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코발디의 DNA를 물려받다
Super Tuscan Mormoreto
이탈리아 와인 산지의 정수, 투스카니Tuscany (이탈리아어로 토스카나Toscana). 토스카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레드 와인인 키안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의 발상지이다(세 가지 모두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만든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 토스카나에서는 산지오베제 외에도 또다른 품종 하나가 전문적으로 재배되었는데, 1980년대부터 수많은 수퍼 투스칸 양조에 (단독으로 혹은 블렌딩으로) 사용한 국제적인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이 바로 그것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대공 코시모 데 메디치 3세가 18세기에 토스카나로 들여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키안티 지역에 심어진 것은 1855년,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가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하여 메를로, 샤르도네, 피노누아 품종을 들여오면서부터였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키안티, 키안티 루피노, 포미노를 생산하는 프레스코발디는 토스카나의 귀족가문으로 그 역사가 무려 1000년이넘는다. 실제로 이 가문이 와인 산업에 뛰어든 것은 14세기에부터였지만, 그 전부터 이미 금융 및 상업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었다(13세기 토스카나는 매우 부유한 지역으로, 플로센스의 은행가와 상인들이 대표적인 부유층이었다. 프레스코발디 가문 역시 이러한 부유층에 속했다). 뿐만 아니라 바로크가 풍미하던 즈음에는 작곡가 지롤라모 프레스코발디를 배출하기도 할 만큼 문화적인 면에서도 주류에 속했다.
이 가문의 와인 산업이 현대화한 것은 1960년대 들어서였는데, 이 현대화의 주역 중 한 명이 레오나르도 프레스코발디 후작이다(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프레스코발디 후작은 이 가문의 29대손으로, 프레스코발디가 국제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와인생산자로 자리잡게끔 한 장본인이며(전세계 86개국으로 와인이 수출된다!), 1995년에는 미국 와인 산업의 거장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손잡고 루체 델라 비테Luce della Vite 와인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현재 ‘프레스코발디 왕국’에 속한 포도원만 9개에 달하며 부지는 총 1800에이커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몬탈치노에 위치한 카스텔지오콘도(Castelgiocondo, 1989년 인수)와 루피나 지역의 니포짜노 양조장Nipozzano Estate은 프레스코발디의 보석과도 같다. 토스카나와 에밀리아-로마냐의 접경지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언덕에 있는 루피나의 석회질 토양은, 단단하고 각이 진 키안티 와인을 만들어내며, 서늘한 포도밭에서만 볼 수 있는 우아함과 아로마를 지닌 와인을 생산한다.
프레스코발디가 루피나 지역에 소유한 니포짜노 양조장에서는 저렴하면서도 품질의 일관성을 갖춘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니포짜노 리제르바Nipozzano Reserva의 경우, 영향력 있는 와인 전문 매체인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네 차례나 ‘100대 와인’으로 선정된 저력을 지닌 와인이다.
프레스코발디의 또 다른 와인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모르모레토Mormoreto가 있으며, 역시 루피나의 니포짜노 양조장에서 생산된다. 와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모르모레토 포도밭에서(1976년에 조성됨)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지는데, 이 남서향의 포도밭은 해발 280-330m에 위치하고 있으며 규모는 25헥타르 정도이다.
모르모레토 와인은 1983년 빈티지부터 출시되기 시작했으며, 카베르네 소비뇽에 약간의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한다. 비록 공식적으로는 IGT 등급 와인이지만(토착품종을 사용해야 하는 규정을 벗어났기 때문에) 품질과 가격 면에서 수퍼 투스칸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국내 소비자가격은 15만원을 넘는다(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2007 모르모레토는 2011 Decanter World Wine Awards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와인이기도 하다).
모르모레토 와인의 새로운 빈티지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6월 방한한 레오나르도 프레스코발디 후작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레스코발디 가문의 와인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네 가지 P 요소를 강조하였는데, Passion(열정), Persistence(지속성) Patience(인내), Perfection(완벽)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프레스코발디 가문의 피 속에 흐르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프레스코발디 와인 생산은 지속될 수 있었고, 훌륭한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10년 때로는 그 이상의 세월을 기꺼이 기다리기 때문에 완벽에 가까운 와인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통해, 모르모레토 역시 이러한 프레스코발디 가문의 DNA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참고자료 _ 더 와인바이블(캐런 맥닐, 2010),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조셉 바스티아니치 외, 2010)
수입사 _ 신동와인 02 794 4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