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론을 지키는기사

폴 자불레 애네
Paul Jaboulet Aine



북부 론은 론 밸리에서 가장 귀하고 값비싼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최북단에 있는 산지인 코트 로티Cote Rotie에서 시작해 코르나스Cornas와 생페레St-Peray까지 뻗어 있다. 이 사이에는 다섯 곳의 산지, 콩드리외Condireu, 샤토 그리에Ch. Grillet, 생조세프St-Joseph, 에르미타주Hermitage, 크로즈 에르미타주Crozes-Hermitage가 있다.

코트 로티 Cote Rotie
코트 로티는 에르미타주와 함께 최고급 프랑스 레드 와인으로 꼽힌다. 규정상 코트 로티는 소량의 청포도(5% 가량의 비오니에)를 섞어서 만드는데, 이는 비오니에의 크림 같은 질감이 시라의 투박한 느낌을 보완하고 코트 로티에 매혹적인 향을 가미한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코트 로티의 유명한 와인 생산자를 들라면 엠 샤푸티에M.Chapoutier와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ine를 꼽는다.

폴자뷸레_와이너리2.jpg에르미타주 Hermitage
18-19세기에 에르미타주는 프랑스에서 가장 값비싼 레드 와인이었다. 당시 샤또 라피트나 샤또 마고 같은 1등급 와인들이 보르도 와인에 깊이감, 빛깔, 농후함을 더욱 가미하기 위해 에르미타주 와인을 은밀히 블렌딩했다고도 전해진다.
에르미타주의 어원에 관련해서 ‘Hermit(은둔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십자군 전사 가스파르 드 스트랭베르Gaspard De Sterimberg는 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뒤 여왕에게서 언덕 꼭대기에 은신처를 지을 권리를 하사받았는데, 에르미타주 언덕 위에 지금도 존재하는 돌로 지어진 작고 오래된 예배당은 바로 그때 지어진 것이다. 그리고 폴 자불레 애네의 최고급 와인 라 샤펠La Chapelle의 이름은 이 예배당(Chapelle)에서 유래했다.

크로즈 에르미타주 Crozes-Hermitage
크로즈 에르미타주는 에르미타주의 전통을 따라 시라 품종으로 레드 와인을, 마르산과 루산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크로즈 에르미타주의 포도밭은 에르미타주 언덕의 동쪽과 남쪽으로 뻗어 있는 평지에 자리잡고 있으며, 에르미타주에 비해 열 배는 넓다.
레드 와인은 코트 로티나 에르미타주에 비해 가볍고 매력이 덜하지만, 잘 만들어질 경우, 가격은 에르미타주의 절반도 안 되면서 품질은 대응한 수준을 보이기도 한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대담하고 직설적이며 감칠맛 도는 와인으로, 일반적으로 뚜렷한 과일향과 오일 같은 매끄러운 질감을 보인다.

코르나스 Cornas
고대 켈트어로 ‘타버린 땅’이라는 뜻의 코르나스는 북부 론 맨 아래쪽에 위치해 있으며, 시라 품종을 사용한 레드 와인만 생산한다. 코르나스 와인에 있어서 숙성은 중요한 요소인데, 론 밸리에서는 일반적으로 7-10년 동안 숙성시킨 뒤 마신다. 최상급 코르나스의 경우 농밀하고 뚜렷하며 남성적이고 진한 흰후추 향이 입안을 자극한다. 코르나스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와인은 아니지만 마니아들은 이 코르나스 와인에 탐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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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론의 상징: 폴 자불레 애네

1834년 자불레 가문에 의해 설립된 이후 폴 자불레 애네는 론 밸리의 벤치마크로 자리잡아 왔으며(2차 세계대전 이후 폴 자불레는 론을 대표하는 생산자로 인식되어 옴), 대표적인 와인인 Hermitage La Chapelle 에르미따주 라 샤펠로 세계적인 명성을 구가해 왔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과잉 생산과 부주의한 양조과정에 기인하여, 자불레 와인의 품질은 불규칙해졌고 다른 론 와인생산자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2000 La Chapelle이 대표적).

이렇게 예전의 명성이 바래져 가고 있던 즈음 폴 자불레 역사에 획을 긋는 변화가 일어났는데, 2006년 1월, 스위스인 재력가 자크 프레이 Jacques Frey가 여러 경쟁자들(론뿐만 아니라 보르도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폴 자불레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프레이 가문은 당시 보르도 3등급 샤또 라라귄 Ch. La Lagune(지금도 소유하고 있음)과 샹파뉴 지역 포도밭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었다(2005년, 볼랭저에 매각).

2000년대 중반에 일어난 일련의 굵직한 변화 이후, 세계의 와인전문가들은 과연 폴 자불레가 어떤 방식으로 옛날의 명성을 회복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Decanter의 John Livingstone-Learmonth(2009)는 폴 자불레를 인수한 프레이 가문이 당면한 딜레마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내가 오랫동안 보아왔던 북부 론이 지닌 강력하고 뿌리깊은 유산은, 지금과 같이 모던한 와인에 익숙해져 있는 많은 이들로부터 과소평가되고 있다. 보르도의 와인전문가 대부분이 론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생조셉같은 지역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른다….시라는 북부 론에서 가장 중요한 품종이지만 부르고뉴나 보르도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Decanter의 Steven Spurrier(2008)는 폴 자불레의 최근 빈티지 와인들을 시음한 후 “지난 몇 년간 보여주었던 품질에 비해 개선된 점들이 관찰되며, 프레이 가문이 가져온 새로운 변화들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를 두 마디로 요약하자면 ‘modern Rhone’이다”라고 자신의 칼럼에서 언급하였다.

오래 전부터 론 와인생산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 와인을 시음하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 온 이 두 칼럼니스트가 전하는 공통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들이 폴 자불레를 이끌고 있는 새로운 팀에게 넌지시 말하는 바는, 폴 자불레의 명성은 북부 론 와인의 전형을 훌륭히 보여주어 온 데서 비롯됐다는 것과, 그러한 전형성이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일 것이다.




참고자료 _ 더와인바이블(2010, 바롬웍스)

수입사 _ (주)나라식품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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