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제 와인의 대명사 카바 CAVA
글, 사진 _ 김 혁
건축과 예술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남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곳에 카바의 생산이 최초로 시작된 역사적인 마을이 있다. 상 사두르니 다누아(Sant Sadurni d’Anoia) 마을은 현 카탈로니아와 구 카탈로니아 경계에 있는 알트 페네데스(Alt Penedes)에 위치해 있다. 마을 주변의 토양이 다양하기 때문에 재배되는 품종 또한 다양하며, 포도 재배 역사는 18세기 중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에 다양한 카돌릭 교구가 존재했었는데 그 중에서 Sant Sadurni de Subirats로부터 독립해 마을을 형성했고 그 이름을
Sant Sadurni d’Anoia로 칭하게 되었다. 이때가 1768년도다. 한때 마을 한 중간으로 아누아(Anoia) 강이 흐르고 있어 마을 이름은 그 강에서 유래 되었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흙으로 덮여 아이들 놀이 공원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미천하나마 카바의 원 고장임을 알리기 위해 둥근 아치 모양의 입구와, 그 위에 마을 설립 년도 1768년이 새겨진 돌이 놓여 있다.
마을에는 아직까지도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아름다운 건물들이 남아 있는데, 안내자의 이야기를 따라 거닐다 보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바 마을의 산 역사를 접할 수 있다. 마을에서 가장 넓은 광장은 역시 시청 앞이지만, 가장 관심 있는 거리가 라발 스트리트
(Raval street)로 1873년에 지어진 방어용 탑과 교회가 있는 곳이다. 이 교회의 아름다운 팔각 고딕 탑은 1924~1926년 사이 재건축되었고 필록세라(포도나무뿌리진디)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이 교회 광장에서 결혼식과 장례식 등 마을의 중요 행사들이 열리지만, 특히 이 마을이 카바를 최초로 생산하게 된 계기가 된 필록세라를 기원하는 축제도 이 장소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를 비롯해 전 유럽에 포도 농사의 황폐화를 주도했던 필록세라가 이 마을에서는 축제까지 열리는 유명한 해충이 되었다는 것이다.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1867년 프랑스 포도 밭이 필록세라의 공격을 받아 한창 황폐하게 되고 있을 때 이 마을의 포도밭은 아무런 피해 없이 건강했다. 그리하여 발 빠른 상인이 이곳의 포도 나무를 프랑스에 수출해서 많은 이득을 남겼다고 한다. 그 상인이 사무실을 열고 무역을 하던 건물이 아직 마을 중간에 남아 있다. 그러나 20년 뒤인 1887년, 이 마을 역시 필록세라의 침공으로 포도밭 전부를 잃게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마을에서는 그 동안 만들던 스틸 와인 생산을 접고 스파클링 와인을 집중적으로 생산하게 되었다. 물론 해충에 공격받은 나무들은 필록세라에 내성을 갖고 있는 미국산 포도 나무 뿌리에 접합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재앙 속에서 역경을 딛고 새로운 제품의 탄생을 이루어낸 이 마을, 현재 전체 마을 인구는 약 12,000명에 불과하지만 스페인 전체 카바 생산의 90%가 이 마을에서 생산된다.
마을 주변의 또 다른 건축물들은, 카탈랑 아르누보 스타일의 역사적이면서 예술적인 코도르니우 셀러 (Codorniu Cellars (1906))를 포함해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지어진 많은 건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마을 외곽에는 10~11세기에 지어진 로마 시대의 아름다운 교회 Sant Benet d’Espiells가 있어, 상 사두르니의 건축 문화를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지리적인 위치로 보면 마을은 바르셀로나와 타라고나(Tarragona) 사이에 끼어 있으나 개성이 강한 카탈로니아 지방에 속해 있어 스페인의 북동쪽 문화와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자는 카바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라도, 바르셀로나를 지나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 지역을 한번 여행할 것을 권한다. 프랑스에 샹파뉴 지방이 있는 것처럼, 스페인의 카바 지역은 표면에 나타나 있는 모습보다 수 백배 아름답고 역사적인 지하세계를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숙성되고 있는 카바를 맛보며 그들만의 독특한 맛과 향에 쉽게 친해질 수 있다. 현재 마을에는 80여 개의 카바 양조장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전통 품종과 유럽 일반 품종으로 고유의 풍미를 지닌 카바를 생산하고 있다.
글쓴이 _ 김 혁
와인 컬럼니스트ㅣ와인 및 식문화 복합문화공간 `포도플라자` 관장ㅣ
`프랑스 와인 명가를 찾아서`, `프랑스 와인 기행`, `이탈리아 와인 기행`,'스페인 와인 기행’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