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중복, 말복으로 이어지는 한 여름이 되면 뭘 먹어야 할 지 고민이다. 무더위가 위세를 떨치는 때라면 텁텁한 레드 와인보다는 상쾌한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다. 이런 화이트 와인과 아주 좋은 궁합을 이루는 치즈를 소개해 본다.
퐁 레베크(Pont-L’evêque)은 현재 노르망디에서 생산되는 가장 오래된 치즈이며 대표적인 외피 세척 치즈 중 하나다. 이 치즈의 유래를 12세기 퐁 레베크 마을에서 사는 수도승이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데, 당시 문서에 ‘좋은 식사는 언제나 당그롯(d’angelot) 디저트로 끝났다’ 라는 글에서 ‘당그롯(d’angelot)’이란 퐁 ?뭔ㅐ?옛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17세기에 와서 이 치즈를 만드는 마을 이름으로 바뀐 후 프랑스 전역으로 퍼졌고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1976년에 AOC 선정을 받았다.
3 l의 우유로 보통 350~400g의 퐁 레벡 치즈를 만든다. 겉을 세척한 후 껍질은 촉촉하고 황토색을 가진다. 치즈의 속은 크림색의 매우 부드러운 텍스춰를 갖는다. 신선할 때에는 약간 쿰쿰한 향이 나지만 맛을 보면 짭짤하면서도 마일드한 편이다.
중간 정도의 바디와 약하지만 허브의 풍미도 느낄 수 있다. 어느 정도 치즈가 숙성되면 껍질이 좀 끈적해지고 호박색으로 변한다. 45%의 지방을 가지며 작은 사이즈에서 큰 사이즈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사각형의 치즈로 일년 내내 무난하지만 특히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가장 맛있다. 크래커와 함께 까나페로 만들거나 과일 드레싱 샐러드에 넣어도 좋다.
와인과의 조화
퐁 레베크 치즈는 향에 비해 맛은 매우 마일드하기 때문에 타닌이 강하거나 풀 바디의 레드 와인 혹은 진한 스위트 와인과는 최고의 궁합을 이루기 힘들다. 반대로 화이트 와인과는 잘 어울리는데, Viognier(비오니에)로 만드는 론의 Condrieu(꽁드리외)를 꼽아봤다.
론을 대표하는 와이너리인 E. Guigal의 Condrieu 1997 은 낮은 산도와 신선한 과일의 맛을 가지고 있어 치즈의 맛을 압도하지 않으며 잘 어우러진다. 또한 입 안에서 매끄러운 감촉은 부드러운 치즈의 느낌과 잘 통한다.
다음 와인은 바다를 건너 호주로 가보자. 남 호주의 Eden Valley(에덴 벨리)는 Riesling(리슬링)이 유명한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Henschkey(헨쉬키)의 Julius Riesling(줄리우스 리슬링) 2004 를 매칭해본다.
레몬과 라임의 향이 은은하고 드라이해서 치즈가 가진 허브의 맛과도 잘 어울린다. 이 와인은 치즈 자체보다는 샐러드 같은 요리와 더 잘 어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