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bert Mondavi

매번 와인샵에서 보던 Mondavi Label에 찍혀있는 와이너리의 모습을 너무나 기대하면서 Napa Valley에 갔더랬습니다.
29번을 따라 Oakville을 들어서면서 줄곧 시선은 도로 왼편에 고정되어 있었죠. 그리고 마침내......
29번도로와 나란히 뻗은 기차길을 넘으면 바로 Mondavi Winery의 드라이브 웨이로 이어집니다.

분명 프랑스나 이태리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독일식도 절대 아니구요.
얼핏 멕시칸 스타일 같기도 하고, 미국 중서부에서 흔히 볼만한 건물에, 그 뒤로는 드넓은 포도밭이 산중턱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가지런하게 뻗은 포도밭은 건물 윗층으로 올라가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둑판 식으로 구획지어진 포도밭은 얼핏 봐도 다양한 종류의 포도가 심기워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방문객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일렬로 늘어선 포도밭 고랑 앞에 포도종의 이름을 돌에 새겨놓았어요.

원래 1900년대 초에 이 지역에는 To Kalon 와이너리가 있었다고 하네요.
To Kalon 당시에도 와인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우수한 와인이었는데, 이후 Robert Mondavi가 인수하면서 1966년 첫 빈티지 생산 이후 Mondavi의 와인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와인으로 베어나오면서 그 명성이 더해갔다고 합니다.
현재는 Robert의 아들인 Michael과 Tim이 와이너리의 경영을 맡아 운영하고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독특한 점은 와이너리가 곧 포도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일종의 가내수공업마냥 가문 소유의 포도밭의 중심에 가문의 성이 있어서 그 성이 곧 와이너리가 되는 셈이죠. 가문 대대로 물려오는 포도밭의 농사를 직접 책임져 그 포도를 통해 와인을 만들어내는 건 그 가문의 가업인 셈인데, 캘리포니아는 조금 다른 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포도밭 만을 소유하여 포도만을 생산해내는 사람이 있고, 이들로 부터 포도를 사서 와인만 생산해내는 사람도 있죠.
물론 대부분은 밸리내에 자신의 포도밭도 가지고 와이너리를 운영하면서, 다른 지역의 포도도 사와서 또 다른 레이블의 와인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Mondavi Winery의 Tasting에는 포도밭과 와이너리 투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인당 10불 하는 투어와 테이스팅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짧은 Napa Valley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서 포도밭으로 이동하여 포도의 성장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 그리고 곧바로 와이너리로 이동하여 와인 생산에 관한 기본적인 상식을 DVD와 현장 방문을 통해 습득할 기회가 주어지죠. 미국적인 사고방식이 그대로 구현된 투어와 테이스팅. 아직 와인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상당히 기본부터 차근차근 이어지는 안내와 설명에 초보자에게는 아주 적합한 코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투어의 마지막은 역시 Tasting!! Tasting에서는 White Wine과 Red Wine이 혼합된 4~5가지의 와인을 맛보게 됩니다.

Mondavi의 와인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뉘어 지는데, 하나는 Napa Valley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고, 또 하나는 밸리 지역외의 다른 곳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이며, (그 중에서 밸리의 남쪽지역인 Carneros District에서 생산된 포도는 상당히 알아주는 양질의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마지막 하나는 특별히 최고 품질로 소량 생산해 내는 Reserve 와인입니다.

Tasting에는 Reserve와인은 제외되구요, 주로 밸리 외의 다른 지역 와인 2종류와 나파밸리의 2종류가 시음되는데, White로는 Chardonnay와 Sauvignon Blanc, 그리고 Red로는 Cabernet Sauvignon과 Merlot가 올라옵니다.

특별히 Mondavi 와인은 다른 종류의 포도를 서로 블렌딩하지 않고, 한 종류의 포도로만 와인을 생산합니다.
그래서 종류도 무지 많습니다.
Mondavi의 대표적 White라 할 수 있는 Fume Blanc (밸리지역의 Sauvignon Blanc으로 생산)은 시음 리스트에 없어 맛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Napa Valley Mondavi의 대표격인 Cabernet Sauvignon은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Spicy한 맛과 탠닌의 정도도 적당한 것이 너무 텁텁하지도 않고 너무 엷어 young하지도 않아 웬만한 품질의 Bordeaux에 밀리지 않는 느낌이예요.

Carneros지역에서 자랑하는 Merlot로 생산된 Mondavi Merlot는 꽃 내음 가득한 rich flavor를 자랑하지만, 개인적으로 Merlot를 좋아하지 않는터라 독특한 매력은 느끼지 못했어요.
그리고 기대했던 Fume Blanc 대신 나온 Chardonnay도 그렇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던 터라 Mondavi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Tasting Course와 Wine List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맛볼 수 없었던 식후주로 쓰이는 Moscato를 우연한 기회로 시음할 수 있어 그나마 색다른 경험이 됐었죠. Mondavi에서 식후주를 생산하는 줄은 몰랐거든요. 그 맛은 비록 프랑스에서 맛본 그것들에 미치지는 못했어도, 맛난 식사 후에 가볍게 곁들이기엔 좋을 것 같더라구요.

- solie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