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그란디 랑게(Grandi Langhe) 시음회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안테프리메(엉 프리뫼) 시즌이 포문을 열었다. 1월 27일과 28일, 알바 전시장(이탈리아 피에몬테주, Alba Palazzo Mostre e Congressi)에서 열린 본 행사는 2백 6군데 와이너리 참여, 1천 5백 종의  시음 와인, 2천 여 명  와인관계자 참석이란 기록을 냈다.  의무 숙성기간을 막 끝낸 네비올로, 바르베라, 돌체토 와인 시판을 공식화한 자리에서 최대 관심은 바롤로 2016년 산, 바르바레스코 2017년 산, 로에로 2017 산 네비올로 와인에 모아졌다. 특히 올해는 기후가 양극으로 갈렸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1.jpg

 

<지도인간이란 별명을 듣는 알레산드로 마스나게티, 출처 Consorzio Vino Nobile di Montepulciano>

 


시음회 주최기관인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와인 컨소시엄(Consorzio di Tutela Barolo Barbaresco)은 각별한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별명이 지도 인간(Man of Map)인 알레산드로 마스나게티(Alessandro Masnaghetti)를 초청해 “지리 명칭 추가 개념 (Introducing the Additional Geographical Definitions,이하 MeGA)”라는 주제로 4회에 걸쳐 세미나를 열었다. 마스나게티는 ENOGEA출판사 대표이자 Barolo MGA Vol. 1.2권의 저자이며 바르바레스코, 바롤로, 끼안티 클라시코, 몬테팔코 등 이탈리아 주요 와인 산지의 포도밭 지도를 제작했다. 그간 마스나게티는 와인 컨소시엄이나 생산자들과 협력해 왔으며 좀처럼 대중과의 만남은 없었다. 본 세미나는 지도를 제작한 본인이 랑게 세부 지역의 토양과  미세기후를 소개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었다.

 


2.jpg

<알레산드로 마스나게티가 제작한 MeGA 지도들, 출처 ENOGEA>

 


가장 인기를 끌었던 세미나는  ”바롤로 MeGA 개념”으로 내용의 핵심은 바롤로 기후와 토양으로 좁혀졌다. MeGA는  와인 용어로 바꾸면 크뤼 밭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어인 크뤼cru는 포도밭 등급체계의 집합이지만 MeGA는 단순히 포도밭에 명칭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 


바롤로 MeGA 여행은 알바  바롤로행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이해가 빠르다. 바롤로 지역 관문을 지나 바롤로 마을에 이르는 도로 좌우에는 높이가  200~250m에 이르는 낮은 언덕들이 연달아 있다. 바롤로 마을은 바롤로 지역 중앙에  위치하며 높은 언덕들이 둘러싸고 있어  분지 안에 들어앉아 있는 셈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습도가 높아  바롤로 지역에서 수확철이 빠른 편이다. 오래전부터 명성이 높은 MeGA밭들이 여기에 속한다.
 

 

3.jpg

<바롤로 포도밭의 해발은 중앙부분이 낮고 외부로 갈 수록 높아진다>

 


바롤로를 통과한 지방도로는 서, 동, 남 방향으로 전진할수록 포도밭의 고도는 상승한다. 서북쪽 세라데나리 포도밭(라모라 마을), 서남 끝 소또카스텔로 밭(노벨로 마을),  남동 끝 모스코네 밭 (몬포르테 달바)은  고도가  4백~5백20m에 달하며  알프스 발 추위와 바람이 앞의 언덕을  넘으면 기세가 한풀 꺾인다. 바롤로에서 수확철이 가장 느리며  30년 전만 해도 추위가 바롤로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밭들이다.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선선한 기후대로 바뀌었고  구조가 탄탄하며 장기 숙성 잠재력 있는 바롤로 생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4.jpg

<붉은색 타원형은 레퀴오 이회토, 노란색 타원형은 아레나리아 디아노 사암, 검은색은 산타가타 이회토, 푸른색은 석회석 결정을 나타낸다>

 


바롤로 토양은  대략 1천 2백만 년에 시작되어  6백만 년에 마무리된  지중해에서 일어난  지리 역사의 거울이다. 수심이 4백~5백m인 해저가 최초로 솟아올랐고 주변에서 쓸려온 토사와 섞여서 레퀴오 이회토를 이루었다. 바롤로 동쪽을 차지하는 세라룬가 달바와 몬포르테 달바 마을 동부가 속한다. 레퀴오 이회토에서 자란 네비올로는 타닌과 산도 함량이 높아 장기 숙성에 적합하다고 알려졌다.


이어서 수심이  좀더 얕은  2~3백m 대의  해저가 지상에 융기했으며 이를  토르토니아노 이회토라 한다. 토르토니아노는 산타가타 이회토와  아레나리아 디아노 사암으로 나뉜다. 산타가타 이회토는 입자가 고운 점토와  석회석이  섞여있으며 바롤로 지역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아레나리아 디아노 사암은  몬포르테 달바나 바롤로 마을 언덕 상부에 집중돼 있으며  단단한 모래암으로 돼있어 포도재배에는 적당치 않다.  


