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 !! 누구게~ "

안녕? 소비뇽 블랑이예요. 그냥 짧게 소비뇽이라고 불러주세요~

요즘같이 태양이 따사롭게 빛나는 초여름이면 생각나는 와인??


맞아요, 풀꽃 같은 와인 소비뇽이죠, 뭐!
어쩜 날씨도 이리 좋아요?
마치 내가 소개를 하러 나온 걸 아나봐~

사람들은 저보고 "현대적 와인" 이라고 하지요. "유행, 모드를 아는 와인" 이라고도 하구요. 아마도 현대적 양조 공법과 잘 맞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구, 또 한편으로는 현대인의 입맛에 어필하는 와인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쎄미용(Semillon) 언니나 샤르도네(Chardonnay) 언니들이 아무래도 전통적인 방법과 오크통을 사용하여 좀 비중 있는 와인을 만드는데 비해서, 저는 좀~ 다르잖아요~.

먼저 포도를 따는 시기부터 달라요. 신선하고 청량감 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일찍 수확하는 경향이 있구요, 신선도와 향기를 보존하기 위해 저온에서 발효를 이루어 나가지요. 그리구 저한테는 오크통이 아직은 부담스러워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와인은 현대인의 취향에 딱 맞는 스타일.
화이트, 드라이, 상큼함, 심플함... 마시면 금방 알 수 있어요, "아~소비뇽이군!"
복잡하지 않다는 말이죠, "어~ 이게 뭐지?" 가 아닙니다.

향도 강해서 야외에서 식사할 때도 적격이죠. 청량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알코올의 느낌도 가려지구요, 후후, 그래서 요즘 미국에서는 다이어트용 와인으로 불티난다죠?

저로 만든 와인은 오래 보관하지 않고 바로 마셔야 해요, 대개의 소비뇽은 3~4년 째부터는 하강세를 타기 때문이죠. 물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빵빵한 소비뇽"도 있긴 하지만...

사실, 장기보관능력이 소위 고급 와인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다면, 저에겐 일종의 핸디캡인 셈이죠.이런 여러 특성과 이유로 인해서, 나에 대해서 "클래식 품종이 아니다" 는 둥, "품격 있는 품종이 아니다" 는 둥, 말이 많은 것, 다 알아요.

하지만 오래 버틴다고 다 좋은 것인가요, 굵고 짧게 사는 인생도 있잖아요~
저는 이렇게 화끈하고 시원하게 젊음을 발산하고 살다가는 청춘의 이미지로 남을래요.

"냅둬유~ 지는 이렇게 살다 갈래유~"

제가 사는 곳이 어디냐구요?
점점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넓어지고 있는 중이죠. 가능하면 선선한 기후를 좋아하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뉴질랜드까지 갔었어요. 물론, 가끔 태풍도 불고 태평양의 바람도 거세지만 그 선선한 기후가 맘에 들어요.

혹시 이곳의 말보로(Marlborough) 지방에서 만든 "Cloudy Bay"를 맛보셨나요? 아마 신세계에서 만든 소비뇽 중에선 최고일 거예요. 그 향하며, 그 개성하며... 기후와 토양 모두 우리들이 살기엔 적합해요, 물론 덥고 건조한 북서풍이 걱정되긴 하지만 프랑스와는 달리 관개가 가능하니 걱정 근심 뚝-!!

또 한 부류의 친구들은 오래 전부터 칠레, 아르헨티나 등등을 전전하다 결국 캘리포니아에서 또 다른 스타일의 "소비뇽 블랑"을 선보였죠.

사실, 70년대 초의 미국 소비뇽 블랑은 그렇게 품질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국사람들은 프랑스의 Pouilly-Fume 를 상당량 수입해서 마셨지요. 이것을 캘리포니아의 황제 Robert Mondavi 가 그냥 두고 보았겠어요?

몬다비는 천재적 감각으로 미국인의 입맛을 분석했고, 드디어 "오크 배양"을 거쳐 "Fume blanc" 이라는 브랜드로 상품화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지요. 그래서 한동안 '소비뇽 블랑' 이라는 품종 이름이 '퓌메 블랑' 이라고 불려졌지요. 빙고!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다시 산도 높고 신선한 오크배양하지 않은 새로운 스타일의 소비뇽 블랑을 만들고 있지요.

휴~ 이제 한 숨 돌려도 되겠군. 저~ 스테판, 담배 한 대 피워도 될까요, 아까 "말보로" 도 나오고, "Fume" 도 나오고 하니깐... 갑자기 땡겨서...

... -_- ... (스테판의 표정)

"아~ 알았어요~ 시간 없다구요? "

이제, 드디어, 프랑스 얘기를 할께요. 역시 원조 할미가 최고! 지난 수세기 동안 소비뇽을 재배해 온 역사가 말해주듯이 다양한 지역에서 자리잡고 있는데요, 그래도 100% 소비뇽을 사용하는 집은 뭐니뭐니해도 쌍둥이네죠.

웬 쌍둥이...?
아~ "쌍쎄르 (Sancerre)" 하고 "푸이이 퓌메 (Pouilly-Fume)" 말이어요.
루아르 (Loire) 강 하나 두고 마주보고 있는 쌍둥이 AOC 잖아요.

우리 친구들 중에서는 제일 끝발있는 애들이죠. 소비뇽의 적자 라고도 하구요. 흔히 블랙커런트의 새 순 향 1 을 소비뇽의 전형적인 품종향이라고 하는데, 석회질의 최고급 떼루아에서 생산된 쌍쎄르와 뿌이이 퓌메는 여기에 은근한 부싯돌 (Silex) 향취가 덧씌여집니다. 거의 복합미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죠.

