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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세잔느, 고흐 같은 인상파 화가들이 사랑했고 보랏빛 라벤더의 진한 향기가 감싸는 곳, 프로방스는 휴식과 여유를 꿈꾸게 한다. 프랑스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마르세이유, 아를, 칸느와 니스까지 가 볼만한 도시도 많아 전 세계 여행자의 로망이다. 와인 애호가들에게 프로방스는 또 다른 이유로 로망이다. 바로 도멘 드 트레발롱 Domaine de Trévallon(이하 트레발롱) 때문이다. 

 

 

 


프로방스 와인 하면, 로제?

 


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다. 2600년 전 그리스인들이 마르세이유를 세웠을 때 포도나무를 들여왔고 이후 정착한 로마인들이 본격적으로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프로방스를 시작해 론, 보졸레, 부르고뉴, 가스코뉴, 보르도로 와인 생산 지역은 확대되었다.


프로방스는 프랑스 최대의 로제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생산량을 보면 더욱 확실하다. 뱅 드 프로방스 vins de provence.com의 2017년 와인 생산량 보고서를 보면 로제 와인 89%, 레드 와인 7%, 화이트 와인이 4%로 로제 와인 쏠림이 심한 편이다. 이는 전세계 로제 와인 생산량의 5%나 차지하며 몇 해 전부터 치솟는 인기에 힘입어 생산량은 나날이 늘고 있다. 누구도 프로방스가 로제 와인의 천국임을 부정할 순 없다. 이에 반해 레드, 화이트 와인의 사정은 열세를 면치 못한다. 초라한 물량을 기록하는 레드, 화이트 와인의 품질도 신통찮을 거란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 딱 좋다. 그러나 예상 못한 반전 드라마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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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로 석회암을 터트려 토양에 섞이게 한 트레발롱 포도밭>

 

 


열정과 인내심이 만든 새로운 와인의 장

 


트레발롱은 고흐가 사랑했던 도시, 아를 Arles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쌩-에띠엔느-뒤-그레 Saint-Etienne-du-Grès 마을에 위치한다. 1960년에 자클린 Jacqueline과 흐네 뒤르바슈 René Dürrbach 는 현재 트레발롱이 위치한 토지를 60헥타르 매입했다. 그들은 관목지였던 땅을 포도밭으로 만들기로 결정했고 이를 돕기 위해 파리에서 건축학도였던 아들 엘로와 Eloi가 1973년에 트레발롱으로 와 정착했다. 총 17헥타르를 포도밭으로 조성했는데 15헥타르엔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2헥타르엔 청포도인 마르산느와 루산느, 기타 품종들을 재배했다. 그리고 3년 후 1976년에 드디어 트레발롱 첫 빈티지 와인을 출시했다.


당시 23세에 불과했던 엘로와는 와인 양조엔 문외한이었지만 남들 다 가는 쉬운 길을 택하진 않았다. ‘인간의 손길을 최대한 적게 하고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추구했다. 그는 필록세라 이전부터 프로방스에 존재한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목했다. 그리고 시라와 블렌딩하여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두 품종은 트레발롱의 석회암 토양을 만나 매우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추운 북향의 경사면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의 거친 타닌과 강한 향신료 풍미를 뜨거운 남향 경사면에서 자란 시라의 잘 익은 과일 풍미로 부드럽게 안아주는 트레발롱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도멘 드 트레발롱을 알게 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발견이다.”

 


신생 와이너리나 마찬가지였던 트레발롱은 첫 와인을 출시한 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중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1978년, 유명한 부르고뉴의 도멘 드 라 콩티 Domaine de la Romanée Conti(DRC)를 운영하는 오베르 드 빌렌 Aubert de Villaine이 트레발롱을 시음하고 캘리포니아에서 와인을 수입하는 자신의 친구에게 추천했다. 그 여파는 실로 놀라웠다. 전량 판매를 기록하며 미국 수출의 길이 열렸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도미노처럼 트레발롱을 추천 받은 저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도멘 드 트레발롱을 알게 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발견”이라며 극찬했다. 엘로와 뒤르바슈는 와인 양조의 지식 대신 타고난 통찰력으로 멋진 와인을 만들었고 이를 인정 받은 셈이다. 


