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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소위 올드 빈티지 와인이라면 10년 이상 오래 된 와인을 말하는데, 세계 와인 생산량에서 이렇게 10년 이상 오래 숙성시킬 수 있는 와인은 불과 상위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제109차 와인 아카데미의 주제는 올드 빈티지 와인으로 비교적 구하기가 수월한 90년대 빈티지 와인을 모아 시음했다.

전 세계 와인들 대부분이 출시 후 1~5년 사이에 소비하도록 만들어진다. 그 속에서 10년 이상 오래 숙성시킨 와인을 만나기란 힘든 일이다. 게다가 10년 이상 보관할 요량으로 와인을 구입하려면 더 많은 돈과 시간, 열정이 필요하다. 정말로 마실 때가 된 와인은 복합성과 더불어 금전적인 가치도 얻게 된다.

시간의 터널을 지난 레드 와인의 변화 중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색상 변화로 자주색이나 루비색이 옅은 벽돌 색상으로 변화한다. 이는 적포도의 껍질에 존재하는 안토시아닌과 타닌의 영향이다.

안토시아닌은 페놀 화합물의 일종인데, 자연계에서 붉은 색상을 띤다. 불안정한 편이라 2-3년 후엔 완전히 없어지거나 타닌과 복합체를 이뤄 안정적인 색소와 색도를 유지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산화, 분해, 축합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벽돌 색상으로 변화하게 된다.

와인이 오래될수록 타닌은 부드러워지며 표현하기 힘든 향으로의 부케화가 진행된다. 이 모두 와인에 있는 페놀 화합물(타닌이 대표적)의 복잡한 화학적인 반응으로 생겨난다. 페놀 화합물은 와인의 숙성뿐만 아니라 향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닌이 없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 뼈대를 이루는 산도가 장기 숙성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노란 색상이 갈색화가 되고 향 또한 부케화가 진행된다.

페놀 화합물이 장기 숙성에 관여를 깊게 하기 때문에 레드 와인의 경우 타닌의 함유가 높은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더 유리하다. 보통 카베르네 소비뇽, 네비올로, 시라/쉬라즈가 메를로나 피노 누아보다 장기 숙성력이 크다.
많은 페놀 화합물을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빈티지가 우수해야 하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낮아야 한다. 와인 메이킹 과정에서 pH를 낮게 유지해야 하고 포도 껍질과 즙을 접촉시키는 마세라시옹(maceration 혹은 skin contact)은 페놀 화합물을 추출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오크 통 사용으로 페놀 화합물의 양을늘릴 수 있다.

타닌의 추출을 막기 위해 마세라시옹 과정을 생략하거나 아주 간단하게 끝내는 화이트 와인은 발효와 숙성에서 오크 통을 사용함으로써 페놀 화합물을 얻을 수 있다. 산도는 레드 와인의 타닌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포도 자체의 산도가 높을수록 장기숙성이 가능하다. 예로 리슬링과 르와르 슈냉 블랑은 샤르도네보다 잠재력이 강해 최장 30년까지도 숙성이 문제없다.

마세라시옹 과정이 매우 짧은 편인 로제 와인의 장기 숙성력은 자연스럽게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 수 있다. 포트 와인, 쉐리, 노블 와인, 아이스바인 등 스위트 와인들은 높은 당도 덕분에 장기 숙성력이 커서 10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보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관 온도는 13~18℃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숙성이 더디게 이루어지며 궁극적인 복합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어두울수록 좋은데, 특히 자외선을 꼭 피해야 한다.

일반적인 750ml 병보다 큰 Magnum(1.5L)나 Jeroboams(3L)병에서 와인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와인 부피가 더 커지기 때문에 산소가 덜 녹아 있다는 의미다. 산소는 숙성에 관여하지 않고 와인 오염의 원인이다. 그래서 올드 빈티지 와인의 경우, 침전물을 거르기 위한 용도 외에는 디캔팅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음와인 소개

1. Ch. Pontac-Monplaisir 1980

Sauvignon Blanc 50%, Semillon 50%

30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부드럽고 깊은 향이 은은하게 난다.

2. Hess Collection Cabernet Sauvignon 1994

Cabernet Sauvignon

많은 참석자들이 호감을 느꼈던 와인이다. 깊고 부드러운 타닌의 촉감이 훌륭하다.

3. Ch. Vray Croix de Gay 1996

Merlot 89%, Cabernet Franc 11%

아직 단단한 느낌이 살아 있다. 버섯 같은 향도 희미하게 나고 서서히 부케화가 진행되는 듯.

4. Azelia Barolo 1997

Nebbiolo 100%

오렌지색의 테두리가 넓고 벽돌색상을 띠고 있어세월의 흔적을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도 Azelia Barolo를 즐겨 마신다는 한 참가자는 이 빈티지가 가장 마시기 좋은 것 같다고 했다.

5. Bodegas Riojanas Monte Real Gran Reserva 1998

Tempranillo 80%, Mazuelo 15%, Graciano 5%

앞에 마신 와인들과 비교하면 어린 빈티지임에도 상당히 오래된 느낌이었다. 부드럽고 또 유연하다.

6. Ch. Grand Corbin Despagne 1999

Merlot 75%, Cabernet Franc 24%,

Cabernet Sauvignon & Malbec 1%

10년이 지났지만 튼튼한 느낌이다. 산미는 튀지 않고 타닌은 아직 건장하다. 더 숙성시켜도 좋을 것 같았다.

<참고문헌>
김준철 외. 와인 양조학. 백산출판사. 2009
J. Robinson (ed.). The Oxford Companion to Wine, Third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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