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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프리미티보와 네그로 아마로가 전부라고?
 
 
이탈리아 풀리아의 재발견 [2]
 
 
 
 
 
글, 사진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무르제MURGE지역
 
루체라 마을에서 와인 잔을 재빠르게 비운 후 <무르제>라고 써있는 표지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A14번 고속도로를 달렸다. 루체라 마을에 “아듀~”하는 순간 광활한 평야가 시작되는데, 도로와 평행하게 펼쳐지는 경치가 비슷해서 주의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을 헤맬 수 있기 때문이다. 무르제 지역은 이탈리아 최대의 밀 곡창 지대이며, 동쪽 저 멀리 아드리아티코해가 있음직한 곳으로 눈을 돌리면 식물들이 무질서하게 키 재기를 하고 있는 곳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곳은 매우 습하고 더운 삼림지라 접근이 힘들어 WWF(세계 자연보호기금)의 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푸른 밀밭 뒤로 가물거리는 올리브 나무들이 보였다. 이 올리브 나무들은 필자가 사는 북쪽에서 보아왔던, 키는 크나 가지가 빈약한 그것들과 매우 달랐다. 키도 낮고, 꽈배기처럼 꼬인 가지들은 푸른 올리브 열매를 빈틈없이 달고 있었다. 열매의 무게로 휘어진 가지들은 곧 부러질 것처럼 보였으나 가까이서 보니 매우 튼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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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가네 산맥을 따라 흐르는 두 개의 강과, 우기에 갑자기 불어난 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강을 제외하고는 풀리아는 물과는 인연이 없는 곳이다. 1년에 600~700mm정도 내리는 비가 전부이기 때문에, 귀중한 비를 한 방울이라도 허비하지 않도록 저장해 놓은 웅덩이(라메lame라고 부른다)가 풀리아 전역에서 목격된다. 이 물은 주로 농업용수로 사용되지만 이 광활한 올리브 나무 밭에는 웅덩이는커녕 스프링쿨러조차 보이지 않았다. 적게 내린 비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와인으로 되돌려 주는 포도나무처럼, 올리브 나무 역시 물 부족이라는 악조건을 맛과 향을 농축시키는 담금질로 삼는 것 같았다.
 