1993년 INAO는 AOC 규정 변화에 따라 카베르네 소비뇽의 블렌딩 비율을 60%에서 20%로 줄여야만 트레발롱의 AOC 레 보 드 프로방스 Les Beux de Provence를 유지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미 미국, 브라질 등 각국에 수출하고 있던 상황에서 AOC 규정을 따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엘르와는 AOC 등급을 포기하고 가장 낮은 등급인 뱅 드 페이 Vins de Pay를 선택하기로 한다. 2008년 빈티지까지 뱅 드 페이로 출시했다. 2003년에 지역 등급이 알피유 Alpilles로 변경되어 2009년 빈티지부터 알피유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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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라벨은 아버지의 유산 

 


엘로와의 부친, 트레발롱의 터전을 일군 흐네 뒤르바슈는 페르낭 레제르, 파블로 피카소 등 당대의 화가들과 친교를 나눴던 화가이자 조각가였다. 엘로와는 1996년 빈티지부터 라벨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기로 하고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흐네는 50장의 라벨용 그림을 바로 그렸다고 한다. “매년 우리는 빈티지의 특성에 어울리는 작품을 라벨로 선정”한다고 한다. 아버지 흐네는 1999년에 89세 나이로 작고해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았다. 


“비밀 레시피 같은 건 없다. 개입을 최소화할수록 더 좋은 결과가 나올 뿐이다.”라고 엘로와는 주장한다. 품질이 좋고 건강한 포도를 얻기 위해 포도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포도밭엔 어떠한 살충제도 쓰지 않고 양의 배설물만 사용한다. 단위당 수확량을 적게 유지하고 토양의 미생물을 보호하는데 노력한다. 양조장에선 최소한의 개입을 원칙으로 하는데 야생 효모를 사용하고 발효 온도도 조절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연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트레발롱의 숙성 기간은 레드 와인 2년, 화이트 와인 1년 이상을 기본으로 한다. 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병입 전 가볍게 여과하거나 전혀 하지 않는다. 


현재 수입사 비노쿠스가 트레발롱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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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드 트레발롱 화이트

Domaine de Trévallon White

 


생산지: 프랑스 > 프로방스 > 알피유 Alpilles
품종: 마르산느 60%, 루산느 15%, 샤르도네 10%, 그르나슈 블랑 8%, 끌레레뜨 7%
등급: IGP Alpilles
빈티지 : 2016

 


5가지 품종을 각기 다른 오크통(부르고뉴산 오크통을 사용하며 20%만이 새 오크통)에서 12개월동안 숙성한다. 노란 빛을 띠며 테두리에 초록 뉘앙스가 보인다. 풍미의 강도가 깊은데 향긋한 복숭아, 미라벨 자두의 느낌이 지배적이다. 석회암 토양에서 오는 짜릿한 미네랄리티가 느껴진다. 우아하고 신선하며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고소한 성게알, 도미 오븐 구이, 구운 농어 같은 생선요리와 잘 어울린다. 한 시간 동안 디캔팅하길 권장하며 서빙 온도는 너무 차지 않은 15ºC정도가 적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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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드 트레발롱 레드

Domaine de Trévallon Red

 


생산지: 프랑스 > 프로방스 > 알피유 Alpilles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 50%, 시라 50%
등급: IGP Alpilles
빈티지 : 2009

 


가지를 제거하지 않은 송이채로 발효하는데 배양 효모와 이산화황 첨가를 하지 않았다. 24개월간 푸드르 Foudre(3000리터 오크)에서 숙성을 한 뒤 전통적인 방법인 계란 흰자로 청징 과정을 거치고 필터링은 생략했다. 2009년 빈티지는 매우 깊은 붉은 루비 색을 띤다. 블랙 베리나 블루베리 등 검은 과실의 풍미가 강하고 산악 초원의 향기가 느껴진다. 숙성 잠재력은 최소 30년이다. 그릴에 구운 소고기 갈비살이나 양고기 구이 같은 고기요리와 잘 어울린다. 1시간 동안 디캔팅을 권하며 16ºC가 알맞은 서빙 온도이다. 

 

국내에는 도멘 드 트레발롱 레드 2016년 빈티지도 유통 중이다. 2016년의 따사로운 햇볕 때문에 당분을 많이 포함한 포도는 불행하게도 야생 멧돼지의 제물이 되었다. 총 생산량의 30%를 잃었으며 그 중에서도 시라의 피해가 컸다. 그래서 트레발롱의 일반적인 와인과는 다르게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60%를 차지한다. 2016 빈티지는 향미가 풍성하고 스타 아니스, 감초, 야생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체다 치즈의 풍미가 느껴진다. 타닌은 잘 익어 부드럽고 신선한 산미가 매력적이다. 오리나 양고기 요리, 허브를 많이 사용한 찜 요리와 잘 어울린다. 복합미를 위해 1-2시간 디캔팅을 권장하며 시음하기 좋은 온도는 16ºC이다.

 

 

 

 

수입 _ 비노쿠스 (02 45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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