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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Stephane SON (sonwine@daum.net)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1999년 귀국 이후 중앙대학교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 한국 와인 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 와인연구소>를 설립,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와인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로서 그리고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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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43도, 프랑스 최남단.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겨울 바람은 부드럽고, 봄의 습기는 포도나무의 수액을 오르게 한다. 여름의 복더위와 뜨거운 열기는 포도의 색깔을 검게 하고 포도알 안에 당분을 가득 채워 준다. 내륙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땅을 식혀주고 질병을 예방하며 벌레가 꼬이지 못하게 한다. 강수량은 연 400 mm 전후로 프랑스에서 가장 적은 편이다. 화강암 토양에 뿌리내린 고목들은 깊숙이 박힌 뿌리에서 수분을 뽑아 올린다. 포도 재배의 천국, 여기는 랑그독(Languedoc) 지방이다. 

 

 

프랑스 랑그독의 대표 와인 그룹,
제라르 베르트랑 Gérard Bertrand

 

랑그독 지방의 포도밭 면적은 224,000 헥타르로 프랑스 최대이며, 그 중 70,000 헥타르는 고급 AOP 와인 생산 지역이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가장 싼 가격에 대량'으로 포도주를 생산하는데 주력했던 이곳은 오늘날 프랑스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진보와 변화를 경험한 곳이 되었다.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그르나슈 등 고급 품종을 재배하고 양조 기술을 혁신하며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상업 유통망을 혁신하여 초대형 슈퍼마켓과 결합, 주문 생산을 통하여 대규모 생산 유통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변화의 한 가운데 있는 와인 회사는 바로 랑그독 와인 혁명의 기수 '제라르 베르트랑 Gérard Bertran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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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 베르트랑>

 

 

1975년, 조르쥬 베르트랑(Georges Bertrand)은 꼬르비에르(Corbieres) 부뜨낙(Boutenac) 지역의 독특한 테루아인 빌마쥬 농장(Domaine de Villemajou)에서 아들 제라르 Gérard에게 포도밭 일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제라르가 1965년생이니까 그의 나이 10살 때부터 집안의 밭일에 참여한 셈이다. 그런데 그가 와인메이커가 되기 전의 경력이 특이하다. 한때 그는 유명한 럭비 선수였다. 1990년도에 스타드 프랑스(Stade Français) 팀의 주장으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프로 럭비 선수로서의 경력은 1987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임종으로 끝나게 되고, 22살의 나이에 그는 빌마주 농장을 물려 받았다.


본격적으로 가업에 뛰어든 그는 1992년에 '제라드 베르트랑 와인 회사'를 창립했고 도멘느 시걀뤼스(Domaine Cigalus)와 샤또 라빌 베르투(Château Laville Bertrou)를 비롯해 2010년에는 샤또 에그 비브(Chateau Aigues Vives)를 인수하였다. 2002년 샤또 로스피탈레(Chateau l’Hospitalet) 인수로 제라드 베르트랑 회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멋진 포도원을 갖춘, 회사의 본사인 로스피탈레는 지중해식 생활 예술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어 회사의 비전을 바꾸어 놓았다.


2011년에는 테라스 드 라르작(Terrasses du Larzac) 지역에 위치한 도멘느 드 라 쏘바존느(Domaine de la Sauvageonne)를 구입했으며, 이듬해에는 신생 AOP 지역인 말르뻬르(Malepère) 지역의 샤또 드 라 쑤즈올(Château de La Soujeole)까지 인수함으로써 역내 최고의 랑그독 크뤼들을 섭렵하게 되었다. 2013년에는 건축가 뤼셔(JF Lusher)가 설계한 첨단 양조장을 나르본느(Narbonne)시의 라 클라프(La Clape) 지역에 신축하였다.

 

2014년에는 드디어 그룹의 최고 와인인 끌로 도라(Clos d’Ora)를 출시하였으며 샤또 드 따라이앙(Château de Tarailhan)과 샤또 데 까랑테스(Château des Karantes)를 인수하였다. 3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실로 엄청난 팽창이다. 아마도 프로 럭비 선수로서 거친 필드에서 그가 닦았던 퍼포먼스와 우수함의 가치에 착안하여, 제라르는 현재 그의 포도원에서도 그 완벽함을 향해 계속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랑그독의 가장 아름다운 테루아를 지닌 14개 포도원의 오너로써, 제라르 베르트랑은 세계에 남프랑스의 엠버서더로써 그 잠재성을 알리고 지역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가 되는 포부를 품고 있다.

