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칠레와 더불어 남미에서 중요한 와인 생산지인 아르헨티나의 와인을 소개하는 시음회가 열렸다. <말벡 월드데이>라는 기치 아래 열린 이 시음회는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아홉 개 도시에서 이어지는 행사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서울에서만 개최되었으며 국내 12개 수입사가 참여하였다.
말벡(Malbec) 품종의 전형적인 특징은 검정에 가까울 정도로 진한 껍질의 색상인데, 이 때문에 말벡 와인을 ‘잉크 와인’이라고도 한다. 말벡은 프랑스 남서부의 토착품종으로 까오르(Cahors) 지역에서 주로 재배한다. 한때 보르도에서 다른 품종들과 섞어 사용했지만, 봄 서리에 약하고 끌루(coulure, 개화기에 추위와 흐린 날씨 때문에 수분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현상)가 많아서 지금은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고향인 프랑스를 떠나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말벡은 특히 멘도자(Mendoza)의 자연환경과 최고의 조합을 이루며 오늘날 아르헨티나의 대표 품종으로 자리잡았다. 아르헨티나는 전세계 말벡 생산량의 86%를 생산하며, 아르헨티나에서 재배하는 품종들 중에서도 말벡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아르헨티나 말벡의 특징을 꼽자면 풍부하고 잼 같이 느껴지는 검은 과실의 풍미와 오크 숙성을 통해 발전된 와인의 구조감 및 장기 숙성 잠재력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대표적인 말벡 와인
■ 안델루나 Andeluna (와이넬 수입)
‘안데스의 달’이란 뜻을 가진 와이너리 안델루나는 멘도자의 투풍가토(Tupungato) 밸리에 위치해 있다. 해발 1300 미터의 높은 언덕에 자리잡은 포도밭은 천혜의 재배환경을 자랑하며, 마누엘 곤잘레스가 이끄는 양조팀과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메이커이자 컨설턴트인 미쉘 롤랑이 팀을 이루어 최고의 품질을 갖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 안델루나의 1300 시리즈 와인. 레이블의 1300은 포도밭의 고도(1300m)를 의미한다.
▲ 안델루나 리제르바 시리즈 알티튜드(Altitud)와 그랑 리제르바 시리즈 파시오나도(Pasionado) 와인
한편, 토론테스(Torrontes)는 아르헨티나의 중요한 청포도 품종으로 아로마와 산도가 강하다. 안델루나 1300 토론테스는 생기발랄한 봄을 연상시키는 향이 풍부하고 산도가 과하지 않으며 목 넘김도 부드럽다. 산도가 강한 화이트와인을 꺼려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와인이다. 안델루나 알티튜드 샤르도네는 파인애플, 열대과일, 토스트의 향이 나고 조화로운 풍미를 선보이며 섬세하고 부드럽다.
말벡,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등 네 가지 품종으로 만드는 파시오나도 꽈뜨로 세파스(Pasionado Quatro Cepas)는, 각 품종의 특성이 조화를 이루며 깊이와 부드러움을 전달한다. 카베르네 프랑 품종으로만 만든 파시오나도 카베르네 프랑 와인은 은은한 향신료 향과 함께 초콜릿, 잘 익은 과실의 향이 풍부하며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무게감과 긴 여운을 선사한다.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던 안델루나 최고 와인으로,안심 스테이크 같은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알토스 라스 오르미가스 Altos Las Hormigas (엘비와인 수입)
스페인어로 ‘개미떼’라는 뜻의 오르미가스는 고품질의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으로, 특히 리제르바는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다. 이곳의 말벡 클라시코는 신선한 베리 향과 적당한 산미를 지녀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좋다.
■알타 비스타 Alta Vista (레뱅드매일 수입)
샴페인 하우스 파이퍼 하이직(Piper Heidsieck)을 운영하던 다울랑 가문이 투자한 와이너리이다. 프랑스 출신의 양조팀이 멘도자의 말벡과 북부 살타의 토론테스 품종으로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며, 1990년대 아르헨티나에서는 최초로 단일 포도밭 말벡 와인을 생산하며 주목 받았다. 클래식과 프리미엄 와인은 가격 대비 고품질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말벡으로 만든 싱글 빈야드 세레나데는 단단한 구조감과 과실 풍미가 돋보였고 아이콘 와인인 알토(Alto)는 풍미의 집중도가 대단하다.
■끌로 드 로스 시에떼 Clos de Los Siete (길진인터내셔날 수입)
‘7개의 땅’이란 뜻을 가진 와인으로, 아르헨티나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다본 미쉘 롤랑이 샤또 라피트를 포함한 보르도의 샤또 소유주들과 함께 만들어 주목 받았다. 달콤한 과실 풍미와 진하고 강한 타닌, 긴 여운이 느껴지는 풀 바디 와인으로 숯불 향이 잘 배인 소고기 바비큐와 잘 어울릴만한 와인이다.
■까떼나 자파타 Catena Zapata (신동와인 수입)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저서 에서 남미의 와이너리 중 유일하게 소개된 곳이다. 2008년 빈티지 아드리아나 말벡(Adrianna Malbec)이 붉은 과실, 코코넛, 다코 초콜릿의 풍미와 함께 부드러운 감촉을 지닌 여성스러운 와인이라면, 2008년 빈티지 아르젠티노 말벡(Argentino Malbec)은 검은 과실의 풍미와 강건한 힘을 지닌 남성적인 와인이다.
■트라피체 Trapiche (금양인터내셔날 수입)
1883년에 설립된 트라피체는 세계 4위, 남미 제1의 와인기업으로, 미쉘 롤랑의 양조 노하우가 반영된 이스까이(Iscay)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아르헨티나 와인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2009년 빈티지 이스까이 말벡 카베르네 프랑 (Iscay Malbec Cabernet Franc)은 잘 익은 붉은 과실의 향이 풍부하고 입 안에서 부드럽고 우아한 질감을 전한다.
■아차발 페레 Achaval Ferrer (신세계 L&B 수입)
1998년에 설립되어 고품질의 레드와인만 생산해 온 곳으로, 이태리 와인 양조 기술을 바탕으로 지나친 오크 사용을 자제하고 지나치게 긴 숙성을 피한다.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하는 핀까 알타미라(Finca Altamira), 핀까 미라도(Finca Mirador), 핀까 벨라비스타(Finca Bella Vista) 와인은 맛과 향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수확량을 철저히 조절한다. 국내에 새롭게 소개된 아차발 페레의 정상급 와인인 알타미라는, 잘 익은 과실 풍미, 적당한 산도, 벨벳 같은 타닌이 완벽할 정도로 조화를 이루며 긴 여운을 선사한다.
■보데가 노에미아 Bodega Noemia (루벵코리아 수입)
멘도자의 남쪽 리오 네그로 밸리에 위치하고 있는 와이너리이다. 이태리의 와인생산자 노에미 마로네 신짜노와 데니쉬 그리고 와인메이커 한스 빈딩-다이어스는 아르헨티나에서 포도를 재배하기에 완벽한 지역으로 이곳을 선택해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말벡 와인만 생산하는데, 보데가 노에미아 말벡 2011(Bodega Noemia Malbec)은 블랙 라스베리, 모카, 바닐라의 농익은 풍미가 매력적이며 조화롭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섬세하지만 긴 여운 또한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