6백만 년 전에 갑자기 지브롤터 해협이 막혔고 해수가 증발해  지중해는 소금사막으로 변한다.  소금(Na)과  결합한 석회석은 결정( gypsum crystals) 형태로 남았고 바롤로 서북부(베르두노 일부와 라모라 서쪽)에 나타난다. 

 


2016년 작황과 바롤로 와인

 


네비올로는 개화에서 완숙에 이르는 기간이 긴 만생종으로 2016년은 그 기간이 열흘이나 더 늦춰졌다. 겨울은  온화했으며 비는 조금 내렸다.  2월 말에 기온의 반전이 일어나  3 월 내내 기온이 낮았으며 비가 많이 내렸다. 봄추위와  잦은 비는 포도 성장 속도를 더디게 했으나 저온이 지속되면서  포도에 해로운 병충해 활동을 억제시켰다. 


다행히 9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평균 기온을 회복했으며  네비올로 와인 구조와 색깔에 결정적인  폴리페놀 성분이 완숙에 이르렀다. 컨소시엄이 발표한  2016년 네비올로 작황 데이터에  따르면 수확 즈음에 네비올로 상태는 건강했으며  포도는 천천히  완숙을 이루어  아로마가 분명하고 뛰어나다. 타닌은 결이 촘촘하며 매끄럽다. 소수의 바롤로는  알코올 농도가 전년도에 비해 낮았다.
 

5.jpg
<시계방향으로 Barolo Brunate, Barolo Bruno Porro, Barolo Monclivio, Barolo Meriame>

 


Barolo Brunate 2016, Mario Marengo 와이너리


민트, 유칼립투스, 장미, 체리 향이 은은하게 나며 후추 향이 살짝 올라온다. 산미와 타닌의 밸런스가 좋고 맛의 집중력이 좋아 오랜 여운이 남는다.  

 


Barolo 2016, Ribote 와이너리


슬라보니아산 보테에서 36개월 숙성했다. 장미, 체리, 자두, 제비꽃 향을 풍긴다. 타닌의 결이 부드럽고 산미가 신선하다. 대체로 밸런스가 좋으며 구조가 탄탄하다.

 


Barolo Monclivio 2016, Enrico Serafino 와이너리


라즈베리, 유칼립투스, 말린 오렌지향이 화사하다. 오렌지, 커피, 오크의 기품 있는 향이 뒤를 잇는다.  타닌은 견고하며 적당한 산미는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

 


Barolo Meriame 2016, Palolo Manzone 와이너리


세라룬가 달바 마을에 속하는 메리아메 포도밭에서 재배한 70년 수령의 바롤로다. 장미, 라즈베리, 체리 아로마가 또렷하고 생기 넘친다. 빈틈없는 구조와  풀보디에서 힘이 느껴지며 타닌이 빠른 속도로 입안을 조인다.

 

 

 

2017년 작황, 그리고 바르바레스코와 로에로 와인

 


2017년은  정반대의 상황이 일어났다. 네비올로 수확이 평년보다 2주일  빠른  9월 중순에 시작해서 10월 초순에 마감했다. 겨울은 온화했으며 비는 적게 내렸다. 4월 말에 기온이 일시적으로 급강하했으나 상당수의 포도밭은 해를 입지 않았다.  5월에서  8월 중순까지 더위가 기승을 부렸으나 비가 적게 내려  포도 병충해 발생을 억제시켰다. 조기 과숙의 염려가 있었으나 8월 말에  비가 내렸고  9월 달에 평년 기온을 되찾아 밤 기온은 급속도로 서늘해졌다. 결국, 네비올로 완숙이 앞당겨져 수확이 빨라졌지만 개화에서 완숙에 도달하는 기간이  185일이 걸려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가장 큰 염려는 알코올 농도였으나  농도 제한(최소 12.5도, 최대14.5도)을 벗어나지 않았다.  산도가 좋아 알코올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에로 와인은 여러 성분의  결합상태와 밸런스가  좋다는 평가를 듣는다. 타닌은 적당히 강해  마시기 좋다. 숙성 잠재력이 길지만 앞으로 5년 후면 시음 적정기가 올 거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6.jpg

<시계방향 Barbaresco Pajorè, Barbaresco Sori Montaribaldi, Barbaresco Rio Sordo, Barbaresco Ovello>

 


Barbaresco Pajorè 2017, Rizzi 와이너리


투명한 루비색과  제비, 장미, 산딸기, 감귤 향이 선명하며  감초, 정향, 분필향이 유지된다. 타닌의 질감이 매끄럽고 견고하다. 전체적으로 구조가 탄탄한 인상을 준다.

