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이탤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자가 권하는 두 번째 방법은, 각 주의 독특한 전시장 분위기를 즐기거나 특정 테마를 정해서 이탈리아 와인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이탈리아 북부와 일부 중부에서 생산되는 대중적 와인보다는 알프스에 접한 북부와 남부 지역, 섬 와인을 찾아다니는 색다른 경험이다. 이 경험에는 시칠리아 전시장이 적격이다. 올해 필자가 전시장에 막 들어갔을 때는 일부 생산자들이 깜짝 댄스 쇼를 벌이는 바람에 관람객들의 사진세례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 시칠리아 와인생산자들이 즉흥 댄스 쇼를 연출해 관람객의 사진 세례를 받았다.
알프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탈리아 최북단의 알토 아디제와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전시장에 가면 이탈리아인 평균 키보다 훨씬 크고 푸른 눈에 금발을 가진 직원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와인을 따라준다. 독일어에 자신 있다면 알토아디제 전시장에서는 독일어로 와인 담화를 나누어 봐도 좋다 .
쁘디 아르빈, 모니카, 갈리오뽀, 로쎄제, 피가토라는 와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궁금하다면 발레다오스타, 사르데냐, 리구리아, 칼라브리아 주 전시장에서 해결한다. 4개 주이지만 같은 전시장을 나눠 쓰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안 걸린다.
▲알프스에 위치한 발레다오스타(Valle d’Aosta)주의 희귀와인(쁘띠 아르빈, 코랄린, 토렛테)
와인 종류가 적기 때문에 오는 반사 이득도 있다. 리구리아 주 부스에서는 로쎄제(rossese)와 피가토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칼라부리아 주에서는 갈리오뽀 품종으로 만든 와인만 시음한다면 해당 주의 주요 와인을 섭렵한 것과 마찬가지다.
땅을 사랑하고 그래서 땅을 소중히 여기는 생산자들을 만나고 싶다면 VI VI T 와 VINITALY BIO 전시장을 가본다. 그들은 와인생산자라는 말보다는 포도재배 농부라 불리길 원하는 테루아 전달대사들이다.
▲비니탤리 바이오 전시장
테마를 정해 동선을 정하면 와인을 골라 마시면서 이탈리아 와인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관심 있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품종을 정한 후 해당 와인이 생산되는 전시장과 부스를 찾아가는 것으로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네비올로 탐험: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와인(피에몬테 주) → 로에로 와인(피에몬테 주)→발텔리나 수페리오레(롬바르디아 주)
계단식 경작지 와인 탐험: 칭궤테레(리구리아 주)→카레마(피에몬테 주)→이스키아(캄파니아 주)
화산와인 탐험: 에트나 로쏘(시칠리아 주)→베수비오(캄파니아 주)→알리아니코 델 불트레(바실리카타 주)
조류명 품종으로 만든 와인 탐험:페에디 로쏘(적색 발의 새, 캄파니아 주)→감베 디 페르니체(자고새의 발, 피에몬테 주)→코르비나(까마귀, 베네토 주)→파세리나(참새, 마르케 주)
스푸만테 탐험:알타랑가(피에몬테 주)→프로세코(베네토 주)→프란차 코르타(롬바르디아 주)→트렌토(트렌티노 알토아디제 주)
스위트와인 탐험:레초토 델라 발폴리첼라(베네토 주)→비노 산토(트렌티노 주)→피콜릿(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와인을 너무 마셔 혀와 코 신경의 마비에서 오는 피곤함은 Sol & Agrifood 전시장에서 해소한다. Sol & Agrifood는2008년부터 유치했으며 이탈리아 농수산물과 식자재를 보고, 시식할 수 있는 빈이탤리 제2의 매력덩어리다. 와인 전시장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올리브 오일, 치즈, 살라메와 프로슈토, 파스타, 수제맥주, 각종 전통소스 등 이탈리아 주요 식재료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전시장 곳곳에는 이탈리아산 올리브유와 외국산 올리브유를 비교시음할 수 있는 Self Olive Oil Tasting Zone 이 마련돼 있어 자국산 올리브오일의 우수성을 알린다. 소규모의 미팅룸에서는 Cheese Experience, Cooking Show, 올리브 오일 설명회, A Taste of Coffee 의 이벤트가 수시로 열린다. 우리 몸에는 우리 농산물이 최고라는 이탈리아판 신토불이 정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이탈리아 농민들의 공간이다.
▲Sol&Agrifood 전시장에서 수시로 열리는 Cheese Experience는 이탈리아 치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좀 더 호기를 내어 전문인 시음회와 각종 세미나에 참가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대부분 Palaexpo, Centrocongressi 건물에서 열리는데 일부 시음회와 세미나는 동시통역도 지원되니 그것만 골라 신청하면 된다. 올해는 슬로베니아 영사관, Donne de Vino, Masi 와이너리, FISAR, Gambero Rosso, AIS(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ONAV, Slow Food, WSET등 이탈리아와 해외의 유명 와인 교육기관이 주최하는 행사가 풍성했다.
▲마시(Masi)와이너리에서 주최한 아파시멘토 양조법 세미나
Sol & Agrifood의 각종 이벤트와 시음회 및 세미나 일정은 개장일 몇 개월 전부터 빈이탤리 영문 공식 홈페이지([여기])에 접속한 후 Tastings, Conferences 메뉴 참고)에 수시로 업데이트되니 이것을 참고하면 된다. 대부분 예약해야 참가자격이 주어지므로 관심 있는 행사를 정한 후 예약담당자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시음회는 대부분 유료이지만 일부는 무료도 있으니 예약을 서두르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