 

 

친환경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의 진수

 

피레네 산맥과 지중해 사이의 땅 랑그독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오랜 기간 '대량 생산되는 대중 와인'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라르는 그 통념을 깨고 랑그독에서 고품질의 세련된 와인 생산과 최신 기술 도입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고안한 바이오 다이내믹 생태 영농법(Biodynamic farming)을 2002년부터 도입하였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은 전체론적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기존의 유기농법을 완전히 새롭게 대체하였다. 다시 말해 손 수확, 화학 비료 및 살충제 사용 중지 등에서 그치지 않고 수확이나 병입 등의 시기를 달의 움직임에 따라 정하고, 현장에서 조달되는 재료로 만든 퇴비나 천연 비료만 사용하여 지속 가능한 영농을 추구한다. 생산량이 아니라, 토양의 건강과 자연 생태계의 교류에 가치를 둔다.


"저는 제 아들과 손자들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와인은 사업이 아닌, 천직이며 철학입니다. 이게 제 살아나가는 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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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발간된 <Wine, Moon and Stars>는 그가 쓴 첫번째 책이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에 관한 그의 철학과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현재 베르트랑은 350 헥타르 이상의 밭을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관리한다. 

 

 

Gerard Bertrand 포도밭&amp;샤또 03.jpg

 

 

베르트랑의 농장 중에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과 관련하여 정말 보석같이 귀한 곳이 있다. 바로 끌로 도라(Clos d'Ora) 농장이다. 미네르바 라 리비니에르(Minervois La Livinière) AOP 지역에 있는 이 밭은 원래 양을 치던 목장이었다. 면적은 약 9 헥타르로 그가 소유한 14개 농장 중 가장 작다.  시라와 꺄리냥 품종의 고목과 새로 심은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 포도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끌로 도라 밭은 바니나(Vanina)와 빅토리으(Victorieux)라는 이름을 가진 노새 두 마리로 경작한다.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칫 포도나무를 손상시킬 수 있는 트랙터나 다른 기계들과는 달리, 노새는 발 아래 지구를 느끼며 생명의 연계를 이어준다. 그들이 배출하는 유익한 천연 비료는 덤이다. 제라르는 이들 동물이 인간과 지구를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농장 한가운데에는 명상을 위한 작은 집도 있는데, 멋진 포도밭과 주변 산의 정경을 볼 수 있으며 우리를 땅과 가깝게 이어주고 있었다.


"우리가 만드는 와인은 땅의 무한한 잠재력을 웅변해 줍니다. 단지 맛과 감동을 전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테루아와 우리를 연결하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평화, 사랑 그리고 조화'가 바로 끌로 도라 와인의 메시지입니다. 이것은 내가 와인을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와인을 통해 우리는 모두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베르트랑은 탄소 배출 감소와 지속 가능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온실 가스 배출 요소를 줄이려고 노력하며 Good Planet 재단의 얀 아써스와 함께 랑그독에서 '그린 프로젝트 10,000 Trees Goal'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친환경 농법 도입, 유기농 와인 재배자들과의 파트너십, 환경 보호 활동, 농림 산업 지원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라드 베르트랑은 2017년에 프랑스 언론 매체 기관인 <Les Echos>으로부터 ‘책임 리더십 부문 트로피’를 받았다.

 

 

제라르 베르트랑의 철학과 정체성
 
제라르 베르트랑의 세계로 몰입하기 위한 또 다른 공간은 샤또 로스피탈레 본부 건물이다. 이곳에는 작은 호텔과 유기농 음식 레스토랑, 테이스팅 셀러와 잘 관리된 포도밭이 있다. 나르본느 시와 해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 언덕에서는 멋진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제라르의 럭비 동료이자 예술가로 변신한 장 삐에르 리브(Jean-Pierre Rives)가 설치한 여러 조각 예술 작품들은 농장의 야생 자연과 멋지게 어울린다. 바로 여기서 제라르는 2004년부터 공동체를 위한 재즈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점점 커져서 5일 밤에 걸쳐 1,200여명의 내방객이 식사와 콘서트를 즐긴다. 재즈 애호가이기도 한 제라르는 "재즈는 테루아와 같은 거예요. 흙에서 오고, 우리에게 영감을 줘요, 매일 어떤 연주를 들으면 매번 다르게 들리죠. 즉흥적이면서도 직관적이죠"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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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 베르트랑 와인은 공동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그 작업은 전통과 뿌리를 확인하고 이해하고 고양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회사의 로고에 눈길이 오래 머무르는 것은, 순박하면서도 힘과 에너지가 깃든 십자가 디자인 때문이다. 로마 제국이 몰락하면서 북에서 내려온 서고트족의 십자가다. 이 십자가는 지금의 랑그독 십자가의 시초가 되었다. 컵의 물을 나눠 마시고 있는 비둘기는 나눔과 평화를 상징한다.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알파와 오메가는 매년 새로워지는 와인의 자연 주기를 나타낸다. 


