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젊은이다. 니트족, 캥거루족 같은 단어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가정도 꾸리고, 직장도 있고, 자기 사업도 한다. 그것도 30대 중반에! 정말 착실한 젊은이다. 가정에 성실하고, 직장에 충실하며, 사업에 헌신한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수입사 와이넬의 와인 시음회에서다. 먼저 아는 체 해 주는 것은 기분 좋고 반가운 일인데, 그리 당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늘 환한 웃음을 띠는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그 해 가을 대전에서 열린 와인엑스포에서 다시 만났다. 그러다가 필자가 진행하는 와인투웰브의 대전 편을 논의하게 되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업장이 있으니 거기서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평범한 수입사 직원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이 사람, 자기 업장도 소유하고 있고 대전 지역 와인 동호회의 시삽으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비범한 능력과 다방면에 걸친 재능을 순박한 얼굴에 재여 둘 줄 하는 지혜도 가졌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달에 한번씩 교육 모임을 함께 만들었다. 이제는 소개해도 될 만하기에 필을 들었다. 이름은 강철호 라고 한다.
■ 충청도 양반, 호주 유학을 가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하는 일이 많아서 직함도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이 트레비니 라는 와인 공간이니, 그곳의 대표라 부르겠다. 강철호 대표는 연기군 금남면이 고향이다. 워낙 충청도민 성격이 느긋한데, 강 대표도 천생 충청도 양반이다. 모든 게 급하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완주하며 성실하게 일을 해 낸다. 한남대 98학번인데, 제대 후 새로운 경험을 위하여 호주 교환 학생을 신청했다. 이 때 그는 처음으로 서구 사회를 경험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와인을 접했다. 2004년 당시 호주에서 처음 마셨던 와인이 제이콥스 크릭 쉬라즈, 로즈마운트 샤르도네 등이었다. 이 때 "술이라는 것이 소주처럼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아주 우아하고 향기롭고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며 마실 수 있는 술도 있구나!" 라고 술에 대한 개념이 바뀌게 되었단다. 한국의 공대 학부 시절에는 어울리며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술이었다면, 호주 생활에서 배운 것은 식사와 대화를 위해 마시는 술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 와인의 길로 들어서다
전자정보통신을 전공하여 벤처 통신설비 회사에 들어 갔으나, 적성이 잘 맞지 않아 고민도 많았다. 그래서 2006년 다른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서울로 입성했다. 그러던 중, 미리 올라와서 공부하고 있던 형에게서 와인 이야기를 들었다. 강 대표는 한 살 위인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형은 서울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형은 건축공학과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결국 순수 예술을 추구하여 한예종으로 학교를 옮겼다. 아마도 이렇게 끊임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형의 모습에서 강 대표도 인생의 새로운 길을 다시 모색해 볼 용기를 얻었던 듯 하다.
2008년에 강 대표는 형의 권유와 당시 뜨거웠던 매스컴의 와인 열기 영향으로 와인 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이 결정에는 호주 교환 학생 시절의 와인 추억도 크게 한몫 하였을 것이다. 강 대표는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아카데미도 등록했다. 2009년 10월 보르도 와인아카데미 전문가 과정을 마쳤으며, 이어 2011년 6월 연성대학교 와인 소믈리에 과정도 수료하였다.
강 대표는 처음엔 무작정 소믈리에가 되기 위하여 시작했으나, 여러 가지 적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와인을 수입, 유통하는 무역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 그리고 마케팅 분야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소믈리에의 길 보다는 수입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 와이넬에 입사하다
와인 아카데미 교육을 마친 강 대표는 취업 사이트 공고를 통해 몇몇 회사를 알아보던 중 마침 와인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신생 회사를 선택했다. 이미 궤도에 있는 회사에 본인을 맞추기 보다는 신생 회사에서 본인의 능력과 소질을 계발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의 와인 분야 첫 직장은 와이넬이 되었다. 물론 그는 지금까지도 와이넬 소속이다.
처음에는 직원이 혼자였다. 직원이 혼자이다 보니, 외국에 갈 때마다 경영자는 그를 매번 데리고다녔다. 결국 현지에서 발로 뛰며 공급선 브랜드를 이해하고 느꼈던 것이 빠른 와인 습득의 기회였다. 마케팅이란 것이 바로 브랜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홀로 책임과 권리를 누리며 마케팅에서 영업에 이르기까지 호텔, 레스토랑, 숍, 도매 등 모든 거래선을 전천후로 도맡아 관리했다.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었을까! 이 과정을 통해 강 대표의 업무 처리 능력과 대인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했고, 와이넬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와이넬은 직원 수도 많이 늘었고 중견 와인 수입사로 성장하였다.
