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SR
최은석 대표


그 남자의 와인


저녁 6, 청담동 Mnet 뒷골목은 아직 한산하다. 아니, 요 한 두 해 사이에 북적이는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경기가 좀 나아져야 할 텐데 말이다.

비탈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인터뷰의 주인공을 만나기로 한장소, Antonio가 보인다. 한 때 이탈리아에서 와인메이커가방문할 때면 인터뷰 장소로 종종 섭외되었던 장소이다. 이 집 주인장은 때때로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들려주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곳도 오랜 경기 한파를 잘 견뎌주었으면 싶다.

연예인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도 아닌데 살짝 긴장된다. 아직까지 그 어느 잡지나 온라인 매체에서도 VINCSR의 최은석 사장을 인터뷰한 기사를 본 적이 없다. 기자가 아는 그는, 본인의 이름이나 얼굴을 팔아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소개되는 것을 기피한다거나 도도해서가 아니라, 물건이 좋으면 팔리게 되어있다는 간단명료한 소신 때문이다.



1.jpg그가 와인업계에 발을 내디딘지 불과 2-3년 전, 서울의 주요 와인샵과 레스토랑에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VINCSR의 와인들이 눈에 띠기 시작했다.

아뮤즈 부쉐(Amuse Bouche, 사진 왼쪽)
는 VINCSR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와인 중 하나로, 로버트 파커가 나파 밸리의 퍼스트 레이디라고 칭했던 하이디 바렛이 만든다(그녀는, 1976파리의 심판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을 알리는데 공헌한 샤토 몬텔레나의 Bo Barrett과 결혼했다).

매 빈티지마다 다양한 아트 레이블을 선보이기 때문에 와인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고, 레이블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아시아 시장을 통틀어 현재 아뮤즈 부쉐가 가장 많이 팔린 나라는 바로 한국이라고최 대표는 덧붙인다.

아뮤즈 부쉐와 함께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VINCSR의 또다른 와인은 바로 블랙 바트(Black Bart, 사진 오른쪽). 나파 밸리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 와인생산자, 크룹 브라더스(Krupp Brothers)가 만드는 와인이다.

실제로 많은 수의 나파 밸리 컬트 와인생산자들은 크룹 브라더스로부터 포도를 구입해서 와인을 만드는데, 정작 크룹 브라더스는직접 재배한포도 중 단 6%만을 사용해서 와인을 만든다. 최 대표에 따르면 크룹 브라더스는 향후 나파 밸리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와인생산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고 한다.


MATHIS &.jpg대단한 후광을 업고 있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매력과 독특함으로 서서히 한국 시장에 알려져 가는 와인들은 최은석 사장을 뿌듯하게 한다. 매티스와 월터 한셀이 바로 그러한 와인이다.

매티스(Mathis, 사진 왼쪽)
, Ravenswood의 유명한 와인메이커 피터 매티스의 그르나슈 품종에 대한 열정과 프랑스 남부 론 샤토 네프 뒤 파프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와인이다. 국내에 매티스를 수입하기 시작한 최 대표는, 한국에 들여오기 이전부터 이미 매티스를 익히 알고 있는 와인애호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고 말한다.

월터 한셀(Walter Hansel, 사진 오른쪽)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품종만으로 생산되는데, 가격과 비교하여 뛰어난 품질을 보여주는 것으로많은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실제로, VINCSR을 통해 월터 한셀이 국내에 소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월터 한셀에 대해 극찬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티스와 월터 한셀처럼 국내에 들여왔을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낯설어했던 이 미지의 와인들은, 지금은 와인애호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최 대표에게 가장 큰 성취감을 안겨 준 와인들이다.


SINCE.jpg이렇게 효자 같은 와인도 있는가 하면, 애지중지 자란 무남독녀 모셔오듯 최 대표에게 갖은 고생을 시킨 와인도 있다.

시네 쿼넌(Sine Qua Non, 왼쪽 사진)이 바로 그런 와인이다. 라틴어로 없어서는 안될, 본질적인의의미를 가진 이 와인은, 지적이며 고집세기로 유명한 (또한 괴짜로도 알려진) 맨프레드 크랭클(Manfred Krankl)의 손으로 빚어진다.

최대표는, 그가 이 와인을 들여오기 위해크랭클을 설득한 시간만도 무려 4년이 걸렸으며끈질긴 러브레터를 보낸 끝에 드디어 (혹은 겨우겨우) '자격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졌으며,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은 후마침내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유명하다는 크랭클의 고집도 최 대표의 고집 앞에서는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앞서 그가 물건이 좋으면 팔리게 되어있다라고 말했던 것을 되새겨 본다. 좋은 물건을 팔려면 그것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손에 넣기 위해 웬만한 도전과 모험을 감수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가 또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국에 부티크 와인을 중심으로 수입하게 된 계기, 아니 반드시 수입해야 했던 계기에 대한 것이다.

한창 와인을 수입하기 위해 해외의 와인생산자들과 접촉하던 즈음, 최 대표는 그들로부터 한국 시장이 아직 그들의 와인을 이해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어야 했다. 이렇게 한국시장이 폄하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최 대표는지고 싶지않은 오기가 생겼고,더욱 더 적극적으로 좋은 와인을 찾아서 들여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한국에 이 와인들을 이해하고 즐기는 많은 수의 와인애호가들이 있다는 것을 당당히 증명해 보였다.



언젠가는 본인이 직접 만든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VINCSR의 최은석 대표.
잦은 해외 출장은 그에게 있어 수많은 새로운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루 종일 이런저런 회의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그에게, 눈앞에 펼쳐진 와인들은 그야말로 미지의 신세계이다. 이런저런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주관이 흐트러지기 십상이라 그는 항상 단독으로 시음하며, 공정한 평가를 위해 샘플을 요청할 때도 반드시 대가를 지급한다.


누군가 던지는 미끼에는 별다른 호기심을 느끼지 못하는 듯, 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 그는 와인도 남녀관계와 같아요. 내가 반해서 마셔보고 싶은 와인은 반드시 마시고야 말지만, 내게 먼저 손을 뻗는 와인에는 큰 매력을 못 느끼더라구요라며 수위 넘는 발언을 한다.


기자가 본 최은석대표는 자존심이 세고 고집이 있다. 그리고 상황에 타협하기 보다는 상황을 주도하는 타입이다. "못 팔면 내가 다 마실 각오로 계속 좋은 와인을 찾아서 들여올 것"이라는 그의다부진 다짐을들으며, 지금 국내 와인업계에당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자존심'과 '고집'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불합리한 환경에 타협하기 보다는, 그러한 환경을 바꿔보려는 의지와 집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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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VINCSR 02_535_8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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