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북스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 중 -
포도나무의 뿌리는 토양으로부터 수분과 미네랄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비옥하고 습한 토양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는 뿌리를 얕게 내려도 수분과 미네랄을 충분히 얻는다. 풍성하게 열린 포도는 수분이 많고 영양분 함량이 부족한 경향이 있으며, 대체로 묽고 감흥이 없는 와인을 만든다.
이에 비해 척박하고 메마른 토양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기 때문에 수분과 미네랄을 얻기 위해 뿌리를 깊이 내린다. 포도는 더 적게 열리지만 풍미가 더 농축되고 복합적인 즙을 얻게 되어 훨씬 더 잠재력이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토양이 너무 메마르면 식물은 수분 결핍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성장이 정체되며, 관개를 해주지 않으면 포도의 풍미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게 된다.
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위대한 보르도 와인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이 지역의 복합적인 자갈 토양에서 일부 비롯된다. 자갈은 한낮의 열을 밤까지 저장했다가 방출함으로써 포도재배에 이상적인 기온을 형성한다.
남호주 쿠나와라 산지의 비옥한 적토는 배수가 잘되는 석회암 토양의 상층을 구성한다. 쿠나와라 일부 지역의 하층토는 같은 석회암이지만, 상부가 흑토로 구성되어 있어 색다른 와인을 생산한다.
토양은 셀 수 없이 종류가 많은데 대개 입자의 크기에 따라 분류된다. 모래나 모래보다 큰 입자로 이루어진 토양은 배수가 원활하다. 실트처럼 입자가 작은 토양은 수분을 충분히 확보하는 양토와 진흙을 형성한다. 암석이나 유기물질 같은 다른 입자로 구성된 토양은 수분 배수와 보존의 섬세한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암석과 유기물질은 토양에 산소를 공급하고 미네랄과 영양소 공급을 돕는다.
석회암과 편암에는 갈라진 틈 때문에 생긴 거대한 세로면이 있는데, 포도나무 뿌리가 물을 찾아 길을 뚫는 데 완벽한 기능을 한다. 반면 촘촘한 심토나 침투가 불가능하고 균일한 토양층은 폭우가 쏟아지면 뿌리가 지면 가까이 올라올 수 있다.
날씨가 추운 북부 지역 샹파뉴에서는 포도나무 가지를 낮게 손질해 익어가는 포도가 하얀 백악질 토양에서 반사되는 따뜻한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한다.
보르도의 포므롤과 생테밀리옹의 세계 최고 포도밭 일부는 점토질(토양의 온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포도품종에 더 적합한 차고 습한 토양)이다. 포도가 일찍 익는 메를로는 이런 토양에 아주 잘 맞는다.
독일의 모젤 지역에서는 최상급 와인을 거의 암석 조각으로 구성된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다. 이런 토양은 배수가 잘 되고 따뜻하다. 점판암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열을 저장했다가 서늘한 밤 동안 이 열을 배출한다. 이는 포도나무 생장환경을 유리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참고자료 _ 더 와인바이블, 와인 테이스팅노트 따라하기(바롬웍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