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우리는 "바디"에 대해서 얘기했었죠? 바디가 와인의 묵직함의 정도, 또는 맛의 진하기에서 느껴지는 "무게"라구요. 이번 글에서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무엇이 와인의 바디를 형성하게 되는 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자. 그럼 자세한 설명을 시작해 볼까요?
우선, 첫 등장 인물은 알코올! 물 다음에 와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알코올입니다. 알코올이 많이 들어있으면 우선 무게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전문제1] 알코올 도수를 제외한 다른 내용물의 양이 같다면 알코올 도수가 7-8도 정도 되는 독일의 화이트 와인과 알코올 도수가 13-14도 되는 칠레산 화이트 와인 중 어는 것이 더 묵직하게 느껴질까요?
[답] 넘 쉽죠? 당연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이 더 묵직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한번 실험해 보세요.
[실전문제2] 그럼, 같은 알코올 도수라도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의 바디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답] 탄닌, 당분 등 포도 자체의 추출물에 있습니다.
이것들이 와인의 구성성분 중 알코올 다음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입니다. 탄닌이 많으면 와인이 걸쭉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냥도 이해되시죠? 그리고 당분이 많은 경우에도 와인의 묵직함이 더해지죠.
설탕물 또는 꿀물과 그냥 물을 비교해 보면 잘 아시겠죠? 하지만, 당분이 많다고 해서 꼭 묵직한 것만은 아닙니다. 당분은 높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Asti의 화이트와인이나, 독일의 아이스와인 등은 샤또 디켐과 같이 알코올 도수가 14도 되는 와인과 비교했을 때 그 바디가 상대적으로 라이트하게 느껴지는 거죠.
즉, 알코올과 탄닌, 당분 등의 포도 추출물 등의 다양한 조합이 와인의 바디를 형성하는 거죠. 하지만, 체격이 인격은 아니듯 와인의 품질은 무게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키만 멀대 같이 크거나 덩치만 산같은 와인은 싫겠죠? 키가 작더라도 나름의 매력과 향기를 지닌 와인이면 좋겠지만 말이에요. 상상해 보세요. 탄닌이 거침 수염처럼 나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 묵직한 와인인데, 그에 상응하는 부께나 아로마가 없다면, 너무 아쉽겠죠? 와인의 맛과 무게가 적절하게 조화될 때에나 맛이 좋은 와인이 나오는 거죠.
와인이 점차 전세계로 확산되고 각 국가의 다양한 조리 방식에 어울리는 와인, 즉, 바디가 강한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 와인 생산자들이 고민 중이죠. 점점 강한 맛의 와인, 다양한 조리 방식에 어울릴 수 있는 와인, 강한 향신료에도 뒤지지 않을 묵직함을 지닌 와인을 많이 찾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이 20세기와 21세기 와인 산업의 핵심 문제 중 하나입니다.
신흥와인생산국의 와인 생산자들은 기존의 와인 생산 국가들보다 전통에 대해 더 자유로워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와인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크 숙성을 통해서 와인에 탄닌 성분을 부풀리기도 하고, 최대한 늦게 포도를 수확하여 당분이나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유럽의 와인 생산국들에서 이 경향을 점차 쫓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무게를 너무 부풀리려다 비만을 낳으면 안되겠지요? 비만은 곧 성인병이라고 하잖아요?
"와인은 풀바디여야해!" 라고 하시는 분을 만난 적이 있나요? 사람들의 체형과 멋이 다 다르듯, 와인도 얼마나 다양한 데 한 가지만 고집하세요?
새로운 와인, 새로운 바디, 새로운 맛.
그 수많은 가능성의 세계로 빠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