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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2005년 12월 31일 자정이 가까운 밤.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은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셋! 둘! 하나! 2006년 새해입니다!”
“축하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터져 나오는 환호와 웃음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술잔을 들어 부딪히며 건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순간
“쨍그랑”
찬 물을 끼얹은 듯 갑자기 조용해지며 소란스러움을 일순간 잠재운 소리의 진원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쏠렸다. 어이없게 글래스를 깨버린 한 남자가 말했다.
“크루그(Krug)가 아니어서요.”

간 큰 남편도 아니면서 ‘크루그가 아니면 사양한다(No Krug No Thanks)’고 주장하는 샴페인 크루그(Krug)의 광고입니다. 처참하게 깨진 샴페인 글래스 때문에 자칫 부정적인 의미를 줄 수도 있지만, 전혀 개의치 하지 않는 듯 싶습니다. 표현이나 어프로치 방법 모두 자신만만합니다.

‘샴페인 맛을 안다면 크루그지’,‘이것저것 마실 시간 없어. 크루그 하나면 충분해’ 등등이 바로 대담한 크루그의 주장이자 크루그의 추종자들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광고의 포인트는 ‘Krug = 최고의 샴페인’. 광고 어디에도 ‘최고’라는 표현은 없지만 깨진 샴페인 글래스, ‘No Krug No Thanks’ 란 카피 한 줄에서 오만하리 만큼의 크루그의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크루그의 추종자들에겐 그들만의 만족을 주는 광고입니다.

일반 소비자 층- “크루그가 그렇게 대단한 샴페인인가?”
크루그 매니아 층- “당연하지.”

이쯤 되면 크루그가 어떤 샴페인인지 알아보지 않을 수 없겠군요. 최고급 샴페인 생산을 목표로 1843년에 설립된 크루그 하우스는 현재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 LVMH 소속입니다.

크루그 하우스는 프랑스가 인정하는 최고 등급의 포도밭을 4개 소유하고 있는데, 손으로 수확한 후 법으로 정한 기준 2,550 리터(포도 4,000kg 기준 포도 원액 산출량) 보다 적은 2,050 리터 만을 받아냅니다.

작은 오크통에서 1차 발효를 시키는 전통적인 발효 방식은 포도의 다양한 향과 풍부한 맛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비용과 생산성 문제 때문에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크루그는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죠.

샴페인은 블랜딩의 결정체이자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크루그 하우스의 스타일은 이 예술과 같은 블랜딩이 놀라울 만큼 조화롭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크루그의 넌 빈티지 샴페인, Krug Grande Cuvée NV 는 6-10년 정도 숙성 시킨 와인을 블랜딩해서 만듭니다. 보통 3년 정도 숙성 시키는 다른 샴페인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외에 우수한 해에만 생산하는 Vintage Champagne, Krug Rose, Clos du Mesnil 이란 포도밭에서만 나는 포도로 만드는 블랑 드 블랑 샴페인, Krug Clos du Mesnil 이 있습니다. 특히 이 Krug Clos du Mesnil의 경우, 매우 깊고 복합적인 샴페인으로 샴페인 중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잘난 척도 은근히 해야 미움을 받지 않는데, 크루그는 당당합니다. 어쩌면 돌아가기 보다는 정곡을 찌르는 공략법을 택한 것이 크루그다워 보입니다.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이 광고를 보면 크루그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샴페인 크루그를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요…

*베스트와인에서 만날 수 있는 관련 정보
Solie의 프랑스 와인여행기 I - Remi Kr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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