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몬테 바롤로 DOCG의 포도원 면적은 3천 에이커가 약간 넘으며, 총 11개 지구에서 포도를 재배한다. 이들 지구는 타나로 강 동쪽 구불구불한 산등성이에 늘어서 있으며 수많은 강줄기가 이곳을 관통하여 흐른다. 11개 지구 중에서도 주요 포도원은 서쪽의 라 모라와 바롤로 지구, 동쪽의 몬포르테, 카스틸리오네, 세라룬가다. 이 때 서쪽에 있는 라 모라와 바롤로 지구의 와인은 동쪽의 그것에 비해 더 부드럽고 섬세하다는 것이 바롤로 와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바롤로 지구에는 가장 넓고 탁 트인 포도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바롤로 와인은 젊고 생기가 넘친다.(‘이탈리아 와인가이드’,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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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롤로 지구의 서쪽에 위치한 비베르티 지오반니의 포도밭. 이곳의 고도는 400-500미터 사이로, 여타 바롤로 포도밭에 비해 고도가 높은 편이다. 덧붙이자면, 바롤로란 이름의 어원은 켈트어로 'bas reul’(아래, 낮은 곳을 의미)에서 유래한다.


바롤로 지구에서 '젊고’ '생기 넘치는’ 와인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와이너리가 있다. 바로 비베르티 지오반니 와이너리다. 비베르티 지오반니 와이너리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은 네비올로, 돌체토, 바르베라이며 약간의 샤르도네도 재배한다. 포도의 품질이 좋은 해에만 생산하는 세 종류의 특별한 바롤로 와인이 있는데, 각각 브리코 델레 비올레(Bricco delle Viole), 산 피에트로(San Pietro), 그리고 라 볼타(La Volta) 포도원에서 생산된다.

세 포도원 중에서 브리코 델레 비올레 포도원은 바롤로 지구의 동쪽 면에 위치해 있는데, 약 400m에 달하는 높은 곳에 위치하며 구조감보다는 향에 있어서 자신의 최고의 카드를 내민다. 이 때 '비올레’는 오랑캐꽃을 의미하는데, 오랑캐꽃은 바롤로 와인이 표현하는 신비로운 향들 중 하나다.(‘이탈리아 와인의 거장들’, 2012) 브리코 델레 비올레 바롤로 와인은 지난 20년 간 단 다섯 차례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빈티지가 뛰어난 해에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생산된 빈티지는 2006년으로, 허브, 꽃 향과 더불어 담뱃잎, 말린 과일 향들이 연이어 복합적으로 드러나며, 다른 바롤로 와인들에 비해 굵직한 선과 남성적인 면모를 지녔지만, 비베르티 지오반니 와인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섬세함을 잃지 않고 있다. 한편, 같은 빈티지의 산 피에트로 바롤로 와인은 브리코 델레 비올레 바롤로에 비해 색이 짙으며 향도 더 화려하고 풍성하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타닌은 살집이 있으며 공격적이지 않아서 지금 이 와인을 마시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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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베르티 지오반니에서 생산하는 싱글 빈야드 바롤로,브리코 델레 비올레 바롤로와산 피에트로 바롤로.바르베라, 바롤로, 바르바레스코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 와인은, 서늘한 곳에서 잘 보관하기만 하면 개봉하고 하루 이틀 지난 뒤에도 얼마든지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위 두 와인들과는 달리 봉 파드레(Buon Padre) 바롤로는, 위에 언급한 세 곳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와, 산 폰지오 포도원과 포사티 알레산드리아 포도원에서 재배한 포도를 혼합해서 만든다(Buon Padre는'좋은 아버지’를 의미). 이렇게 여러 포도원의 포도를 블렌딩해서 만드는 와인은, 단독 포도원의 그것에 비해 양조자의 섬세한 주의와 고도의 블렌딩 기술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단독 포도원 와인은 테루아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블렌딩 와인은 상대적으로 양조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오늘날은 정상급 단독 포도밭을 구분해 와인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과거의 몇몇 와인생산자들은 자신이 소유한 몇 가지 포도밭에서 나온 네비올로 포도를 블렌딩하여 하나의 와인을 만들었다.(‘이탈리아 와인의 거장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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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빈티지 봉 파드레 바롤로 와인은, 선명한 적갈색(높은 고도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특징), 강건하지만 공격적이지 않은 타닌, 무엇보다도 발사믹, 허브, 멘톨 등의 매혹적인 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런 풍미는 한두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잔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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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베르티 지오반니 와이너리는 1900년대 초, 안토니오 비베르티가 바롤로의 한 마을 베르녜에 세운 작은 숙박업소 겸 레스토랑 Buon Padre와 함께 인근의 포도밭을 매입한 시기에 설립되었다. 1967년에 아들 지오반니 비베르티가 아내 마리아와 함께 가업을 물려받으면서 가족 와이너리로서의 면모를 더욱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오늘날 지오반니와 그의 아들 클라우디오(아래 사진)가 함께 와이너리를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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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와이너리에서는, 아버지와 자녀간 양조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일화들이 있게 마련이다. 안토니오 비베르티와 그의 아들 클라우디오 사이에서도, 라 볼타 포도원을 둘러싸고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다.

어느 날 안토니오는, 라 볼타에 포도밭을 일부 소유하고 있던 친구로부터 포도밭을 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라 볼타에 포도밭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친구의 포도밭이 서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안토니오는 친구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평소 라 볼타 포도원이 지닌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던 안토니오의 아들 클라우디오는, 그러한 결정을 내린 아버지를 대신해서 아버지의 친구를 찾아가 제발 그 포도밭을 팔라고 애원했으나, 그는 이미 안토니오의 거절에 마음이 상한 상태였다. 클라우디오는 포도밭에 대한 욕심에 오기까지 더해진 나머지, 아버지의 친구가 부르는 대로 값을 쳐주고는 결국 라 볼타의 포도밭을 사들이게 되었다.

2006년에 이 포도밭을 사들인 클라우디오는 포도나무를 새로 심고, 이곳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독창적인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 와인은 Inisj(이니시,'시작’을 의미)라고 불리며, 네비올로를 주품종으로 사용하며 10% 내외의 비율로 바르베라 품종을 블렌딩한다.Inisj는 2010년이 첫 빈티지로,아직 오크통에서 숙성 중이다.바롤로가 비베르티 지오반니의 변함없는 플래그쉽 와인이라면, 이니시는 언젠가 피에몬테 와인의 거장이 될 꿈을 가진 젊은 와인양조가 클라우디오의 첫 실험작이라 할 수 있다. 아직시장에 출시 전인 2010년 빈티지 Inisj는, 잘 익은 붉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향신료의 향이 은은하며, 부드럽고 온화한 타닌과 함께 다부진 골격이 느껴진다. 알코올로 인한 무게감도 있는 편이다.


문의 _ 비노킴즈 (02 511 3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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