 


Barbaresco Sori Montaribaldi 2017 , Montaribaldi와이너리


바이올렛, 장미,  라즈베리, 바닐라 향의 집중도가 뛰어나다.  산미가 예리하며 타닌이 조화롭다. 입안에 꽉 찬 보디감과 오래가는 뒷맛이 특징이다.

 


Barbaresco Ovello 2017, Cascina Morassino 와이너리


 체리, 장미, 제비꽃의 화사함과 정향, 민트, 계피의 향신료가 조화롭게 피어오른다. 아직 어리지만 타닌의 결이 매끄럽고 힘차다. 

 


Barbaresco Rio Sordo 2017, Musso 와이너리


체리, 장미, 자두, 라즈베리, 말린 오렌지 껍질 향이 매혹적이다. 산미가 경쾌하고 천천히 조여오는 타닌이 기품있다.   
 

 

7.jpg

<Roero Sru(좌), Roero Riserva(우)>

 


Roero Sru 2017, Monchiero Carbone 와이너리


투명한 루비색을 띈다. 바이올렛, 허브향과 젖은 돌 향이 조화롭게 스며 나온다. 짭짤한 맛과 산도의 밸런스가 좋으며  타닌은 매끄럽고 단단하다. 

 


Roero Riserva 2016 , Demarie 와이너리


 전체적으로 루비색이 돌며 잔 주위는 오렌지 색이다. 자두, 블랙베리, 달콤한 감초 아로마 뒤에 타바코, 카카오 향이 따라온다. 타닌은 매끄럽고 쌉쌀한 여운이 남는다.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사그란티노를  들려주는 와인쟁이들

    <카라파체 Carapace. 거북이 등껍질을 모티프로 한 테누타 카스텔부오노 와이너리 건물. 사그란티노 와인이 숙성에 이르는 걸음이 마치 거북이 처럼 느린데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전 칼럼 ‘타닌으로 나를 이길 와인 없다’에 소개한 몬테팔코 와인...
    Date2020.05.06 글쓴이백난영
    Read More
  2. 타닌으로 나를 이길 와인 없다

    현재 상업용으로 재배되는 와인 품종 중 사그란티노는 타닌 양으로는 세계 제일이다. 와인 1리터당 타닌 함량이 평균 6g으로, 3~3.5g인 네비올로와 1.5~1.8g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능가한다. 그러나 사그란티노가 입 안을 훑어내리는 떫은맛과 쓴맛의 자극 정...
    Date2020.05.06 글쓴이백난영
    Read More
  3. 국제이슈로 돌아본 비노 노빌레 40년

    1980년 이탈리아의 정상급 와인 원산지 명칭을 보호하는 DOCG 등급이 발효되었다. 새 등급의 첫 수혜자로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이하 비노 노빌레) 와인이 지정되었다. 비노 노빌레 DOCG 원년 빈티지는 45만 병, 고유번호...
    Date2020.04.10 글쓴이백난영
    Read More
  4. 그랜드 테이스팅 투어의 전령사, 끼안티 클라시코 콜랙션

    18~19세기 유럽의 귀족 자녀들은 그랜드 투어를 즐겼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유람으로 짜인 그랜드 투어를 향유함으로써 미래의 상속자들은 역사, 예술, 외국어에 능통해지고 세상 보는 눈도 키웠다. 21세기에도 그랜드 투어가 있다. 범위를 좁힌다면 와인 애...
    Date2020.03.16 글쓴이백난영
    Read More
  5. [이탈리아 현지 소식] 상반된 작황, 품질은 끄떡없다

    그란디 랑게(Grandi Langhe) 시음회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안테프리메(엉 프리뫼) 시즌이 포문을 열었다. 1월 27일과 28일, 알바 전시장(이탈리아 피에몬테주, Alba Palazzo Mostre e Congressi)에서 열린 본 행사는 2백 6군데 와이너리 참여, 1천 5백 종의 시...
    Date2020.02.17 글쓴이백난영
    Read More
  6. 마로네 가족- 패밀리형 바롤로 와이너리 성공 모델

    <부녀의 다정한 한 때. 잔피에로 마로네 사장(좌)과 세레나 마로네(우)> 몇 해 전 필자는 프랑스 요리 아카데미 서울 분교의 초청으로 이탈리아 와인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아카데미 측에서 준비한 이탈리아 와인들은 품종의 개성과 지역특성이 잘 안배되어 ...
    Date2019.12.30 글쓴이백난영
    Read More
  7. 회화와 패션이 와인과 만나다

    10월 18일, 며칠간 베르가모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국제행사들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트레비리오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모지오니 달 몬도( Emozioni Dal Mondo Merlot e Cabernet Insieme, 이하 EDM) 와인품평회는 이제 막 그란골드 메달 당첨자를...
    Date2019.12.09 글쓴이백난영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 23 Nex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