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그랑 크뤼 연맹(UGCB)이 주최하고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소펙사)가 주관하는 ‘2011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가 지난 11월 26일에 열렸다.
지난 2004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는 와인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 시음회라고 볼 수 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총 103개 그랑 크뤼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었다.
보르도 그랑 크뤼 연맹은 보르도에 위치한 134개 크뤼(샤토) 회원들의 연합으로 1973년에 설립되었다. 기자 혹은 유통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최신 빈티지의 와인을 소개하는 시음회를 주관해오고 있다.
연간 약 4백만 유로의 홍보비를 투입해 평균 50건의 홍보행사를 15여 개국에서 주최해왔는데, 프랑스 현지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와인 시음회를 개최할 때는 반드시 그랑 크뤼 연맹 소속의 와인 생산자 혹은 그의 대리인이 참석해야만 한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보르도 그랑 크뤼 연맹의 홍보 활동을 통해 4만여 건의 거래가 성사되었다. 연맹은 내년 세기의 빈티지라 말하는 2009년과 2010년 빈티지의 품질을 기대하고 내년 4월 엉 프리뫼르에서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국내 와인 전문가들에게 주요 13개의 AOC 그라브, 페삭 레오냥,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포므롤, 리스트락 메독, 물리스 엉 메독, 오 메독, 메독, 마고, 생 쥘리앙, 포이약, 생테스테프, 바르삭-소테른의 와인들이 소개되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시음회답게 많은 인파가 몰려 여유롭게 시음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고 인기 있는 몇몇 와인들은 빨리 떨어져 씁쓸하게 발길을 돌려야 하기도 했다.
올해 공개된 2008 빈티지는 좌안(Left Bank)와 우안(Right Bank) 모두 2007 빈티지보다 우수하지만 ‘객관적으로 뛰어나다’란 평가를 받기엔 부족하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2011년 5월 31일자에 의하면 레드 와인의 경우, 메독과 페삭 레오냥을 포함한 좌안보다 생테밀리옹과 포므롤을 포함한 우안이 좀더 낫다고 평했다.
생육기간에 일조량이 부족했고 병충해도 입었지만 9월 인디언 썸머(Indian summer)덕분에 2007년 보다 좋은 빈티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좌안의 레드 와인들은 깊이감보다 신선함이 드러나고 우안의 와인들은 좌안보다 신선하고 풍부하다. 샤토 발랑드로(Ch. Valandraud)의 장 뤽 튀느뱅(Jean-Luc Thunevin)의 말을 빌리면 “그레이트 빈티지는 아니지만 신선함과 산도를 가진 좋은 빈티지 즉 클래식 빈티지이다.”
그러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의 경우, 너무 신선한 산미와 과일의 풍미가 조화를 이루면서 뛰어난 품질을 갖게 되었다. 바르삭과 소테른의 스위트 와인의 경우,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2007년보다 낮은 점수를 주면서 그냥 좋은 빈티지로 평가했다.
- 드라이 화이트 와인: 소비뇽 블랑의 상쾌함과 시트러스 향, 적절한 오크 향 그리고 세미용의 유질 등이 잘 드러났다. 파프 클레망(Pape Clemant), 도멘 드 슈발리에(Domaine de Chevalier), 스미스 오 라피트(Smith Haut-Lafitte) 등은 많은 인파로 시음회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 레드 와인: 깊이감이나 농축미, 강한 타닌, 집중적인 힘 등 보통 좌안에서 생산된 와인들의 특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지금 마셔도 좋고 5-6년 이내에 마셔도 좋을 와인들이 많았다.
앙젤루스(Angelus), 카농 라 가펠리에르(Canon-La-Gaffeliere), 피작(Figeac), 트로플롱 몽도(Troplong Mondot), 클리네(Clinet), 라스꽁브(Lascombes), 레오빌 바르통(Leoville Barton), 피숑 로그빌 콩테스 드 라랑드(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 등 와인들은 일찌감치 다 떨어져 입맛만 다셔야 했다. - 스위트 화이트 와인: 봄 서리 피해로 수확량이 적었다던 스위트 와인은 2007년보다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신선함은 충분하지만 복합성과 인상적인 느낌이 부족했다. 지금 마시기 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마시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실비 꺄즈(Sylvie Cazes) 그랑 크뤼 연맹 회장은 “매년 전세계 총 13개국에서 연간 60회가 넘는 그랑 크뤼 와인 시음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그 중 한국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2011년 7월 한-EU FTA의 발효와 함께 서서히 와인 시장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어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만한 시장으로 손꼽힌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