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수입사 나라셀라가 마련한 와인 디너에서 12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정통 ‘키안티’ 와인생산자이자 '키안티 클라시코’가 DOCG 등급을 획득하는데 크게 기여한 퀘르체토(Querceto)의 와인을 만나 보았다.

▲ 퀘르체토는 프랑스계 이주민인 프랑수아 가문이 설립한 포도원으로, 키안티 지역 내에서도 자갈이 풍부한 그라베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키안티 클라시코라는 이름과 오늘날의 수탉 문양을 창조한 '키안티 클라시코 컨소시움’의 창립 멤버이기도 한 퀘르체토는, 오늘날 이 지역 역사를 대변하고 있으며 정통 키안티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자리에는 기본급 와인이지만 어떤 요리와도 매끄럽게 어울리는 조화를 보여주었던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Vernaccia di San Gimignano)’ DOCG 와인을 시작으로, 가격 대비 놀라운 품질을 보여주는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Chianti Classico Riserva)’ DOCG 와인, DOCG를 거부한 IGT 와인 '라 꼬르테(La Corte)’, 멧돼지 라벨에 담긴 사연이 재미있는 '치냘레(Cignale)’, 그리고 빈산토(Vin Santo del Chianti Classico, 미수입) 와인까지 두루 선보였다. 이 모든 와인을 맛보고 난 후에는, 마치 퀘르체토의 와인이 키안티 클라시코라는 전통 속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끼를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퀘르체토의 와인들은 요리와의 조화도 좋지만, 기분 좋은 산뜻함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에 와인만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예들 들어, 화이트 와인인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사진 첫 번째 와인)는 사과, 배, 꽃, 견과류 등의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가볍고 깔끔한 와인으로, 식사 전에 식전주로 마시거나 스낵, 과일과 함께 즐기기에 좋다. 관자나 푸아그라 요리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두 번째 와인)의 경우, 산뜻한 과일 풍미와 기분 좋은 산도, 그리고 무겁지 않은 타닌을 지니고 있어 한잔 따라 단순히 즐기기에도 좋은 와인이다.
‘치냘레‘(세 번째 와인)는 또 어떤가. 사용하는 품종(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때문에 키안티 클라시코 DOCG 대신 IGT 등급을 획득한 이 와인은, 잘 익은 달콤한 체리의 풍미와 담뱃잎 냄새 그리고 흙내음이 멋지게 어우러지고 부드러운 타닌을 함유하고 있어, 와인 자체가 지닌 풍미와 질감을 천천히 음미하기에도 그만이다.
이 와인이 이탈리아어로 멧돼지를 뜻하는'치냘레’라고 불리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또는 억울한) 사연이 뒤따른다. 수확을 눈앞에 둔 어느 날, 포도밭에 멧돼지가 침입하여 하룻밤 사이에 잘 익은 포도를 몽땅 먹어 치우고 말았다. 사람들 손에 잡힌 이 멧돼지는 바비큐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는데, 멧돼지를 구울 때 마치 와인에 절인 고기를 굽는 것처럼 좋은 냄새가 사방에 퍼져 나가더란다. 치냘레 와인은 바로 이러한 일화에서 탄생하였으며, 멧돼지가 그려진 여섯 가지 와인 레이블은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 재미난 수집품이 되기도 한다.

단, 산조베제 품종만 사용해서 만든 '라 꼬르떼’(네 번째 와인)의 경우 검은 체리, 후추, 바닐라 등의 복합적인 풍미와 부드러운 타닌이 돋보이는데, 그릴에 굽거나 삶은 고기 요리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빛을 발하는 와인이다. 그리고 디저트 와인으로 잘 알려진 빈산토 와인은 말린 살구, 건포도, 견과류의 풍미가 잘 어우러져 입안 가득 달콤함을 선사하는데, 다른 스위트 와인에 비해 당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산도가 높아 푸아그라 요리와 같이 먹어도 잘 어울린다.
문의 _ 나라셀라 (02 405 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