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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 출신의 알렉스 감발이 프랑스 부르고뉴의 본(Beaune) 지역에서 와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순전히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1993년에 프랑스를 방문한 그는 본의 양조 학교에서 수학한 후 1997년에 와인을 병입, 판매하는 네고시앙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직접 만든 와인의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도멘 알렉스 감발’(Domaine Alex Gambal)을 설립한그는 오늘날연간 6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부티크 와인생산자로 자리 잡았다.그가 만드는 와인의 대부분은 전세계 20여 개 국가로 수출되는데, 국내에는 하이트진로를 통해 여덟 종의 와인이 수입되고 있다.
 
기자는 최근 한국을 찾은 도멘 알렉스 감발의 공동경영자, 알렉산더 브로(Alexandre Brault) 씨를 만나 몇 가지 궁금했던 점을 물어볼 기회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배타적인 것으로 알려진 부르고뉴 지방에 미국인이 설립한 와이너리가 어떻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브로 씨의 대답은, 부르고뉴 와인 산업 전체가 겪어 온 지난 20년 간의 변화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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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부르고뉴의 와인 산업은 대대로 이어져 온 가족 단위의 소규모 양조장이 주를 이루었고 이들은 네고시앙 같은 대리인을 통해 와인을 만들어 유통시켰다. 그러다가 약 20-30년 전부터 와인을 직접 만들어 병입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시장을 방문하여 고객을 만나 와인을 알리는 활동 역시 와이너리의 구성원이 맡아 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와인 가격 상승인데, 한정된 수량의 와인을 예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려면 좀더 효율적으로 마케팅, 판매, 유통 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시스템에 변화가 일면서 부르고뉴의 와인생산자들은 비즈니스적인 또는 기업적인 관점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거대한 와인 시장인 미국, 그리고 미국과 부르고뉴를 잇는 대리인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졌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감발 씨는 부르고뉴에 정착할 당시 이곳에서 미국으로 와인을 소개, 유통하던 주요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입지를 다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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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 산업에서 감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변화는, 포도나 와인을 다른 생산자로부터 구입한 후 대신 병입, 판매하는 네고시앙의 개수가 예전에 비해 몇 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포도를 구입하는데 있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도멘 알렉스 감발 역시 포도를 사들여서 와인을 만들기도 하며 이는 전체 와인생산량의 10%를 차지), 다행히 도멘 알렉스 감발은 직접 소유한 포도밭의 면적을 넓혀 나간 덕분에 포도를 사들이는 비율이 낮다. 이와 관련해서 브로 씨가 들려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 공유한다. 같은 마을에서 수 세대에 걸쳐 이웃으로 지내다 보면 마을 사람들 사이가 항상 화목하리란 보장은 없다. 행여 다툼이라도 생기면 팔았던 포도도 되찾아 올만큼 이웃과의 사이가 나빠지기도 하는데, 이럴 때 득을 보는 것은 제3자가 되기 십상이다. 도멘 알렉스 감발도 이런 식으로 운 좋게 포도를 구입한 적이 있다고 한다 (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포도를 구입하는데 애를 먹은 일은 없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브로 씨의 답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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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변화의 바람이 비껴가지 않았지만 부르고뉴의 와인 산업은 여전히 독립적이다. 즉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트렌드에서 여전히, 훨씬 더 자유롭다. 이는 소비자들이 부르고뉴 와인에 있어서 만큼은 전통이나 철학 같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우선시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양조자의 겸손함을 덕목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설사 당신이 패키지의 모던함을 발견하고는 칭찬을 늘어놓더라도, 부르고뉴 와인생산자들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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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나 신세계 와인에 비해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 또한 부르고뉴 와인 산업의 독자성에 기여한다. AOC로 대표되는 부르고뉴 와인의 위계, 수많은 포도밭과 그 안에서 또다시 나뉘는 구획 등을 이해하기까지 소비자들은 숱한 경험을 쌓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하물며, 이방인으로써 이곳에서 와인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일을 벌인 이에게는 얼마나 많은 노고가 뒤따랐을까. 다행히도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도멘 알렉스 감발은 설립자의 노고와 인내심이 보상 받고 있다고 할 만큼 좋은 평가를 받으며 그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국내에는 하이트진로를 통해 도멘 알렉스 감발의 여덟 개 와인이 유통되고 있는데, 각 와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여기]를 참고하면 된다.
 
 
수입 _ 하이트진로 (02. 3014. 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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