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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와인을 자연의 선물이라고 한다. 인간의 힘을 빌릴 뿐 와인을 만드는 주역은 자연이란 것이다. 그러나 품질의 균일화, 안정적인 생산량과 소비량의 유지 등을 위해 자연보다 현대 양조 기술에 기대게 되었다.

배양 효모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당도가 부족하면 설탕을, 산도가 적절하지 않으면 산을 추가로 첨가하고 오크 풍미를 내기 위해 오크 에센스,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보존제 등을 첨가한다. 이렇게 부족함을 채우는 식으로 넣기 시작하면서 와인은 오히려 자연과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자연 와인은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하여 만드는 와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바이오다이나믹 와인(Biodynamic wines)이나 유기농 와인(Organic wines)과는 또 다른 와인 종류이다(특히 바이오다이나믹 와인과 분명한 선을 긋기가 어렵지만).


[풀과 꽃이 가득한 포도밭]

자연 와인(Vine natural)을 생산하는 생산자들은 산업혁명 이전의 와인 메이킹을 추구한다. 우선 포도밭을 청저하게 유기농법으로 관리하는데, 제초제와 화학 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배양 효모는 물론 인공 색소, 설탕, 산, 타닌 그리고 화학 보존제 등과 같은 모든 첨가제와 정제와 여과 과정도 거부한다.

옛날부터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해왔던 이산화황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병입 전에 극소량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산화황은 미생물 억제, 산화 방지, 색소 안정 등을 위해 와인을 만들 때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수령이 100년 이상된 Chenin 포도 나무]

자연 와인을 만들려면 보통 의지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배양 효모가 아닌 야생 효모를 사용하는데, 이에 따른 위험도 많다. 한 포도밭에 많은 야생 효모들이 모두 와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없고 야생 효모를 제대로 제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자연 와인 생산자들이 주장하는 테르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한 열쇠는 이 야생 효모이기 때문이다. 유기농법으로 보호한 토양에서는 다양한 야생 효모가 존재하고 와인에 복합성과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자연 와인 생산자들이 사용하는 전통 수직형의 나무압착기(Wooden vertical presse)]


[첫 번째 즙을 짜고 난 뒤, 짠 즙을 오크 통으로 옮기고 있다.]

국내에 프랑스 자연 와인을 소개하고 있는 에이전트 손남주 대표는 자연 와인이 일반 와인보다 유기농법과 자연 양조법이 함께 조화를 이뤄 테르와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한다. 덧붙여 자연 와인을 마시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보존에도 한 몫을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이태리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자연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유럽연합은 물론 세계 어디에도 자연 와인에 대한 이렇다 할 법적 규제나 표준이 없다. 그래서 일부 유기농 와인 생산자들은 Association des vins naturels(AVN)이란 조합을 만들어서 활동 중이다.

손 대표는 자연 와인, 유기농 와인, 그리고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은 오트 쿠튀에르(Haur Coutuier, 고급상품)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자연 와인은 자연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진실되고 소박한 농부의 와인일 뿐이라는 것.

자연 와인을 맛보면 첫 느낌은 낯설고 생소하다. 편견과 선입견을 한꺼풀 벗겨내면 그 때부터 와인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세계화 속에서 와인도 예외가 아니어서 잘 만들어졌지만 어딘지 비슷비슷하면서독특함을 찾기 힘든와인들 속에서 자연 와인이 주목받고 있다.

자연 와인은 새로움에 목마른 와인 애호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정도의 낯설음과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새로운 유행으로 그칠지 또 다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와인이 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시음화인

지난 1월 손 대표는 르와르와 랑그독의 자연 와인들을 가져와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비록 국내에 수입되지 않지만 새로운 와인을 소개하는 의미에서 간단한 시음기를 넣기로 했다. 생소한 느낌이 강하지만 그 중 좋은 인상을 받았던 와인도 있었다. 단순하게 산화된 느낌의 와인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Jean Christophe Garnier, Brut Nature (petillant Rose-sec)2011
Loire, Anjou & 이산화황 무첨가(0%) & 12.5%
연한 연어 알 색상을 띠며 복숭아 느낌이 나고 매우 드라이한 와인이다. 거품이 강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고운 거품이 올라온다.

2. Clément Baraut, Le Pitrouillet Blanc sec 2011, AOC Savennières
Loire, Anjou & 이산화황 1g/1hl & 11% & 품종: Chenin 100%
첫 느낌이 꽤 단단한 화이트 와인. 견과류 향이 살짝 나고 신선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3. Julien Courtois, Originel, Blanc 2010, Vin de France
Loire, Touraine & 이산화황 1g/1hl & 13% & 품종: Menu-Pineau 80%, Romorantin 20%
미네랄리티가 풍부하다는 느낌이 들고 약하지만 꽤 길게 지속하는 힘을 가졌다.

4. Julien Courtois, Element-Terre rouge 2010, Vin de France
Loire, Touraine & 이산화황 무첨가 & 12.5% & 품종: 3종류의 Gamey
약간 씁쓸한 맛과 타닌 느낌이 나고 과일 향은 시간이 지나 서서히 올라온다.

5. Jean Christophe Garnier, Les Tailles rouge 2011, Vin de France
Loire, Anjou & 이산화황 무첨가 & 12.5% & 품종: Cabernet Franc 50%, Cabernet Sauvingon 50%
굉장히 색다른 느낌의 와인. 장미, 베리류, 민트 같은 허브의 향이 난다. 타닌 느낌이 거의 없는데, 생산자가 타닌을 싫어한다고 한다.

6. Claude Courtois, Racines rouge 2009, Vin de France
Loire, Touraine & 이산화황 1g/1hl & 12.15% & 품종: Cabernet Franc
과일 향이 부드럽고 마일드하게 다가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레드 계열의 과일 향과 동물 향도 난다.

7. Didier Chaffardon, L'incrédule rouge 2011, Vin de France
Loire, Anjou & 이산화황 무첨가 & 13% & 품종: Cabernet Franc
진한 색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약간 매콤하고 타닌도 부드러운 편. 풀 바디를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원만하게 넘어간다.

8. Clos Fantine, La Lanterne rouge 2011, Vin de France
Languedoc & 이산화황 무첨가 & 13% & 품종: Cinsault, Aramon
신선한 느낌으로 잘 익은 과일 향과 야성적인 동물 향이 난다. 타닌은 아직 뻑뻑하지만 마시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프랑스 내에서는 인기가 상당히 높은 자연 와인이라고 한다.

9. Clos Fantine, Faugères 2010, Vin de France
Languedoc & 이산화황 무첨가 & 14.5% & 품종: Carignan, Grenache-Syrah
앞에 마신 와인과 같은 생산자의 와인. 진한 느낌이 지배적. 라즈베리 같은 베리류의 향이 많이 나고 타닌도 강한 편이다.

10. Didier Chaffardon, L'indolent blanc 2010, Vin de France
Loire, Anjou & 이산화황 0.5~2g/1hl & 14.2% & 품종: Chenin
Chenin demi-sec 으로 딱 쉐리 아몬디아 느낌으로 사랑스럽고 달콤하다.

11. Clément Baraut, Carpe Diem Liqueureux 2010, AOC Bonnezeaux
Loire, Anjou & 병입 전 이산화황 소량 첨가 & 품종: Chenin
빛나는 호박색을 띤 스위트 와인. 견과류의 향과 꿀처럼 단 맛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는 산미로 밸런스가 훌륭하다.

사진 제공: 자연 와인 에이전트 손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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