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와인가격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



글 _ 신성호ㅣ사진제공 _ 와인타임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와인값 비싸다?

G20 정상회담을 얼마 앞두고, 소비자시민모임이라는 소비자 단체에서 와인을 포함한 52개의 다양한 소비재의 소비자 가격을 2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었다. 그 중 와인은 칠레산 M 브랜드의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A 와인이 선정 되었고, 한국이 그 와인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게 팔리는 나라라는 결과가 보도되었다. 각 국가별 세금 구조가 감안되지 않은 가격비교를 통해 형성된 비난의 여론은 이번에도 수입사에게 날아들었다.

필자는 복잡한 다른 것들보다, 통계의 함정과 일반화의 오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조사기관에 확인해 본 결과, 선정된 M 브랜드의 A 와인 외에도 칠레산 동일 품종의 다른 와인이 조사되었으나, 일부 국가로부터 그 와인에 대한 자료를 구할 수가 없어 발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인도에서는 칠레산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에 대한 자료 자체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M 브랜드의 A 와인이 아닌 칠레산 동일 품종의 다른 와인에 대한 자료밖에 얻지 못했다. 중요한 사실은 이 두 국가에서는 M 브랜드의 A 와인이 실제로 한국보다 가격이 비싸며, 그 주된 이유는 부과되는 세금이 우리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다. M 브랜드의 A 와인이 조사된 국가가 25개국 중에 몇 개국인지는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이로써 최소한 한국이 4번째로 비싼 국가(두 번째로 비싼 국가가 아니라)라는 사실을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관세 주세 ... ... ...], 이미 수출가격의 75% 차지

한국의 수입와인에 대한 과세구조는 CIF 가격(Cost, Insurance and Freight. 매도인이 화물이 목적지 인도될 때까지 운임과 보험료을 지급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15%의 관세가 최초 부과되고, CIF에 관세가 더해진 금액을 기준으로 30%의 주세가 부과되고, 끝으로 주세의 10%가 교육세로 부과된다. FTA로 인해 관세가 면제되는 칠레 와인을 제외하면 대체로 수출금액의 53%가 세금으로 부과되며, CIF 가격의 대략 22% 정도가 수입국의 내륙운송, 통관 비용(식품검사, 보세창고료, 관세사 수수료 등)으로 발생하는데, 이 금액은 수입와인의 가격과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고정비용이다. 결과적으로 수입와인에 대해 수출가격의 75% 정도가 비용으로 발생한다.

세금은 수출가격에 비례하여 금액이 산출되는 변동비이며, 수입자의 원가절감 노력에 의해 줄일 수 없다. 세금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주세로서, 우리나라에서 주세는 국민 건강에 위해 요인이 될 수 있는 주류에 대해서 미리 부과하는 사전적 범죄세금(sin tax)의 성격을 갖는다. 우리나라보다 평균 30% 이상 와인가격이 저렴한 일본에서는 주세를 범죄세가 아닌 “알코올세”로 운영하므로, 와인 가격과 상관 없이 와인에 포함된 알코올의 함유량에 비례하여 부과된다. 이 경우, 고가 와인으로 갈수록 주세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 된다. 또한 일본에서는 교육세를 와인에 부과하지 않는다.

아시아의 와인 허브를 꿈꾸며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는 홍콩은 보다 진일보한 조치를 취했다. 와인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을 걷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오직 운송비와 필요한 식품검사 비용만이 발생한다. 작년에 취해진 이러한 특단의 조치로 홍콩의 와인소비자가격은 일본보다도 더욱 낮은 수준이 되었고 아시아 및 세계적으로도 최저 수준이다. 홍콩은 이러한 조치로 세금의 원천은 잃었으되 전체적인 식음관광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 올렸다는 국내외의 평가를 받았다.

