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냐 빅 Vina VIK>
칠레는 포도를 비롯한 과일이 자라기에 안성맞춤인 과일의 낙원이다. 태평양과 안데스 산맥, 아타카마 사막과 남극 대륙이 칠레를 둘러싸 병충해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세기 후반 유럽의 포도밭을 무자비하게 휩쓸었던 필록세라(포도나무 뿌리진디) 같은 병충해가 칠레에서 발발한 적은 한번도 없다. 덕분에 칠레는 현재 “남반구에서 가장 큰 과일 수출국”으로 꼽히며 “세계 5대 와인 수출국가”의 위상을 자랑한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와인 중에서도 칠레산이 가장 많다.
칠레 와인의 절친, 프랑스
칠레 와인의 태동과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나라는 프랑스다. 19세기 중반, 칠레의 부유한 지주와 채광업자들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르도의 샤토(chateau, 성)를 본뜬 와인양조장을 설립했다. 그들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한 프랑스 포도 품종을 수입하여 재배했고, 가능한 한 프랑스 와인메이커들을 고용했다.
근래에 들어서는 칠레 정부가 적극적인 경제개방정책을 펼친 덕분에 외국인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칠레 와인 산업 역시 큰 수혜를 누렸다. 로칠드(Rothschild) 가문을 포함한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한 와인 명가들이, 샤토 마고(Ch. Margaux)의 폴 퐁탈리에 같은 유명한 양조가들이 칠레의 와인생산자들과 손잡고 굵직한 와인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칠레에서 부활한 프랑스 품종,
카르미네르 Carmenère
프랑스와의 깊은 인연 때문인지 칠레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포함한 보르도 품종이 광범위하게 재배된다.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추었지만 오늘날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알려진 카르미네르(Carmenère)도 그 중 하나다. 카르미네르는 19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 칠레로 전해졌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칠레 사람들이 이 품종을 오랫동안 메를로(Merlot) 품종으로 착각해 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그들이 마시던 메를로 와인이 카르미네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르미네르는 과일 맛이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더 많다. 메를로만큼 부드럽고 마시기 쉽지만, 과도하게 잼 같거나 시럽 같은 특징은 아니다. 카르미네르로 만드는 와인은 원숙하고 부드러우며 복합미가 뛰어나고 짙은 색 과일의 향과 풍미를 드러내며 여운이 깔끔하고 드라이한 것이 특징이다.
칠레에서 생산되는 보르도 블렌드 타입의 와인 중에는 카르미네르를 섞은 것이 많은데, 알마비바(Almaviva)나 돈 멜초(Don Melchor) 같은 와인에 뒤이어 칠레산 명품 와인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비냐 빅(Vina Vik)의 와인도 그 중 하나다(아래 사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인,
라 피유 벨르 La Piu Belle
비냐 빅은 노르웨이 출신의 억만장자 알렉산더 빅(Alexander Vik)이 설립한 와이너리다. 보르도 스타일의 명품 와인을 만들기 위해 그는 보르도 유수의 양조장에서 와인을 만든 바 있는 크리스티앙 발레호를 와인메이커로 고용했는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발레호는 비냐 빅의 와인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우리가 만드는 와인은 샤토 마고와 샤토 레오빌 포아페레(Ch. Leoville Poyferre)의 우아함과 세련됨을, 샤토 베를리케(Chateau Berliquet)의 부드러움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단한 구조감과 보디감, 부드러운 타닌과 짙은 색, 신선하고 잘 익은 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어요. 비냐 빅의 와인은 한마디로 세계 정상급 와인입니다.”
비냐 빅은 MILLA CALA, LA PIU BELLE, VIK 등 세 개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라 피유 벨르(LA PIU BELLE)는 고급 와인의 복합미에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해진 와인이다.(아래 사진)
맛뿐만 아니라 미적 요소까지 갖춘 와인을 선보이고 싶었던 알렉산더 빅은 어느 날 스무 명 남짓한 예술가들을 불러모아 와인 레이블로 사용할 만한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 중에서도 칠레 출신의 화가 곤잘로 시엔푸에고스(Gonzalo Cienfuegos)가 그린 한 여인의 모습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그녀는 마치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 프레야(Freya)처럼 아름다웠다. 그는 프레야를 닮은 이 여인의 모습을 와인병에 프린트했고, 와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의미로 라 피유 벨르 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가의 이 와인은 출시되자 마자 고급스런 취향의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주요 와인 매체와 와인평론가들은 또 하나의 칠레산 명품 와인이 등장했음을 앞다퉈 알렸다. 물론 칠레 와인에 익숙한 한국 시장에도 비냐 빅의 와인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비냐 빅의 와인은 수입사 제이와인 (070-7671-7878)을 통해 국내에 수입, 유통 중이다. 라 피유 벨르를 비롯한 비냐 빅 와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황금의 땅에서 찾은 금보다 귀한 와인, 비냐 빅" 기사를 참고하도록 하자.
[참고자료]
“The Chilean Fruit Exporters Association and Produce Marketing Association to Collaborate More Closely”
“Leading countries in wine export worldwide in 2017”
“Where Art and Wine Meet”
[더 와인바이블](캐런 맥닐 저, 2010)
[와인 테이스팅노트 따라하기](뱅상 가스니에 저,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