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와인을 구입하기에 지금보다 좋은 때는 없다.”
Wine of Chile의 최근 뉴스에 의하면 칠레를 방문한 유명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800여개의 와인을 시음한 후 위와 같이 소감을 밝혔다. 또한 84%의 와인이 그로부터 90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칠레 와인의 품질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지난 9월 26일, 주한칠레대사관 상무관실, 쿠리코와 마울레 지역 와인협회, 탈카대학교 포도&와인 기술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칠레 쿠리코Curicó, 마울레Maule 지역 와인 마스터 클래스>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개최되었다.
한국 소비자에게 칠레 와인은 친근하다. 한국의 첫 FTA 대상국이란 수혜를 받으며 국내 와인시장에 가성비 좋은 와인,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으로 안착했다. 2008년을 기점으로 수입량이 꾸준히 늘면서 프랑스에 이어 2위 수입국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칠레 와인과 인연이 각별한 한국에서 쿠리코와 마울레 지역의 와인들이 선보였다.
칠레는 ‘와인 생산지의 갈라파고스’라고 할 만큼 고립되어 있다. 서쪽에는 태평양, 동쪽으로 거대한 안데스 산맥이 있으며 북쪽으로 아타카마 사막, 남쪽에는 남극의 얼음 덩어리가 가로막고 있다.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는 자연 환경 덕분에 유럽의 포도밭을 망가뜨린 필록세라(Phylloxera, 포도나무의 뿌리와 잎에서 수액을 흡수하는 해충)조차 침범하지 못했다. 천혜의 자연조건 아래 칠레에선 유기농법이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다. 이 밖에도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에 풍부한 일조량, 안데스 산맥에서 눈이 녹아 만들어진 강물 등 재배 조건은 이상적이다.
<마울레 밸리에 흐르는 강 ©Wines of Chile>
<아침 안개에 싸인 쿠리코 밸리의 포도밭 ©Wines of Chile>
쿠리코와 마울레 지역은 16세기 칠레 와인 산업이 시작된 센트럴 밸리의 남부에 속한다. 마이포, 아콩카구아 밸리에 비해 유명세는 낮고 저렴한 와인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안데스 산맥에서 부는 바람과 태평양의 훔볼트 한류의 영향이 더해져 서늘한 기후를 유지한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다른 기후가 나타난다. 해안에 가까울수록 지중해성 기후, 중앙은 온난 습윤한 기후를 띤다. 그리고 안데스 산맥 부근은 서늘하다 못해 춥다. 이는 포도 숙성과 와인 스타일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곳에서 주로 재배하는 청포도 품종은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무스카텔 델 알렉산드리아다. 쿠리코와 마울레 지역은 칠레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소비뇽 블랑의 경우, 칠레 전체 생산량에서 쿠리코와 마울레 지역의 와인이 절반을 차지한다. 소량이긴 하나 세미용, 비오니에, 리슬링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주요 적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르미네르 같이 초기 칠레에 들어온 전통적인 품종들이다. 또한 말벡, 카베르네 프랑, 시라, 피노 누아, 까리냥 등 다양한 품종들도 적극적으로 재배한다.
<칠레 쿠리코Curicó, 마울레Maule 지역 와인 마스터 클래스>에 소개된 와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Alta Cima 6330 Emsamblaje Gran Reserva 2014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48%, 시라 25%, 프티 베르도 16%, 메를로 7%, 카르미네르 4%)
독일 출신의 양조학자이자 포도밭 관리자인 Klaus Schroder는 1965년부터 칠레의 유명한 와이너리 산 페드로, 에라주리즈, 산타 리타에서 경력을 쌓았고 2000년에 쿠리코 밸리에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붉은 과일과 향신료의 향이 진하게 다가온다. 타닌은 부드럽고 산도 또한 강하지 않다. 여러 품종의 복합적인 향미가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온화한 기후에서 충분히 잘 익은 과일 맛이 난다.
■ Casa Verdi 1918 Icon 2014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100%)
Casa Verdi는 쿠리코와 마울레 밸리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아이콘 와인 1918은 위대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설립자가 칠레에 도착했던 해다. 검은 과일, 딸기잼, 민트, 향신료, 초콜릿의 향미가 강렬하다. 타닌과 산도 모두 강해서 와인 구조가 매우 탄탄한 느낌이다.
■ Pewen Titan Grand Reserve 2015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100%)
설립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Pewen Wines는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등지로 활발하게 와인을 수출하고 있다. 딸기잼, 감초, 캐러멜의 맛과 향이 난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구입한 중고 오크통을 사용해서인지 타닌의 느낌이 과하지 않다. 편안하게 마시기 좋다.
■ Pirazzoli Noble Custodio-Reserva de Familia 2014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85%, 시라 15%)
1985년에 오래된 포도밭을 매입하여 설립한 가족경영 와이너리이다. 현재 연간 450만 리터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건포도, 검은 자두, 바닐라, 발사믹의 향이 난다. 타닌이 거칠지 않지만 단단하고 강한 편이다. 여운에서 향신료 느낌이 꽤 오래 간다.
■ Alto Quilipin Merlot Reserva 2014
(품종: 메를로 100%)
칠레 국내외 와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와이너리로 미세기후가 발달한 곳에 위치해 있다. 붉은 색 과일의 향이 지배적이며 바닐라, 향신료, 구운 향이 뒤이어 난다. 타닌은 부드러워 편안하다.
■ Tinajas del Maule Viejo Feo Sparkling wine
(품종: 샤르도네 80%, 피노 누아 20%)
샤르마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신선한 산도를 지키기 위해 밤에 포도를 수확한다. 청사과, 배, 레몬 등 샤르도네의 전형적인 향이 잘 드러난다. 페트롤 향도 약간 난다. 상쾌하고 여운에서 살짝 단 맛이 느껴진다.
■ Laberinto Sauvignon Blanc 2016
(품종: 소비뇽 블랑 100%)
와이너리는 추운 기후대에 속하는 안데스 산맥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미네랄 풍미를 보존하기 위해 스테인리스스틸 탱크를 사용해서 양조한다. 구즈베리, 구아바, 갓 자른 풀, 라임 향이 강해서 시원하게 느껴진다. 산미는 날카롭고 미네랄 풍미도 잘 간직하고 있다.
■ Invina Sierra Batuco Reserva Pinot Noir 2015
(품종: 피노 누아 100%)
Batuco 포도밭은 마울레 밸리에서 해안에 가까운 편이다. 딸기잼, 정향, 시나몬, 바닐라의 향이 난다. 입 안에서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고 소스가 진한 음식과 매칭해도 좋을 듯 하다.
■ Cremaschi Furlotti Limited Edition de Familia 2014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까르미네르, 시라)
이태리에서 온 Furlotti 가족은 마울레 밸리에서 120년동안 5대째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오디, 블루베리, 건자두, 후추의 향미가 복합적으로 풍부하게 난다. 타닌과 산도 모두 강한 편이라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 Terranoble Lahuen 2013
(품종: 까르미네르 51%, 시라 34%, 프티 베르도 15%)
블렌딩한 품종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까르미네르 전문’이란 설명을 듣고 의문이 풀렸다. 블랙베리, 후추, 시나몬, 초콜릿의 향미가 풍부하다. 신선한 산미와 단단한 타닌이 조화를 이룬다. 입 안에서 매끄러운 감촉을 가진 우아한 와인이다. 유명한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과 지니 조 리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