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고, 마시고, 느껴라 !
Sniff, Drink and Feel Rhone !
오감 만족, 발레 뒤 론
10월6일 소펙사(SOPEXA) 주최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발레 뒤 론 시음회에 이어, 다음 날 압구정의 Swell에서는 발레 뒤 론 와인 아틀리에가 진행되었다. 발레 뒤 론 시음회에 많은 인파가 몰린 점이나 아틀리에를 취재하려는 기자들 사이의 열띤 경쟁으로, 론 와인에 대한 와인소비자들의 인식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한국 시장이 론 와인 수출국 중 아시아 3위라는 점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와인만 시음하는 경우에는 와인의 직/병렬적인 비교가 목적인 반면, 와인과 음식 매칭을 주제로 하는 경우 와인간 비교보다는 와인이 음식의 풍미를 얼마나 돋보이게 하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와인과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는 동안 각 와인과 음식이 왜 서로 잘 어울리는지(혹은 충돌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은, 지적 욕구를 채워줄 뿐만 아니라 오감을 발동시켜야 하는 즐거운 노동이기도 하다.
외국인들 사이에는 한국의 음식이 일반적으로 풍미가 강하고 자극적인 것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한국인의 밥상은 자극적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재료와 양념이 선보이며 풍미가 복합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틀리에에 참석한 INTER-RHONE의 마케팅 담당자 올리비에 르그랑(Olivier Legrand)씨 역시 “한국 음식은 풍만하다”고 표현한다.
그는 이렇게 다양성과 풍만함을 갖춘 한국 음식에는 론 와인이 정말 잘 어울리는데, 이는 론 와인 자체가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시라(Syrah)라는 단일 품종으로 만들며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북부 론의 와인들은 강한 풍미를 지닌 한국 음식과 매칭시키기에 좋다고 덧붙인다.
이 날 김만홍 소믈리에(2006 한국소믈리에 대회 2위 수상)가 진행한 ‘한국음식과 발레 뒤 론 와인’에서는, 한국 고유의 재료나 한국식 요리 방법을 활용한 음식과 북부 론 와인의 매칭이 이루어졌다.
엠 샤뿌띠에 크로즈 에르미따쥬 레 메조니에 2007과 칠리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 커틀렛
프랑스에서는 튀긴 돼지고기를 와인과 먹는 경우가 흔한 만큼, 이 둘의 매칭은 일반적으로 잘 어울린다. 돼지고기의 육질이 퍽퍽하다면 버섯이나 가지 등을 살짝 볶은 후 함께 먹어 보자.
꺄브 드 땡 쌩조세프 에스프리 드 그라니뜨 2007과 복분자 소스를 곁들인 오리 & 소시지 구이
쌩 조세프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연간 생산량이 700만 병에 이르는 와인 산지로, 최근 이 지역의 각광받는 와인생산자들이 늘고 있다. 아직 숙성이 덜 된 2007 빈티지 와인의 강한 타닌과 덜 익은 후추 향이 자칫 오리고기의 풍미를 압도할 수 있었지만, 달콤한 유자채와 익힌 복숭아가 시라의 날카로움을 보완하며 부드러운 목넘김을 선사하였다.
폴 쟈블레 애네 에르미따쥬 라 샤펠 2004와 와규 햄버거 스테이크
죽기 전 마셔야 할 와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라 샤펠, 긴 숙성력을 예고라도 하듯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선했다. 김만홍 소믈리에가 와규로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를 와인과 매칭하겠다고 했을 때 르그랑씨는 매우 놀랐다고 한다. 이 고급 재료를 갈아서 음식을 만들겠다니 말이다. 하지만 론 와인소스를 곁들인 한국식 햄버거 스테이크는 두말 할 것 없이 라 샤펠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이 기갈 꼬뜨 로띠 브륀 에 블롱드 2005와 오븐에 구운 양갈비 바비큐
꼬뜨 로띠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알린 일등 공신 E. Guigal. 농축된 아로마와 강한 풍미를 지닌 와인이기 때문에, 그에 압도되지 않을 풍미를 지닌 요리가 어울린다고 김만홍 소믈리에는 설명했다. 머스타드를 살짝 바른 양고기 구이와 E. Guigal은 교과서적인 매칭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조화가 뛰어났다.
음식과 와인이 제대로 조화를 이룰 때는 “1 1=2”가 아니라 ”1 1>2”의 공식이 성립할 수도 있고, 이러한 매칭은 서로 다른 식습관과 문화가 융합하는 가슴 설레는 과정이라고 덧붙이는 김만홍 소믈리에. 그의 말을 이어 르그랑씨는 ‘와인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주는 가교’라고 말하며, 론의 와인이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것은 각기 다른 두 문화의 훌륭한 융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