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고르고 모으는 은밀한 기쁨
와인 애호가에게 갖가지 와인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중요한 집안 행사를 치루기 위해 와이너리에서 직접 와인을 몇 상자를 사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태어난 해의 와인을 사 둔다고 합니다. 우리도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생일이나 연말연시 등 각종 기념일을 위해 와인을 준비하는 것 또한 와인 컬렉션의 첫 걸음이 아닐까요.
2004년 10월 31일자 와인 스펙테이터 (Wine Spectator)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와인 컬렉션의 가이드’에 대한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와인을 컬렉션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 3가지를 꼽았는데, 인내심과 배우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경제력을 꼽았습니다. 물론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조건입니다.
먼저 기본적인 사항은 총 구입하고자 하는 와인에서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와인과 숙성이 필요한 와인으로 나눠서 꼼꼼히 계획을 짜야 합니다. 그리고 와인을 마시는 빈도, 보관 장소의 크기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밝힌 와인컬렉션의 4가지 타입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적인 컬렉션(the global cellar, 세계 주요 와인생산지 위주의 컬렉션), 수직적인 컬렉션(the vertical cellar, 보르도 지방 위주의 컬렉션), 지역적인 컬렉션(the regional cellar, 부르고뉴 지방 위주의 컬렉션), 투자를 위한 컬렉션(the investment cellar)이 그것입니다.
세계의 와인 생산지를 기준으로 와인을 모으는 국제적인 컬렉션은 여러 생산지와 품종을 골고루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와인 경험이 짧은 초보자들에게 적당한 방법입니다.
보르도 지방의 주요 아뻴라시옹 위주로 다른 빈티지의 와인을 모으는 수직적인 컬렉션은 와인의 개인적인 취향이 확실해진 애호가들에게 권하는 방법입니다. 빈티지 차이를 알게 되면서 와인의 묘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방식은 나파나 소노마의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에도 쉽게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지역적인 컬렉션은 복잡하고 수많은 마을단위의 생산지로 나눠진 부르고뉴에 초점을 둡니다. 가장 쉬운 선택방법은 평소 좋아하는 중요 지역의 와인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복잡하고 어렵다고, 컬렉션을 완성하는데 부르고뉴 와인을 뺀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지 모릅니다.(세가지 요건 중 기꺼이 배우려는 마음자세를 기억하십시오.)
마지막으로 투자를 위한 컬렉션의 목적은 일정시간이 지나 금전상의 가치 상승을 거둘 수 있는 와인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투자급 와인들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수집할 수 있는 수량도 적어집니다. 보통 이런 희귀하거나 투자가치가 높은 와인의 공식적인 거래 방법은 경매인데, 경매에서 와인을 살려면 최소 물량이 1상자에서 반 상자가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당신이 사들인 와인이 꼭 투자가치를 가지게 될 거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전에 구입하려는 와인에 대해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합니다. 장기 보관력이나 품질과 빈티지는 물론이고 처음 출시 후 얼마정도 가격이 상승했는지, 와인이 가진 명성이나 지명도 등등을 알아봐야 합니다. 경매에 출품되는 와인은 소유나 보관 상태를 알 수 없어 낭패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와인의 출처(소유자의 보관역사) 또한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알아두면 요긴한 와인 컬렉션의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좋아하는 보르도 와인은 엉 프리뫼르나 또는 출시되자마자 구입하는 것이 가장 저렴합니다.
2. 와인 전문 잡지나 와인 웹 사이트를 통해 훌륭한 와인의 정보와 출시를 수시로 확인합니다.
3. 마실 수 있는 양보다 많이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턱대고 필요이상으로 사서 오랫동안 보관하다 와인이 상해버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중에는 2003년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의 예약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2003년 유럽의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고 보르도는 최상의 빈티지를 얻게 되었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벌써 발 빠른 애호가들은 각종 자료를 찾아 좋아하는 혹은 가치 있는 와인을 컬렉션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책과 인터넷을 뒤지면서 나만의 와인을 찾는 순간의 기쁨은 생각보다 큽니다. 누구와 마실지,언제 마실지를 하나하나 헤아려가며 고르고 또 고를 때의 기쁨, 와인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행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