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도쿄에서는 첫 번째, 진정한 일본인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이하 MW)인 게니치 오하시 (Kenichi Ohashi) MW를 축하하는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바로 그 며칠 전 게니치의 거대한 파티 계획을 들으며 다른 MW와 농담을 주고 받았었기에 페이스북에 하루 종일 올라오는 화려한 사진들이 반가웠다. 동시에, MW 로고를 배경으로 포토존까지 설치된 호텔 행사장, 대형 스크린, 초대 손님의 규모 등을 보면서 세상에…’가 절로 나오며 놀라기도 했다. 일본의 와인, 사케, 맥주 등 주류 업계 주요 인사를 비롯해 남아공에서 날아온 그의 멘토 MW 등을 포함, 800 여 명이 모여서 축하해줬다고 하니, 과연 역대급 MW 자축 파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니치는 사케 전문가이기도 하고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주류 유통 회사의 대표이기도 한지라 이런 큰 축하 자리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화된 와인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일본임에도 진정한 일본인 MW의 탄생이 조금 늦었으니 그 정도가 더했으리라. 사실, 일본 국적 보유자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영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해 온 Mai Tanaka가 2011년에 MW 타이틀을 획득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금융계 출신이고 일본에서의 활동이 전혀 없는지라 진정한 일본인 MW로 인정받지는 못한다고 들었다. 그 외에도, 오랜 기간 도쿄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호주 출신의 Ned Goodwin MW가 있었으나 외국인으로서 일본 와인 업계에서 활동하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일본을 떠나면서 폐쇄적인 일본과 일본 와인 산업에 대해 비판적으로 쓴 칼럼이 한동안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관련 내용은잰시스 로빈슨의 웹사이트에 실린 칼럼을 보면 된다.
지난 해 게니치와 함께 싱가포르의 Ying Tan도 MW가 되었으니 같은 동양인으로서 신나고 기분 좋은 일이다. 현재 이론과 테이스팅 두 시험을 합격하고 마지막 단계인 논문 준비에 한창인 홍콩의 Chris So, 중국의 Fongyee Walker, 영국 태생이지만 대만에서 활동하고 있는 Mark Pygott를 비롯해 MW 과정을 밟고 있는 아시아 출신 학생들이 여럿 있으니, 몇 년 안에 더 많은 동양인 혹은 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MW가 나오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최근 2-3년 사이 가장 많이 증가한 동양인 학생은 중국, 홍콩 출신이다. 게니치의 영향도 있었을까. 이번에 새롭게 입학한 학생 중에 일본인도 여럿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새로운 한국 학생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꽤 오래 전 공부를 시작한 베가 시실리아 오너의 부인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엘리사 권은 제외).
공교롭게도 필자가 유일한 한국 학생이다 보니, 동료 학생이나 MW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최초의 진정한 한국인 MW가 되는 게 아니냐”는 소리에서부터 심지어 “돈을 밝히지 않는, 멋진 한국인 MW가 되길 바란다”는 소리까지. 때로는 농담 섞인 내용과 어조로, 때로는 당황스럽게 만드는 내용과 진지한 어조로.
일본의 게니치나 싱가포르의 잉처럼 필자 또한 이 긴 여정을 2-3년 내에는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길 바란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한국 학생들을 MW 수업에서, 세미나에서, 시음회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겸비한 멋진 와인전문가들이 한국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만의 서클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은 그보다 더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