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www.sicilianicreativiincucina.it)
“잘 익은 글레라 포도주스를 압착해서 발효를 해야되죠. 추운 겨울이라 주스가 갑자기 발효를 멈추게 되거든요. 그러다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동면하고 있던 와인이 갑자기 깨어나 발효를 다시 시작하죠. 나의 고조 할아버지는 이것을 알았기 때문에 부활절 몇 주 전에 발효가 멈춘 와인에 효모를 넣은 다음 병 입구를 단단히 막아두었죠. 그런 다음 기다리면 발효가 끝난 와인은 탁한 빛깔이 나며, 기포가 올라오는 와인이 됩니다”
위의 대화는 샴페인이나 카바의 탄생 일화는 아니고 트레비소(Treviso)와 그 근교 언덕에서 예전에 프로세코 와인을 만들던 방법을 옮겨 논 것이다. 여기서 옛날은 1세기전으로 프로세코 와인이 콜 폰도(Col Fondo)로 불리던 시절이며 샤르마 방식이 개발되기 전이다.(샤르마 방식: 탄산가스를 큰 압력용기에서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시간과 노동력을 줄이면서 스파클링 와인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당신은 청명한 노란색 프로세코가 담긴 플룻잔에서 솟아오르는 힘찬 기포와 그것이 잔 언저리에서 터질 때 나는 레몬, 사과, 이탈리안 배 향기에 익숙할 것이다. 꼴폰도는 그 친숙함에 도전장을 던진다.
병 밑에 가라앉은 침전물(효모찌꺼기)을 제거하지 않고 마시는 꼴폰도는 밥알만 떠다니면 영락없이 동동주로 착각될 정도로 흐린 빛깔이 나며 잔에 든 와인을 흔들면 과일시럽처럼 둔탁하게 출렁인다.
샤르마 방식으로 만드는 기존의 프로세코와는 달리 꼴폰도는 샴페인방식으로 제조하며 병숙성이 끝난 후 르뮈아주 (병을 회전시켜 찌꺼기를 병 목에 모으는 과정) 와 데고르주멍 (병목에 모은 효모찌꺼기를 순간 냉동시켜 제거하는 과정) 을 생략한다. 또한, 데고르주멍 할 때 제거된 와인의 보충과 감미를 더하는 도자주(liqueur d’expedition)액을 보충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 와인과 이것이 숙성되면서 얻는 풍미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원액의 품질에 이상이 있거나 숙성 진행 중 만에 하나라도 변질이 생기면 추후에 교정은 불가능하다.
침전물 유무에 따라 꼴폰도 프로세코를 마시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마시기 하루 전에 병을 세워두면 병 밑에 가라앉는 앙금 위로 뜨는 와인을 마시는 방법과 앙금을 거르지 않고 흔들어 섞어 마시는 것이다. 전자 방식의 꼴폰도는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와인처럼 진한 효모와 견과류의 향이 포도의 아로마와 조화롭게 난다. 후자는 효모와 와인이 접촉하면서 발생한 복합적이며 좀 더 강렬한 향들과 우유 마실 때처럼 매끄러운 식감이 난다.
(Veneto 지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Asolo에서 꼴폰토 프로세코가 생산된다.)
트레비소와 주변 마을의 지방 전통주에 머무르던 ‘꼴폰도’ 를 마을 경계 밖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된 건 현재의 ‘아솔로 프로세코(Asolo Prosecco)콘소시엄’ 창립회원과 동네 유지들의 역할이 컸다. 이곳 사람들은 와인 색이 탁한 것이 결점으로 비춰질 까봐 망설였고 꼴폰도가 트레비소 향토의 맛으로 남기를 바랬다. 이러한 염려들을 충분히 파악한 제안자들은 기존의 Asolo Prosecco DOCG와인규정에 등급 포함 심사 요청할 때 꼴폰도의 전통 양조비법에 변경이 가해지는걸 최소화하도록 했다. 덕분에 꼴폰도는 등급에 포함되었지만 본래 맛과 향을 보존할 수 있었고 Asolo Prosecco Frizzante Col Fondo의 명칭으로 등록되었다. 꼴폰도가 추가됨으로써 드라이, 약발포성, 스푸만테 수페리어로 삼분되던 기존의 프로세코 시장은 다양화 됐다.
꼴폰도는 베네토주 북동부의 트레비소군에 속해있는 5백 2십만 평방미터 면적에서 재배된 글레라 청포도로 만든다. 이곳은 석회석, 모래, 점토가 다양한 비율로 혼합돼 있는 붉은빛이 도는 이회토다. 트레비소군은 북위 45~46도 사이에 위치하며 아시아에서는 만주지방이 비슷한 위도에 있다. 만주는 와인용 포도의 재배가 불가능한 북한계선을 넘어선 포도 불모지 이지만, 트레비소 군에는 그라빠(Monte Grappa)산이 북쪽에 버티고 있어 북유럽에서 넘어오는 추위를 막아준다. 연중 선선한 날씨가 계속되어 산도가 높고 과실향이 농축된 글레라로 자라는 이상적인 생태계다.
꼴폰도는 글레라를 85% 이상 사용해서 만들며 나머지 15%는 베르디소, 비앙케타, 페레라, 글레라 룬가 품종 중 한 종류만 선택하거나 모두 혼합해서 양조한다. 꼴 폰도는 트레비소군에서 사용하는 애칭이며 와인 라벨에는 ‘rifermentazione in bottiglia(병 안에서 재발효)’로 표시된 것도 있다. 이것은 생산방식에 좀더 중점을 둔 양조용어로 생산자의 재량에 따라 둘 중의 하나를 선택 표기한다 .
Montelvini사의 꼴폰도 프로세코
Il Brutto Asolo Prosecco DOCG Col Fondo: ‘못생긴Il Brutto’의 뜻을 가진 Montelvini와이너리의 콜폰도는 기존의 프로세코 색깔과 달라서 갖게 된 이름이다. 일부러 캡슐을 씌우지 않아서 코르크마개가 드러난 디자인이 예스럽다. 우유 빛 프로세코에 용해된 미세한 기포가 천천히 올라오며 일반 프로세코(4기압 이상)보다 기압이 2.5 정도 낮아서 혀를 톡 쏘는 느낌이 훨씬 덜하다. 흰과일, 하얀꽃, 자몽 향기는 옛 기억처럼 희미하고 호두, 땅콩, 효모, 버터에 구운 빵, 바닐라의 복합적 향기가 난다. 위의 향기 뒤에 미네랄과 페인트 향이 따라오며 효모와 섞인 산미는 원만하다. 약발포성 와인에서는 흔하지 않은 중간 보디감의 묵직함과 긴 여운이 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