 풍부한 검은 과실과 다층적이고 섬세한 향신료의 풍미가 이어진다. 집중도와 에너지가 대단하며, 크림 같은 질감과 풍부한 타닌이 긴 여운으로 지속된다. 로버트 파커는 이 와인을 두고 “놀랍도록 아름답고 생기 넘치며 우아하다”고 극찬했다.

문의 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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