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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는 전세계 와인 비즈니스의 핵심 전시회 중 하나인 프로바인이 개최되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프로바인 2014는 47개국 4,830개 전시 참가사와 48,000명 이상의 와인업계 종사자들이 참여한 기록을 남기며 전세계 와인과 스피릿을 아우르는 새로운 비즈니스 장으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신세계 앨엔비, 나라셀라, 길진, 하이트진로 등 다양한 수입업체와 와인 샵, 호텔 관계자들이 참여했는데, 기존 거래처와의 비즈니스 관계 유지를 위한 미팅뿐만 아니라 새로운 와인을 발굴하고 최신 시장 흐름을 읽기 위해 전시장 곳곳을 누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자 역시 프로바인에 참가하여 전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신제품을 접하고 다양한 세미나에도 참가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와인들 중에서도 특히 독일 전역에서 생산된 소규모 생산자들의 와인이 유독 눈에 들어왔는데, 그 중에서도 수령이 100년 이상인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알트 레벤(Alte Reven)’ 와인 시음은 아주 특별했다. 시음한 와인 중에는 포도나무의 수령이 무려 130년이 넘은 리슬링 와인도 있었는데, 특유의 깊고 진한 향과 더불어 우아한 자태가 인상 깊었다.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다양한 미니 와인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기존의 187ml, 375ml 용량의 와인뿐만 아니라 낮은 알코올 함유량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저알콜 와인, 피크닉을 겨냥한 컵 와인,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을 활용한 다채로운 패키지의 미니 와인들도 다수 출품되었다. 최근 국내 마트에서 187ml 소용량 와인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니 와인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데, 품질과 디자인의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켜줄 미니 와인이 국내에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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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거대한 전시장 내에는 브라질, 몰도바, 일본 등'와인 생산국’이라는 타이틀이 다소 생소한 낯선이름의 와인들도 전시되고 있었고, 특히 일본의 토착 품종인 코슈 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프로바인에서 첫선을 보이며 크게 주목 받았다. 비록 모든 와인을 시음해 보진 못했지만, 몰도바를 비롯한 일부 와인은 잘 알려지고 익숙한 기존의 와인들과는 분명히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이렇듯 개성 있고 매력적인 와인들의 시장성은 쉽게 단정지어 말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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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품질은 와인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와인들이 일정한 수준의 품질을 보여주면서, 와인의 디자인적인 요소가 와인 구매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프로바인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증명하듯, 레이블에 재미난 한 컷 만화를 그려 넣은 와인, 라디오처럼 생긴 Bag in bag 와인, 예술가의 손길이 담긴 아트 와인 등 다채로운 패키지의 와인들이 등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프로바인은 올해 20주년을 맞이하여 전세계 와인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의 주제는 <와인 산업: 전문가들이 바라본 2034년>으로, 오늘날 와인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떠올려 볼 때 프로바인이 제시한 2034년의 와인 산업의 모습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4년의 와인 시장의 핵심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이다. 지금도 소비자의 수요를반영한 다양한 와인들이 개발되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활동이 활발한데, 미래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셜 미디어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전달하는 기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와인 시장의 양극화, 레스토랑의 약화와 슈퍼마켓의 우세
현재 국내 와인 시장의 주요한 이슈이기도 한 온-오프 시장의 불균형 문제는 전세계적인 화두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2034년에는 슈퍼마켓이 와인산업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한다. 슈퍼마켓의 유통 파워는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며 전체 와인 유통 구조는 양극화되어 대량 생산 와인들은 다수의 소매상에 집중하는 반면 부티크 와인 생산자들은 좀더 전문성을 가진 판매자들 사이에서 각자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 판매 역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떠오르는 시장 중국, 최고의 와인 투자처는 북미 지역
20년 뒤에는 미국과 캐나다가 중국을 밀어내고 최대의 투자처로 급부상 할 것이라는 전망도 주목 할만 하다. 리서치에 참여한 와인업계 전문가 중 30% 이상이 북미를 비롯한 중국 시장에 투자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최근 중국이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와인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그보다 더 확실하고 거대한 투자처는 북미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성장 가능성 또한 그 어떤 곳보다도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또한 인도와 라틴 아메리카 역시 동유럽과 함께 성장하는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점점 더 중요해지는 포장재, 패키지
미래 와인 시장에서는 와인 그 자체뿐만 아니라 병, 레이블, 포장을 포함한 패키지 기술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 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TPO에 맞게 설계되어 편의성을 강조한 패키지, 개인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패키지, 친환경 소재로 만든 포장재 개발 등은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 갈 것이다.
 
점점 더 강해지는 규제, 그리고 기후변화의 위협
미래의 와인 산업을 둘러싼 가장 현실적이고도 큰 이슈는 와인뿐만 아니라 주류 카테고리 전반에 걸쳐 제기될'법적인 규제’라고 보고서는 말한다. 이미 담배 산업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법적인 규제는 판매 가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마케팅, 레이블, 심지어 소비(주류구입 나이 제한, 음주운전의 기준 등)에 대한 전 방위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전세계적으로 와인 산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 또한 와인의 미래를 위협하는 주요 요소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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