100% 소비뇽만을 가지고 오늘날의 명성을 이끌어 낸데는 두 명의 선구자의 역할이 컸지요. 하나는 Chateau de Nozet 에서 Pouilly-Fume "Baron de L" 을 만드는 Patrick de Ladoucette 예요. 가장 전통있는 소비뇽 블랑이며 가장 고급 소비뇽 블랑이죠. 100년 이상 된 이 "Baron de L" 을 맞보신 분들은 그 "저항"에 놀라실 겁니다.

또 한 명의 조련사는 시대의 풍운아이며 반항아 Didier Dagueneau !
그가 만든 "Fouilly-Fume "Silex", "Pur-Sang" 등은 미슐랭 *** 급 레스토랑의 와인리스트를 바꿔놓을 정도죠. 더구나 이 예술가는 자연의 힘을 이용한 유기농법과 바이오 영농을 고집하는 집념으로도 알려졌는데... 스테판도 잘 알죠?

황금 빛 갈기머리털을 휘날리며 석양녘에 밭을 가는 그를 보노라면 ...

"... 소비뇽이라... 행복해요..."

마지막으로 제가 소개할 곳은 당연히 보르도죠! 다만 이곳에서는 100% 소비뇽 보다는 쎄미용과의 적절한 블랜딩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 드라이 화이트, 그리고 쏘테른의 스위트 화이트를 생산하는데 일조를 합니다.

소비뇽이 장기 숙성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인데, 아무래도 소비뇽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톡 튀는 애 하나가 사고를 쳤지 뭐예요.

그 이름은 "Pavillon Blanc de Chateau Margaux", 100% 소비뇽으로 만들었고 오크배양을 시켰습니다. 그 결과가 어찌될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요,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니까요.

다만 쎄미용에 눌린 보르도의 소비뇽들이 이렇게 외친게 자랑스러울 뿐이죠.

"내가 니 시다발이가~ ?? "

호호호 !!
그럼 이만 제 소개를 마치죠, 다시 볼 수 있겠죠 ? 스테판 ?!!

...

채점하는 스테판의 손에 들린 연필의 놀림이 심상치 않다.

중앙대 와인 소믈리에 과정 교수
손 진 호


1. 까시스 나무의 잔가지 사이에 끼어 있는 순을 한번 비벼 보라. 신선하고 풋풋한 아주 강한 향이 멀리서도 느껴진다. 바로 이것이 Sauvognon blanc 의 독특한 향으로서 고양이 오줌에서도 맡을 수 있다 하여 "고양이 오줌냄새" 라고도 부른다.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샤르도네 (Chardonnay)

    비가 대쪽처럼 퍼붓는다. 시황에 민감한 신문은 연일 가뭄과 그 피해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떻든" 비가 와야 산다고 했던 적이 바로 엊그제다. 그런데 그 신문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젠 장마로 인한 침수를 걱정하고 있다. " 우리나라도 '한' 기후 하지 ...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2.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꾸꾸- !! 누구게~ " 안녕? 소비뇽 블랑이예요. 그냥 짧게 소비뇽이라고 불러주세요~ 요즘같이 태양이 따사롭게 빛나는 초여름이면 생각나는 와인?? 맞아요, 풀꽃 같은 와인 소비뇽이죠, 뭐! 어쩜 날씨도 이리 좋아요? 마치 내가 소개를 하러 나온 걸 아나봐~ ...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3. 피노 누아(Pinot Noir)

    멋진 비디오와 함께 한 주의 휴가를 잘 보낸 스테판은, 오랜만에 돌아온 사무실에서 버릇처럼 메일을 확인했다. "귀하의 계좌에 5 통의 메일이 도착해 있습니다 " 으이? 왠 메일이 이렇게 많이... 모두가 각국의 피노 누아 생산자들에게서 온 것들이었다. 휴가...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4. 세미용(Semillon)

    리슬링 (Riesling)의 '수다' 와 시라 (Syrah)의 '허무개그' 사이에서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한 우리의 스테판. 그는 머리를 크게 한 번 가로 저었다. " 음, 이런.. 난 좀 휴식이 필요해... 하긴 뭐 그렇게 급할 것도 없지..." 머리가 이렇게 혼잡할 때 스테판이 ...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5. 시라 (Syrah)

    ".........." 그렇게 묵묵히 리슬링의 수다를 듣고 있던 스테판은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대충 자기 소개를 끝내주었으면 좋으련만... 이 수다스런 부인은 자기 PR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도무지 마이크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예의를 갖춰 돌려 보내려 했...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6. 리슬링(Riesling)

    나 ? 리슬링(Riesling) 이라고 해. 내가 스테판의 머릿속에 제 일착으로 떠오른게 당연하지!!! 70년대 한국에서 포도주를 만들려고 했을 때도 선택된 게 나 아니었겠어 ? 그 뿐 아니라 그 이전에도 중국에서, 일본에서 처음 포도주를 만들려고 했을 때도 역시...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7. 스페인의 화이트 와인 품종

    White Wines from SPAIN 덥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 때문에 스페인 하면 레드 와인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스페인에서 재배되는 품종의 80%는 사실 화이트 와인 품종(높은 기온을 견딜 수 있고 수확량이 많은)이었다. 그럼에도 ...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