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밸리 와이너리 기행[5] - 콘 크릭 와이너리 >
Conn Creek Winery
글ㅣ사진 _ 손홍석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 지역은 나파 밸리(Napa Valley)이다. 나파 밸리는 좁은 골짜기를 따라 수백 헥타르(ha)의 포도밭이 50km 이상 길게 펼쳐져 있는 형태이며 특히 프리미엄 와인을 많이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나파 밸리 와인의 역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에는 와인의 품질이 좋지 못했고, 금주법(prohibition)과 대공황, 필록세라 병충해에 의한 피해를 받으면서 그리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품질이 우수한 와인들이 많이 생산되기 시작하였고, 1976년 우리에게는 “파리의 심판”으로 알려진 시음회를 통해 나파 밸리의 와인이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 유럽과 같이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와인 산업이 부흥하게 된다.
나파 밸리는 지중해성 기후를 기본으로 하지만 지리 조건에 따라 다양한 기후를 보인다. 남쪽의 평평한 지역은 San Pablo 만에 의한 영향으로 비교적 서늘하며 북쪽으로 갈수록 따뜻하다. 또한 폭풍을 동반한 겨울 날씨가 주로 서쪽 지역의 골짜기에 비를 뿌리기 때문에 동쪽 지역이 보다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현재 나파 밸리는 16개의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 미국의 와인 원산지 명칭)으로 나누어지며, 약 450여개의 와이너리가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피노 누아, 메를로, 진판델을 비롯한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든다. 나파 밸리는 현재 연간 약 오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앞으로 와인오케이닷컴에 연재할 칼럼에서는 필자가 직접 방문한 미국 나파 밸리의 13개 와이너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로써 미국의 프리미엄 와인 산지인 나파 밸리와 그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Rutherford 교차로에 자리 잡고 있는 콘 크릭 와이너리는 나파 밸리에서 찾기 쉬운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이다. 단촐한 스페인 지중해 스타일의 건물은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며, 몇 그루의 올리브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이 와이너리에서는 특이하게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비교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똑같은 와인양조자가 동일한 양조 방법으로 와인을 만들지만, 포도 재배 기후나 토양이 달라지면 와인의 맛이 달라질 수 있음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Anthology 와인은 보르도 스타일로 블렌딩된 와인이었으며, 깊은 숙성의 느낌과 복잡성을 보여준다. 와이너리 직원에 따르면 그 비밀은 자신들만의 블렌딩 비율에 있으며, 많은 다른 종류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재산이라고 귀띔한다.
와이너리 창업주인 William Collins는 1967년 처음으로 포도를 심었다. 처음 포도밭을 개간할 때는 밭에 바위가 많아서 바위를 쪼개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했다고 한다. 초창기에 생산된 와인부터 품질이 좋아 여러 경연에서 입상을 했고,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생산하였다. 1986년 Collins는 와이너리를 다른 사람에게 팔았지만, 여전히 좋은 품질의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포도를 공급하고 있다. 새로운 소유주인 생 미셸Ste. Michelle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품질의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기를 원했다. 그는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 방법과 프랑스산 새 오크통을 사용하고 숙성 기간을 늘리는 변화를 통해 1991년 Anthology라는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현재 콘 크릭 와이너리는 나파 밸리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만들기 위해 블렌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자신들이 소유한 Rutherford 지역의 포도밭을 비롯해 나파 밸리의 13개의 다른 AVA 지역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공급받고 있다. 2009년에는 AVA 룸을 만들어 각기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을 비교 시음하고 독자적인 방법으로 다른 포도 품종과 블렌딩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루 동안 와인양조자가 되어 나만의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만들고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사람들은 블렌딩 체험을 통해 기후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도 할 수 있고, 보르도 스타일의 Anthology 와인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글쓴이 _ 손홍석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학사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박사
UC Davis Genome center 박사후연구원
고려대학교 와인연구소 연구교수
현) 동신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