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꽃망울이 터지는 봄에 가장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 갓 딴 딸기와 라스베리의 달콤하고 신선한 풍미의 피노 누아 와인이라면 어떨까… 3월 봄이 오는 길목에 열렸던 제130차 와인 아카데미의 주제는 피노 누아로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와인들을 시음했다.
피노 누아는 대표적인 조생종으로 껍질이 얇아 뜨거운 열기나 햇빛에 약하고 포도 알이 촘촘해서 습기에도 약하다. 일조량을 확보하되 과하면 안되고 비가 자주 와도 안 된다. 습한 기운과 열기를 날려줄 시원한 바람이 불면 더할 나위 없다. 그래서 피노 누아의 재배조건이 까다롭다는 것.
타닌 함량은 많지 않고 산도는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 높은 피노 누아는 미디엄 정도의 바디를 가지며 비교적 숙성이 빠르다. 어린 피노 누아 와인은 다양한 베리류, 체리, 카시스, 민트 등 풍부한 과일 향에 더해 흙(Earthy)의 향 등을 맡을 수 있다. 일단 숙성 시간을 거치면 버섯, 버찌, 향신료, 가죽, 동물향 등 미묘하고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시음회에서도 매력적인 피노 누아 와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시음회에 소개되었던 와인들은 풍미뿐만 아니라 그 가격까지도 매력적이었다.
▷ ROBERT MONDAVI Pinot Noir 2009
기타 설명이 필요 없는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와이너리이다. 밝고 경쾌한 느낌의 와인으로 검은 자두와 잘 익은 체리, 장미꽃 향이 난다. 입 안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나면서 달콤한 맛이 살짝 났다.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 와인의 전형적인 맛이다.
▷SINEANN Pinot Noir 2006
피노 누아의 제2의 고향이 된 오레곤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SINEANN은 1994년에 설립된 와이너리로 규모는 작지만 대부분 와인들을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하고 있다. 달콤한 과실의 향이 나며 타닌은 매우 부드러워져 실크처럼 매끄럽게 입 안을 감싼다. 깊은 느낌도 나서 숙성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WILLIAM COLE Bill Pinot Noir 2008
칠레에서 서늘한 기후 지역으로 알려진 카사블랑카 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이다. 아로마의 첫 느낌이 매우 강렬하다. 식물 계열의 아로마가 독특해서 인상적이고 체리의 향도 뒤따른다. 입 안에서는 아로마처럼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FELTON ROAD Pinot Noir 2008
뉴질랜드의 와인 생산지 중 가장 남쪽에 있는 센트럴 오타고는 대륙성 기후를 띠는 지역으로 피노 누아, 샤르도네, 리슬링의 좋은 재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많은 참석자들이 선호했던 와인으로 잘 만든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연상시킨다. 향은 매우 복합적이고 끝까지 집중시키는 힘도 있다.
▷DREISSIGACKER Spaetburgunder 2007
독일 피노 누아는 최근 저렴하고도 품질이 좋아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DREISSIGACKER에서 생산하는 피노 누아 와인은 Gault Millau 등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향신료와 옅은 베리향을 느낄 수 있고 날카로운 산미와 입 안을 조이는 듯한 타닌이 인상적이다.
▷FAIVELEY Mercurey 1er Cru Clos du Roy 2007
1825년부터 6대에 걸친 가족경영 네고시앙이자 도멘으로 부르고뉴에서 가장 넓은 농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apos프르미에 크뤼답다’란 생각이 드는 와인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섬세하고 부드러워졌다. 향기롭고 산미와 타닌의 조화를 잘 이뤘다.
▷VINCENT GIRARDIN Pommard les Vignots 2006
부르고뉴 뫼르소에 위치한 네고시앙이자 도멘으로 화이트, 레드 와인 모두 품질이 뛰어나 평가가 높은 편이다. 체리 풍미가 나고 시음 와인들 중 가장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힘도 충분하고 여운도 긴 편으로 남성적인 느낌이 나는 와인이다.
▷JEAN GRIVOT Vosne Romanee 2008
유서깊은 와인 메이커 집안으로 오래 전부터 본 로마네에 자리잡아 Clos de Vougeot, Richeburg 같은 그랑 크뤼 포도밭을 소유하며 풍부하고 풀 바디 와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블랙 티와 향신료의 향이 서서히 올라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샤프한 힘이 살아나면서 풍미의 여운을 길게 지속시켜 준다. 우아한 느낌의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