‘산타마리에 델 몬테’라는 표지판을 지나친지 몇 분 되지 않아'네로 디 트로이야(Nero di Troia)’로 추정되는 숲 중앙에 우뚝 서있는 석회암 건물이 보였다. 바로 1240년경 프리드리히2세의 명령으로 지어진'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 성 이다. 팔각형 구조의 이 성은 모서리마다 자기와 모양이 똑같은 축소판 팔각형 탑을 목걸이 처럼 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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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은 프리드리히 2세의 영토확장 야욕의 상징이자, 이슬람 건축양식과 시토회 고딕양식을 혼합해 지은 동서 건축문화의 결합이다. 풀리아의 전략적 요충지에 방어용으로 이 성을 지었다고 하나, 기하학적인 팔각형 구조나 대수법과 천문학을 적용한 건축 방식을 고려하면 우주 관측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프리드리히 2세의 의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의'카스텔 델 몬테’ 성이 내려다 보는 푸른 내리막 길은'카스텔 델 몬테 DOC’ 와인을 생산하는 곳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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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 카를로 체치 와이너리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와이너리 이름과 소유주의 이름이 같은 체치 와이너리는, 쟌 카를로 가문의 조상들이 200여 년 전부터 농사를 지어오던 70여 헥타르 정도의 농토에 세워졌다. 1988년 볼로냐 대학의 농과대를 막 졸업한 쟌 카를로는, 이 포도밭에 화학비료와 퇴비를 일체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유기농 와이너리로 변신시켰다. 2011년에 Demeter(유럽 유기농 인증 마크)를 획득했고 철저히 자연퇴비와 야생효모만 사용하는 것은 물론, 밭에서부터 병입에 이르기까지 유기농 공정을 따르고 유기농 제품만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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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치 와이너리의 주력와인은 네로 디 트로야, 알리아니코, 봄비노 네로의 레드 품종과 팜파누토, 봄비노 비앙코의 화이트 품종으로 만드는 매우 풀리아적인 와인들이다. 참고로 네로 디 트로야만 90%이상 사용해서 만든'카스텔 델 몬테 로쏘 리제르바’와'카스텔 델 몬테 네로 디 트로이아 리제르바”, 봄비노 네로를 90%이상 사용한 “카스텔 델 몬테 봄비노네로” 와인 등은 2011년 빈티지부터 모두 DOCG로 등급이 상향되었는데, 이로서'카스텔 델 몬테’ 지역의 주력와인이 한꺼번에 분홍색의'레드 와인DOCG인증 마크’를 병목에 두르는 경사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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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에서 같은 해에, 그것도 세 종류의 와인이 동시에 등급 상승되는 경우는 이태리에서 흔하지 않다. 필자는 세 와인의 저력과 생산자들의 노력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풀리아의 주도인 바리Bari가 이곳에서 30킬로 정도 반경 내에 있다는 지리적인 요소도 한몫 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또한 프리드리히 황제의 영토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황제의 와인이 최고 등급을 거머쥐는데 시기와 방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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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 카를로는 그의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손님들이라면 꼭 가봐야 할 레스토랑이 있다며 트라토리아(trattoria, 레스토랑보다 한 단계 낮으며, 가격 부담이 적은 대중식당을 가리킴)’ 한곳을 강력히 추천했다. 이른 오후 이 식당에 도착한 필자에게, 제일 먼저 카포콜로와 페젠타 살라메소세지, 까초까발로, 스카모르자, 카네스트라토 치즈모듬 전채요리가 제공되었다. 살라메 소시지는 후추, 향신료, 고춧가루의 강한 맛을 풍겼는데, 이는 더운 날씨 때문에 고기에서 나는 나쁜 냄새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채요리가 나오자 봄비노 비앙코와 팜파누토 와인을 곁들였다. 와인의 과실향과 미네랄향은 살라메의 강한 맛에 전혀 눌리지 않고 오히려 고기맛을 살려주었다. 무청 삶은 것에 엔초비와 마늘을 잘게 다져 넣어 끓인 소스에 오레끼에테 파스타를 비벼먹는 요리에는 약발포성 로제와인을 곁들였는데, 기름기로 느끼했던 입안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바다에 가깝기 때문에 싱싱한 해산물을 사용한 요리도 풍부한데, 홍합에 올리브 오일, 파슬리와 빵가루를 뿌린 후 오븐에 구워 낸 꼬제 아라카나테는 이곳의 자랑이다. 칼다니엘로 요리는 테가메(Tegame)라는 전통 토기 솥에 뭉근히 끓인 양고기 요리로, 네로 디 토로이야 와인의 부드러운 타닌과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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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 데 몬테’에서 그리멀지 않은 곳에 무르제 지역의 또 하나의 주요와인산지가 있는데 바로'조이아 델 콜레Gioia del Colle’ 이다. 이곳은 카스텔 델 몬테가 지척인데도 재배되는 품종이 전혀 다르다. 프리미티보와 네그로 아마로, 말바시아 네라, 몬테풀차노 품종을 블렌딩한 레드 와인과, 트레비아노 토스카나 품종과 토착 화이트 품종을 블렌딩 한 깔끔하고 산도 높은 화이트 와인도 있다. 또한, 토스카나 품종인 알레아티코로 디저트 와인도 만든다.
 
프리미티보 와인은 만두리아에서 생산된 것이 많이 알려져 있으나 이 품종이 처음 재배된 곳은 조이아 델 콜레 마을이다. 프리미티보는 원래 그리스에서 전파된 품종이었고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에 의해 조이아 델 콜레로 전파되었다. 1700년경 필리포라는 수도사가 이 품종을 처음으로 프리미티보라고 불렀는데, 다른 품종에 비해 빨리 익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최근 이 품종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표 품종인 진판델과 동종임이 밝혀졌는데, 그것은1967년 미국의 어떤 교수가 풀리아에 왔다가 우연히 프리미티보를 마신 후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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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풀리아의 재발견 [3]편에서는, 발레디트리아Valle d’Itria 지방으로의 여행이 계속됩니다.
 
 
글쓴이 _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협회AIS 소믈리에,
이탈리아 와인 유학 및 여행 전문 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 근무.
( baeknanyoung@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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