제라르는 와인을 '즐거움과 감정 또는 메시지의 잠재적 매개체와 유쾌함'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룹의 4가지 궁극적인 가치를 탁월함, 진보, 자연스러움 그리고 유쾌함에 두고 있다. 듣기만 해도 즐겁고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는 철학을 관조하지 않고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와인이 점점 더 맛있어지는 이유다.

 

 

 

< 제라르 베르트랑 와인 4종 시음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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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 도라

Clos d'Ora, Minervois La Livinière

 

미네르바 마을의 라 리비니에르 구역에 위치한 끌로 도라 농원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9 헥타르의 포도밭이다. 해발 고도는 약 220미터이며 토질은 백악질 기반암 위에 사토와 이회토가 많다. 친환경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관리하며 각 이랑을 노새를 이용하여 간다. 손 수확한 포도는 품종 별로 콘크리트조에서 발효하며 춘분절에 블렌딩하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시킨다.


와인은 지중해를 대표하는 4가지 품종을 블렌딩했다. 시라 품종은 표준 양조법을 사용하며,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 품종은 아주 가벼운 착즙 과정으로 타닌 추출을 최소화하고, 꺄리냥 품종은 송이 통째로 넣어서 고온 발효하여 향을 최대한 추출한다. 

 

병의 무게도 육중하거니와, 'Clos d'Ora'의 금색 글씨와 황금색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형 정기가 느껴지는 레이블 디자인이 압도적이다. 앞서서 설명했듯이 '평화, 사랑, 조화'의 3요소를 상징한다. 뒷 레이블에는 '찬송가의 양자물리학 Quantiques des Cantiques에 대한 오마쥬'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번역은 돼도 이해는 어렵다. 'Ora'는 라틴어로 기도를 뜻한다. 종교적 귀의와 우주 천체에 대한 경외가 느껴지는 와인이다.

 

필자가 시음한 끌로 도라는 생산된 8,998병 중 1360병째 병이다. 짙고 심원한 흑적색 색상에 생동감있는 과일향이 풍겨 나온다. 블랙 베리와 커런트 류다. 뒤이어 삼나무 목재향과 바닐라, 후추와 아니스도 참여하고 토스트와 에스프레소의 쓴맛이 포인트를 준다. 14.5%의 알코올은 힘과 뜨거움을 주지만, 높은 산미와 매끄러운 타닌이 이를 진정시켜 준다. 4가지 품종의 사랑스러운 조화가 온 몸에서 평화롭게 느껴진다. 고딕 대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의 향연이다. 미디엄으로 구운 뉴욕 스트립에 로즈마리와 후추를 곁들여 즐기면 좋겠다(가격 : 50만원대).

 

 

Gerard Bertrand 시음주 02 la froge 2.png

라 포르쥬

La Forge, Corbières Boutenac 

 

라 포르쥬 와인이 생산되는 빌마쥬 농장은 제라르의 아버지 조르쥬 베르트랑이 1970년에 구입한 이래 베르트랑 가문의 본산 격인 농장이다. 여기서 아버지와 아들은 와인에 대한 열정과 꿈을 나누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빌마쥬를 이어 받은 베르트랑은 전통과 테루아를 존중함과 동시에 전 세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였다. 

 

빌마주 농장은 꼬르비에르 마을의 부뜨낙 구역으로 바다에서 떨어진 내륙 쪽에 있다. 부뜨낙은 꼬르비에르 원산지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농장에는 매우 오래된 꺄리냥 고목이 있는데, 최근 그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명품 랑그독 와인 생산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품종이다. 꺄리냥 품종은 주로 탄산가스 침용 발효법(Carbonic Maceration)을 사용하여 과일향과 산뜻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빌마주 농장 와인들은 과일향이 풍부하며 향신료 풍미가 좋다. 곧 바로 즐길 수 있는 가벼움과 유연한 타닌감이 특징이다. 

 

130 헥타르의 빌마주 농장에서 최고의 테루아는 언덕 정상 부근의 중신세 토질의 '라 포르쥬' 구역이다. 약 8 헥타르의 자갈밭에 100년 이상 자란 꺄리냥 포도나무가 있다. 라 포르쥬는 아버지 조르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밭 구획으로, 제라르는 아버지에 대한 헌정으로 이 특별한 와인을 만들었다.

 

사용한 품종은 지중해 품종 중 가장 향이 좋은 두 품종, 꺄리냥과 시라다. 라 포르쥬 와인을 위한 포도 수확량은 25hl/ha 로서 보르도의 절반 이하다. 두 품종은 특성상 따로 양조한다. 블렌딩 후에는 프랑스 오크통에서 15개월간 숙성하고 여과 없이 병입하여 다시 12개월간 숙성시킨 후 출시한다.