강 대표의 마케팅 노선은 무엇일까? 그는 와인의 소울soul’을 강조했다. 와인이 가지고 있는 느낌과 감성을 살리고 스토리와 가치를 파는 것, 그것이 강 대표가 발견한 마케팅 전략이자 영업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비비 그라츠 Bibi Graetz 라는 브랜드의 경우, 오너의 미술적 감성이 레이블을 통해 표현되는 예술 경영을 강조하는 식이다. 파네제 Farnese 와인은 최고 경영자 발렌티노 쇼티 Valentino Sciotti 의 열정과 스포츠 대회 후원을 통한 도전 정신을 홍보한다.
강 대표는 와이넬에서 수습사원부터 대리, 과장을 거쳐 지금은 대전에 내려와 와이넬 대전충청사업부 본부장 직을 맡고 있으며, 와이넬의 대전, 충청, 호남, 제주의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단다. 충청과 호남이라면 와인 팔기 어렵기로 잘 알려진 지역인데, 이 충청도 양반, 대단하다.
■ 대전 트레비니를 오픈하다
서울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승승장구하던 강 대표는 2014년 가을 불현듯 대전으로 귀향했다.트레비니는 강 대표가 고향에서 와인의 뜻을 펼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이 공간을 만든 이유는, 예술가인 형을 두었고 주변에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러한 사람들과 와인을 즐기며 문화 예술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트레비니는 이탈리아어로 셋을 뜻하는 TRE와 와인을 뜻하는 VINI의 합성어이다.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와인이란 뜻의 트레비니에는 와인을 통해 만남이 이루어지고 사람들과 소통 하고 이로써 기쁨을 얻는다는 강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트레비니는 기본적으로 와인숍이다. 하지만 단순히 와인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문화 공연 예술과 접목시켜 와인 이면에 존재하는 만남, 소통, 기쁨도 함께 판매한다. 트레비니는 와인문화복합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필자가 처음 트레비니를 방문했을 때의 놀라움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15평 정도의 아늑한 공간이 좌우로 나뉘어 있는데, 왼편의 3분의 2는 주방과 테이블이, 오른편의 3분의 1은 와인이 진열되어 있는 셀러가 차지한다. 셀러 전면이 유리문으로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고, 따뜻한 목재와 샤프한 철재 소재의 특성을 살려 사물함과 와인 선반을 만들었다. 나무 상자를 활용하여 셀러를 산뜻하게 정리했고, 와인 선반은 15병씩 들어가게끔 15도의 최적 경사각으로 만들었다.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중앙과 왼편의 주방 인테리어에는 지난 1년 반에 걸친 강 대표의 애정과 손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러면서 번잡하지 않고 독특한 간결함도 묻어난다. 오픈 주방 공간에서 와인 교육과 소비에 필요한 음식을 바로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중앙에는 4~5개의 테이블을 놓을 수 있어 단체 모임을 진행하기에 최적이다. 빔 프로젝션 설비도 갖추고 있어 교육을 진행하기에도 좋다. 필자 역시 교육 브랜드 와인투웰브의 대전 편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 와인문화 복합공간 트레비니의 현재와 미래
엄청나게 다양한 와인의 종류는 와인을 접하는 사람에게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여러 가지 세금이 붙어 현지보다 2~3배 이상 와인 가격이 비싸지는 우리나라에서, 와인을 쉽게 선택해서 즐기기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트와 경쟁하여 저렴하게만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트레비니의 마케팅 포인트는 가격을 싸게 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통해 와인에 ‘소울 Soul 을 부여하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강 대표가 진행하는 행사는 와인과 재즈 공연과의 만남이다. 공연 타이틀은 "All That Jazz"! 매월 3째주 금요일에는 트레비니 라는 공간에서 재즈 공연을 들으며 새로 입고된 와인을 세 가지 소개받는다. 그 와인을 즐기며,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의 공연을 듣고 와인과 이야기를 한다. 와인을 맛있는 음식에 곁들여 즐기는 것을 음식과의 마리아주 라고 하는데, 이 날만큼은 와인과 음악과의 마리아주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또한 각종 미식 행사와 촬영 등의 이벤트를 유치하기도 한다. MBC나 충청 지역 방송국 둥에서 음식 방송을 할 때 촬영 장소로도 애용되며 가끔 연예인들도 찾아온다고. 이 와중에 셰프들로부터 요리법을 전수받아 그의 요리 실력도 수준급이다. 인터뷰 때 내놓은 음식은 모두 그가 30분 만에 뚝딱 만든 것이다.
