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엑스포로 가는 길목에서... ]
동화 속에서 거짓말쟁이로 묘사된 양치기 소년 아시죠? 늑대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나타났다구 외친 그 양치기 소년 말입니다. 오늘 제가 갑자기 양치기 소년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냐구요? 저는 열심히 얘기를 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한두번의 경험으로 저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시려고 하지 않는 것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설득력이 없어서 일까요?
하지만, 이것은 저의 얘기고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 양치기 소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외국의 와인 문화를 우리 것으로 수용하려는 그 중간 단계에 있는 우리의 이야기 일수도 있구요.
우선 제가 생각하는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쟁이 이기보다는 그의 상상력에 따라가지 못하는 표현력으로 지닌 아이였을 것 같습니다.
혼자서 양을 치면서 바위를 보고 아 저것은 꼭 곰과 같이 생겼구나. 나무를 보고. 아 저것은 우리 아버지 뒷모습 같이 생겼구나 하고 생각하는 그런 아이 말입니다. 그런데 늘 혼자서 양들과 자연과 벗하고 지낸 그에게 부족했던 것은 사람들과의 대화였고, 그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감정을 정의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람 소리도 심상찮고, 풀잎의 움직임도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떨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마을에 있는 동안 늑대 이야기를 들은 거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설명할 수 없었던 자신의 감정과 비슷한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늑대"라는 것을 알게 된거죠. 그래서 어느 날 또 다시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늑대에요!! 늑대가 나타났어요!!' 라고 했다는 거죠.
여러분의 "늑대"는 무엇입니까?
내 앞에 따라진 와인의 향을 다른 사람들처럼 유식하게 판독하지 못할까봐 걱정되십니까? 레스토랑에서 시킨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릴 와인을 고르지 못할까봐 조심스러우십니까? 다른 사람이 좋다고 혀를 내두르는 와인이 맛이 없게 느껴질까봐 아니면, 나의 입맛이 다른 분들의 입맛보다 떨어질까봐 불안하십니까? 이런 것들이 여러분의 "늑대"입니까?
혹, "늑대"라는 말 대신 여러분들은 "블랙 커란트", "까시스", "송로 버섯", "구즈 베리" 라는 말을 쓰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다 쓴다고 해서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쓰시는 용어들은 없으십니까? 실질적으로 그렇게 느끼지고 않으면서 주위의 소위 '고수'라는 분들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으십니까? 신문에 난 기사들을 검증없이 받아들이시고 계시지는 않으십니까?
와인 문화는 하루만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너무 성급하게 그 모든 것을 내것으로 만드려고 하지 마세요. 진짜로 늑대와 만나고, 블랙 커란트로 배도 채워보고 하면서 하나 하나 체화되는 와인 문화.
정확하지 않은 사실들이나 편견 또는 "늑대"들이 있어다면 그때 그때 참고서를 뒤져보고, 재차 확인해 보며 다른 사람들이 쓰는 테이스팅 노트가 아니라 자신이 작성하는 테이스팅 노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건 엇그제 어느 와인업계에 계신 분한테 들은 건데, 늘 명심하고 있어할 거 같아 여기에 적습니다.
"와인에 있어 영원한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와인은 같은 와인이더라도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릅니다. 오늘 내가 마신것과 다른 사람이 마신 것도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늘 우리가 마셔본 와인보다 더 많은 수의 와인 세계 곳곳에서 생산 판매되고 있음을 기억하고 그 만큼의 포용력을 가지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달에는 빈엑스포, 전세계 와인이 한곳에 모이는 그곳으로 가볼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달에는 와인들의 완전 경쟁이 이루어지는 빈엑스포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요?
테이블 와인이 그랑 크뤼와 당당히 겨루기도 하고, 가장 고지식한 의견들이 과학적인 실험과 실제 경험으로 번복되는 와인의 행사. 궁금하시죠? 저와 양치기 소년은 참가 신청을 했는데, 같이 가실 분은 다음 달 이곳에 집합하는 것 잊지 마세요!! 가자~! 새로운 와인의 세계로 그리고 새로운 경험의 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