 

필자가 시음한 와인은 생산된 11,236병 중 10,114병째 와인이었다. 와인은 보랏빛이 감도는 흑장미 꽃잎 색상에 블루 베리와 말린 자두의 이국적 과일향이 두드러지며, 정향과 아니스, 시골 농장의 향토적인 헛간 내음도 어렴풋이 흘러 들어온다. 부드러운 산미와 적절한 감미로움이 감도는 입맛에 비단결같이 섬세한 타닌을 갖추고 있다. 우아함과 따스함을 겸비한 지중해 촌부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 와인은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담은 와인으로 느껴진다(가격 : 17만원대).

 

 

Gerard Bertrand.jpg시갈뤼스 레드 & 화이트

Cigalus Rouge & Blanc

 

1995년 제라르 베르트랑 그룹에 편입된 시걀뤼스 농장은 아주 특별한 콘셉트로 관리되고 있으니, 바로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이다. 자연과 주변의 리듬을 존중하며 적포도와 청포도 모두에서 랑그독 와인의 정통 표현을 찾아 내려고 한다. 2010년부터 완전한 바이오 다이내믹 실천 인증서인 디미터(Demeter) 인증을 받았다. 토질은 충적토인 황토와 점토가 많아서 다소 풍요로운 편이라, 이 농장 와인들은 미국 나파 밸리 와인처럼 힘이 넘친다. 그러나 하부 지질은 석회석 암반이 있어서 과도한 생산성을 억제하며 와인에 산미와 신선도를 불어넣는다.

 

75 헥타르의 시걀뤼스 농장에는 10 여종 이상의 다양한 청포도와 적포도가 자란다. 태양과 달의 움직임에 따라 작업을 하다 보니 생산하는 와인은 자연스럽게 테루아를 온전히 반영하게 된다. 레드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 메를로, 시라, 그르나슈, 꺄리냥 그리고 깔라독 품종을 블렌딩하였다. 대서양적인 보르도 품종과 지중해적인 랑그독 품종의 결합과 조화를 추구하는 와인이다. 시라와 꺄리냥 품종은 별도로 탄산가스 침용발효법을 사용하며 다른 품종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20여일간 발효한다. 이후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한다. 그후 여과 없이 바로 병입하여 수 개월간의 추가 숙성 과정을 거쳐 출시한다. 

 

가장 진한 색상을 가진 품종들의 결합인 만큼 색상은 매우 검붉다. 잘 익은 블랙 커런트와 블랙 베리, 스모크한 고기류와 가죽향, 허브와 민트, 피톤치드의 시원하고 상승감을 주는 향이 고유한 느낌을 준다. 폭발적인 15%의 알코올이 주는 첫 시퀀스를 지나면 말린 자두나 무화과, 흑사탕을 떠올리게 하는 감미로운 풍미가 이어진다. 타닌의 결이 매우 복잡하여 실크, 벨벳, 광목 등을 겹겹히 쌓은 느낌이다. 뒷맛은 모카 커피와 토스트, 민트, 제비꽃 향이 길게 끊어질 듯 이어지며 1분간 아련하게 남는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통하여 테루아의 진솔한 표현을 강화시킨 와인이다. 산장 테라스의 단독 바비큐나 T본 스테이크와 함께 라면 최적이겠다.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 70%, 비오니에 20%, 소비뇽 블랑 10%를 블렌딩하였다. 양조 과정상 특이한 점은 포도즙의 70%는 새 오크통에서, 나머지 30%는 일반적인 스테인레스조에서 발효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시걀뤼스 농장의 테루아가 가진 힘을 믿을 수 있기에 오크와의 깊은 접촉을 통해 복합미를 얻고자 하는 과감한 발상이다. 이후 유산 발효를 통하여 추가적인 안정감을 부여하였고 오크통에서 6개월 숙성시켰다.

 

화이트 와인의 색상은 매우 맑고도 진한 밝은 황금색이다. 향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향이 무릉도원의 문을 열어 주고, 버터와 패션 푸룻과 자몽향이 서양의 이국적 느낌을, 사프란와 계피 향이 동양적인 단아함을, 아몬드와 헤이즐넛, 구운 잡곡빵 풍미가 구수하기도 하다. 마치 샤또뇌프 뒤 빠쁘의 화이트 와인을 접하는 기분이다. 14.5%의 알코올에 긴 피니쉬를 가진 멋드러진 화이트 와인이다 (가격 : 레드 & 화이트 13만원대).

 

 

 수입 : 하이트진로 (02-3485-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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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20여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 교육과 인문학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sonwi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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