위치도 유별나다. 대전 중심가에서는 북서편으로 떨어진 유성 지역에 있으며 오랜 전통의 유성 시장통에 있다. 철물점, 어물점, 실비식당 등이 가득 차있는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생뚱맞게 갑자기 TV에서 본듯한 유럽풍의 와인 카페가 나온다.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 핀 연꽃처럼 와인의 대중화, 문화 예술과의 융합 정책 등등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변혁을 추구하는 강 대표의 꿈과 모험이 멋진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 이제는 "와인시대”
와인 산업에 종사하다 보면, 와인을 하나의 영업 아이템으로만 보게 되고 다소 딱딱해 지는 정서적 손실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강 대표는 와인 애호가로서의 모임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해 왔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부터 와인과 사람들이란 동호회를 통해 미식과 문화를 즐기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했다. 2014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대전에 내려와서 기존 와인 동호회에 가입하고 활동 하려다 보니, 와인 업계에서 일한다는 이유에서 그의 입지가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강 대표는 직접 동호회를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인터넷보다는 모바일 어플을 선택해 동호회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전자통신을 전공한 IT맨 출신답다. 그 때 알게 된 어플이 바로 소모임인데, 현재 소모임 어플 중 대전 최대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 모임이 되었다.
동호회의 이름은 ‘와인시대’. 와인은 아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는 모토 아래 문화 예술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와인을 나누며 즐긴다. 대전의 기존 모임들은 다소 특권화 되어있고 약간은 올드한 패션이었다. 좋은 와인 중심으로만 마시고 새로운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와인시대는 매월 특별한 문화 활동을 통해 같이 와인과 즐기자 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기에, 동호회 사람들과 재즈 공연, 미술 작품 감상, 쿠킹 클래스, 와인 교육을 공유하며 한걸음 한걸음씩 "충청의 와인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와인시대는 소모임 어플을 사용하는 대전, 세종, 충청 지역의 회원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소모임 어플의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연령에 제한이 있지만, 와인시대는 초대를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주요 연령대는 28~45세 사이, 구성원 모두가 문화 예술 애호가이다.
좋은 와인을 좋은 음식과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 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동호회 활동을 통하여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멋진 대전, 세종, 충청인을 많이 양성하고 있고, 한국 와인 산업 발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와인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유쾌한 와인 문화! 와인시대의 번창을 기원해 본다.
■ 강철호 대표의 와인관
해마다 바뀌는 빈티지, 그리고 아직도 마셔 보지 못한 다양한 와인들, 코르코 마개를 열기 전의 설레임, 오묘한 향과 맛의 복합미 등은 강 대표가 말하는 와인의 마력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와인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는 좋은 와인은 타이밍 이라고 답한다. 지금 이 상황에 맞는, 이 음식과 맞는 또는 지금 내 기분과 가장 잘 맞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대한 와인은? 그는 위대한 와인은 천지인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하늘, 땅, 사람의 삼박자가 어우러져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해의 작황을 결정짓는 것은 하늘이요, 타고난 본성은 땅이요,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 마지막 화룡정점을 찍는 것은 인간이다. 레이블이나 와인 병에서부터 코르코 마개까지, 어떤 것을 사용할 지 인간이 정한다
강 대표는 와인의 레이블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와인이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노력과 특성을 바로 그 레이블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컨데, 비비 그라츠의 테스타마타와 같은 최고급 와인은 해가 좋지 않을 때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기지를 부렸다. 그릴리 델 테스타마타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릴리 Grilli는 메뚜기라는 의미인데, 토스카나 사람들은 묘안이 떠올랐을 때 "머리 안에 메뚜기가 있다"고 비유한단다. 기후 조건이 좋지 않던 2002년에 테스타마타의 질을 높이기 위해 비비 그라츠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든 와인이 바로 그릴리 델 테스타마타였고, 그 이야기는 레이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 대표 인생에 있어 최고의 와인은 무엇일까? "2013년 빈이탈리 방문 당시 베네토 지역 최고의 생산자 알레그리니의 저녁 만찬 행사에 초대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만찬은 제 인생의 최고의 만찬으로 남을 것입니다. 오너의 연설로 시작해 이탈리아 요리사가 직접 요리를 하고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을 들으며, 요리사가 직접 덜어주는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마셨죠. 그 중 최고의 와인은 단연 2000 빈티지 오르넬라야 였습니다. 입안을 꽉 채우는 바디감, 폭발할 것 같은 과실향, 산지오베제에서 주는 이태리적 느낌과 보로도 스타일의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의 절묘한 조화가 일품이었어요. 이 와인의 부케는 다음날 아침이 될 때까지 은은하게 남아 있었는데, 바로 그것이 제 인생 최고의 와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 강철호 대표의 비전, 금강에 살어리랏다!
1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룩한 강 대표는, 와인 이력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억에 남는 인물로 와이넬의 김원오 대표를 꼽았다. 김원오 대표는 신출내기 강 대표를 믿고 발탁하여 많은 기회를 주었다. 매년 해외 출장과 강 대표가 하고자 하는 영업 전략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지금도 대전, 충청이남 지역 와인 발전 사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단다.
