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디저트 혹은 식전주로 주정강화(fortified) 와인을 마실 기회가 간혹 있다. 그리고 주정강화 와인 중에서도 포트(Port)보다는 비교적 덜 무거운 쉐리(Sherry)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지난 2년 간 런던에서 지내면서 주정강화 와인들을 시음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특히 20년 숙성된 Quinta do Naval의 Tawny 포트를 시음한 후에는, 포트 와인 애호가들이 왜 유독 20년 숙성된 토니 포트에 열광하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반면, 루비 포트나 빈티지 포트의 경우에는 품질이나 숙성기간 여하를 막론하고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흐음…Quinta do Naval의 1927년 빈티지 포트나 Niepoort의 1945년 빈티지 포트를 맛보면 나의 태도가 좀 달라지려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한편, 포르투갈의 2011년은 빈티지 포트에 있어 “전설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들 한다. 2011년 봄, 주요 포트 와인생산자들은 그 해 빈티지 포트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고, 잰시스 로빈슨을 비롯한 많은 와인평론가들이 2011년이 “전설적인” 또는 “매우 특별한” 빈티지가 되리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11년 한 해를 살펴보면, 2011년 1월부터 8월까지의 강수량은 평균(400mm)보다 훨씬 적은 250mm를 기록했고, 6월과 7월에 서늘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포도가 높고 신선한 산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내린 비는, 건조한 날씨로 높은 당도를 함유하게 된 포도가 수확 직전에 최상의 상태로 익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가장 최근 빈티지 포트가 생산된 2007년에 비해, 2013년의 빈티지 포트 생산량은 28% 줄었고 품질은 더 나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필자가 포르투갈의 두오로Douro 지역을 방문했을 때 만난 포트 와인 생산자들로부터 위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수십 년 동안 와인메이커 혹은 셀러마스터로 일해온 현지의 포트 와인 전문가들 대부분이 2011년이야말로 지금껏 경험한 빈티지 중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짧은 방문 기간 동안 Quinta de la Rosa, Sandeman, Graham’s 포트 와인을 시음했는데, Graham’s의 2011년 빈티지 포트 와인은 이 글을 쓰게 만든 동기가 되었다. 포트 와인(특히 어린 포트 와인)에 대한 필자의 고정관념, 예를 들면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다”는 등의 편견을 기분 좋게 벗어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이다.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구나! 30년, 아니 50년 숙성도 거뜬하겠군. 온갖 기분 좋은 향, 힘이 느껴지면서도 부드러운 타닌, 훌륭한 산도, 길게 감도는 여운... 환상적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2011년이 아주 특별한 해라면, 2011년 빈티지 포트 와인을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보르도 와인에 비해 값도 비교적 낮다). 2011년을 크게 기념할 일이 있는 나 역시 예외는 아닌데, 2041년 또는 2061년이 되어 (그 때쯤의 내 나이를 생각해 보면 조금 끔찍하긴 하지만) 인생의 가장 소중한 벗과 함께 이 와인을 마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 그라함 포트 시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