와인의 세금구조에 있어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와인 생산국이 와인을 수입하는 경우이다. 저렴한 자국산 와인에 비하여 수입산 와인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금구조가 단순하고 과세율은 낮은 게 보통이다. 자국산 와인을 보호하기 위해 과세율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할 경우 이들 국가는 자국산 와인을 수출할 때 더 큰 장벽에 바로 부딪히게 될 것이다. 또한 와인생산국가의 소비자들은 이미 생활문화로 와인을 접하고 있으므로, 자국산이건 수입산이건 세금에 의해 지나치게 가격이 올라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지가격, 경우에 따라서는 세계 최대의 와인 수입국인 미국의 가격 등과 대비하여 어느 정도의 가격 차이를 일반적(acceptable) 현상으로 볼 수 있을까? 과세구조를 감안하고 현지의 유통 마진과 비슷한 정도의 유통 마진을 적용한다면, 현지 소비자가격에 환율을 곱한 금액의 2.5 ~ 3배의 범위 내에서 국내 소비자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통상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일반화에 따른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가령 희귀와인을 어렵사리 소량만을 수입했을 경우, 운임 및 통관 비용의 부담을 희석시켜 줄만한 규모의 경제가 애초부터 발생하기 어렵다. 또한 생산자인 와이너리는 일반적으로 현지 소비자가격보다 낮은 공급자 가격으로 수입사에게 수출하지만, 누구에게 물건을 팔아도 단일가격 정책을 고수하는 와이너리의 경우에는 공급자 가격이 아닌 소비자 가격 그대로 수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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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 복잡, 복잡한 유통

높게 형성된 한국의 와인 가격을 설명할 수 있는 또다른 요소로 복잡한 유통구조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1면허 = 1사업구조 정책으로 수입사나 도매상에서 소매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세계 4위의 와인생산대국인 미국에서는 최대 생산주인 캘리포니아의 경우, 와이너리가 소비자에게 직접 소매판매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자는 안정적이고 고효율의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고, 소비자는 와이너리가 최상의 상태로 보관해 온 와인들을 믿고 구입할 수 있다. 이는 매우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생산자는 멤버쉽을 가진 고객에게 다른 채널에서는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와인을 제공하기도 하고, 와이너리 방문 시 혜택을 줌으로써 이들 고객과의 긴밀한 유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닿지 못 하는 시장에 대해서는, 유통업자들에게 충분한 이득을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자가 직접 소매업을 할 수 없으므로 직접 또는 도매상을 경유해 간접적으로 소매업자와 거래한다. 대형 할인점의 경우, 수입사들은 전국에 산재한 이들 매장에 직접 납품할 수 있는 물류적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도매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한다. 생산국에서 와이너리들이 유통업자에게 여러 가지 지원을 긴밀히 하면서 브랜드를 공동으로 키워가는 모습은 수입국의 수입사 측면에서는 매우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할인이냐, 낮은 이윤이냐?

또 한가지 살펴볼 부분은 수입사와 중간유통업자,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업소와 소매점의 가격정책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400개 정도의 수입면허가 존재하며, 이중 10% 정도인 40개 수입사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와인을 수입한다. 공급 사슬의 제 일선에 위치한 수입사는 각기 자신들만의 가격정책을 가지고 있고, 평균적인 수준이 있겠지만 이들은 어느 정도 서로 다른 마진구조를 보여준다.

정책적으로 높은 마진율을 부여하여 높게 가격을 책정한 후 큰 폭의 할인을 자주 내세우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낮은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대신 거품 없는 가격을 상시 제공하는 회사도 있고, 양자의 중도파 또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입사의 가격 정책은 단지 마진율 하나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와인의 보관 및 물류의 품질을 포함한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수입 및 유통물류 전 과정에서 냉장 체인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에 재직하는 필자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인식이 무척 아쉽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와인의 소비자가격은 수입 및 유통 전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업자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이를 낮추기 위해서 역시 관련된 모든 단계별로 노력이 필요하다. 와인 문화가 매우 초기이던 시절, 프랑스산 라벨을 단 Vin de Table 등급의 와인이 최종 소비자에게 10만원을 넘는 가격에 팔렸던 시절도 있었다. 이해 가능한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각 단계의 모든 업자들이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고, 공짜 술과 술 인심을 한국의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정서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 또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이야기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정서가 업자들의 최초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와인시장의 규모는, 수입사들의 출고가 매출의 합산액으로 대략 3,500억 원 정도이다(이는 자일리톨껌 시장이나 네일 아트 시장과 유사한 규모이다). 수입사에게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중소기업 수준인 이들 수입사가 단기 수익만을 보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과 철학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한편으로는 격려와 관심 어린 조언이 필요하다. 또한 세금 인하를 위해 보다 큰 목소리를 함께 내려는 이들의 노력에 소비자들의 지지와 동참이 있기를, ‘와인 업계의 떡국’이라고 불리는 보졸레 누보 출시일을 목전에 두고 바래본다.

글쓴이 _ 신성호
(주)나라식품 기획홍보 본부 &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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