강 대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성과라면, 와이넬만의 독특한 자사 와인 시음회이다. 문화 예술을 와인 분야에 접목한 아트 인 더 글라스가 그것인데, 강 대표의 제안에서 시작하여 올해로 3회를 맞았다. 제 1회 아트 인 더 글라스에서 와이넬과 협업하여 작품을 선보인 강혁 작가는 강 대표의 친형이다.
강 대표는 예술과 와인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 남양주 북한강이 흐르는 곳에 있는'왈츠와 닥터만’ 이라는 커피 테마의 문화공간을 동경하여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유성의 트레비니 복합공간이 성공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그의 고향인 세종시 연기군의 아름다운 금강 가에 트레비니 라는 이름을 걸고 와인박물관을 겸비한 예술문화 복합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유성 시장에서 출발했지만, 미래는 금강에 살어리랏다!
< 강철호 대표와 함께 한 와인 >
▲CAVA, Gran Cuvee, Roger Goulart
까바, 로저 굴라트, 그랑 뀌베
외관도 맛도 영락없는 샹파뉴다. 샹파뉴 방식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가격대를 구현하면서도 품질과 개성이 충만한 까바, 로저 굴라트. 토착 품종인 Xarel.lo, Macabeo, Parellada 삼총사에 약간의 샤르도네를 블렌딩해서 만들었다. 싸렐로 품종을 많이 사용한 것이 이례적인데, 이름처럼 쌉싸래한 개성이 폭발적이다. 여기에 샤르도네가 주는 안정감과 클래식한 스파클링의 풍미가 편안함을 준다. 그란 레세르바 급인데, 최소 24개월만 숙성시키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무려 48개월을 효모의 잔해 위에서 숙성시켰다. 이 구수함과 이 오묘함은 거의 빈티지 샹파뉴급이다. 만화 신의 물방울 29권에 등장했고, 일본 TV 쇼프로그램에서 동 페리뇽 로제와 로저 굴라트 로제를 비교 시음한 결과 5인의 패널 중 3인이 로저 굴라트의 손을 들어 주었단다. 그러고 보니 레이블도 좀 비슷하다.
섬세하고 치밀한 거품, 갓 구운 빵과 효모, 견과류의 우아하고 향기로운 향과 깊은 감칠맛을 가지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깔끔한 피니쉬의 Extra-Brut 스타일로 4 gr/L 정도의 잔당을 가지고 있다. 강 대표가 직접 만든 카프레제 샐러드와 구운 빵, 베제카 오일과 잘 어울렸다.
▲Soffocone di Vincigliata, Toscana IGT, Bibi Graetz
소포꼬네 디 빈칠리아타, 로쏘 토스카노, 비비 그라츠
전형적인 끼안티 블렌딩을 통하여 표출된 육감적인 와인이다. 예술가 집안의 캔버스와 붓 사이에서 자란 비비 그라츠는 피렌체에 위치한 미술 학원에서 예술을 전공하였고, 유망한 젊은 아티스트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와인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고 와인 전문 서적을 열광적으로 학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태리의 유능한 와인 양조가 알베르토 안토니니 Alberto Antonini 와의 4년간의 합작으로 2000년에 들어서 첫 번째 포도 수확을 마치고 테스타마타 Testamatta 를 출시하면서 혜성같이 등장한 화제의 와인 생산자로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비비 그라츠는 그 동안 산지오베제에 가려 별로 주목 받지 못했던 끼안티의 블렌딩용 토착 품종인 카나이오로, 콜로리노 품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독자적인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와인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표현한 감각적인 레이블이 더해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소포코네 디 빈칠리아타’ 와인은 미국과 인도에서 수입이 금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와인 레이블에 성적인 이미지를 넣을 수 없다는 미국 법규와 식탁 위에 여성의 나체가 그려진 레이블 와인이 올라갈 수 없다고 인도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비비 그라츠가 직접 옷을 그려 입힌 레이블로 교체한 후에야 판매가 가능했다고 한다. 관능적이고 에로틱한 사랑을 표현한 소포코네 레이블 디자인은 비비 그라츠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인데, 몇몇 국가에서는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소포코네 와인은 전형적인 끼안티 품종 조합을 존중한 와인으로 산지오베제 90%에 꼴로리노 7%, 까나이올로 3%가 블렌딩 되었다. 선명한 다크 루비 컬러를 띠고 체리와 자두, 담뱃잎, 감초, 가죽 등 복합적인 아로마와 벨벳과 같은 부드러운 질감이 긴 여운으로 남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강 대표가 준비한 스페인 초리쏘와 살치촌, 토마토와 하드 치즈와 최적의 궁합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