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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사람들은 한낱 포도즙에 불과했던 와인에 문화적 상징을 부여했고 커뮤니케이션의 아주 훌륭한 도구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과연 누가 긴 와인의 역사 속에서 와인과 지독한 사랑을 나눴을까요. 흔히들 명사들이 애용하던 물건이나 어떤 브랜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기의 바람둥이’라고 하는 카사노바(Casanova)는 프랑스 와인과 치즈를 각별히 여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여인을 유혹할 때 카사노바는 로크포르(Roquefort) 치즈와 스위트 와인을 대접했다고 하지요.

이 로크포르 치즈는 양젖으로 만든 치즈 중 최고이자 ‘치즈의 왕’이라 불리는데, 이 치즈와 짝을 이룬 스위트 와인은 아마도 샤토 디켐(Chateau d’Yquem) 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몽글몽글한 덩어리 느낌의 텍스춰와 쿰쿰한 냄새가 풍기는 푸른 곰팡이들이 여기저기 피어난 로크포르 치즈는 현재에도 최고의 찬사와 최악의 비난을 동시에 받는 희귀한 치즈랍니다.

로크포르 치즈와 궁합이 맞는 와인으로 꼽는 와인은 샤토 디켐인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스위트 와인으로 강한 왕과 기품 있는 여왕이 만난 것과 같다고 전해집니다.

역사 속 와인 애호가라면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 프랑스 대사로 지내며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와인 생산지를 관찰했고 와인의 맛 또한 진지하게 음미했습니다. 특히 메독 여행 후 남긴 기록에서 이 지역 대표 와인들의 등급을 샤토 마고(Chateau Margaux),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 그리고 네 번째로 샤토 라피트 로쉴드(Chateau Lafite Rothschild) 로 매겼지요.

이는 레드 와인 중 인상 깊었던 순으로 매긴 것이며 샤토 디켐을 ‘프랑스와 이태리를 통틀어 최고의 와인’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는 1784년 산 250병을 직접 구매 요청을 했을 뿐 아니라 미국에 귀국해 다시 40박스의 디켐 구매 요청을 했습니다. 10박스는 자신의 것이며 30박스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 것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듯하지요.

부르고뉴의 샹베르탕 와인을 즐겼다고 전해지는 보나빠르뜨 나폴레옹 1세는 친구였던 모에-샹동(Moët&Chandon)의 장 레미 모에(Jean-Remy Moet)의 초대로 샹파뉴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모에-샹동 샴페인을 마셨는데, 황제가 마셨다는 의미에서 브뤼 임페리얼(Brut Imperial) 이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당시 보르도와 부르고뉴에 비해 역사와 전통이 짧았던 샴페인 중개업자들과 생산자들이 새로운 전통을 만들기 위해 귀족이나 왕실에 연줄을 대려고 노력했는데, 이 또한 그런 노력의 하나였겠죠.

영국의 대정치가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은 하루에 샴페인 한 잔씩 마셨다는 샴페인 애호가였다고 합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그와 샴페인은 잘 매칭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승리하면 마실 자격이 되고 패배했을 때도 필요하다’란 샴페인에 대한 명언을 남길 정도랍니다.

그는 우연히 폴 로제(Pol Roger)의 샴페인을 마신 후 폴 로제를 최고의 샴페인으로 꼽았고 1944년에는 폴 로제의 최고 경영자인 오데트 폴 로제(Odette Pol-Roger)를 만나 30년이 넘는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절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계속되던 두 사람의 우정과 폴 로제에 대한 각별했던 사랑은 처칠이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끝이 나는 듯 했지만, 폴 로제에서는 고인에 대한 추억과 애도의 뜻으로 ‘윈스턴 처칠 경 퀴베’(Cuvee Sir Winston Churchill)란 최고의 빈티지 샴페인을 탄생시키기에 이릅니다.

처칠의 생전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이 샴페인은 건장하고 탄탄한 구조감, 중후한 성숙미를 강조해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태양왕 루이 14세가 극찬했다는 토카이(Tokaji), 프랑스의 작가이자 계몽사상가 볼테르(Voltaire)가 가장 좋아했다는 보졸레 와인 등 역사 속 와인 애호가와 즐겼던 와인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이제 지난 1년을 정리하는 12월, 나의 역사 속에서 기억에 남는 나만의 와인이 무엇인지 헤아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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