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이 되면 상큼하고 신선한 봄나물이 생각나는 것처럼 치즈도 계절을 탄다. 봄이 되면 무거운 겨울 옷을 벗어 던지고 싶은 것처럼 치즈도 크리미한 것 보다 가벼운 것을 찾게 되는데, 요즘 같은 봄철에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치즈가 염소 치즈이다.
가장 유명한 염소 치즈라면 이미 소개한 바 있는 크로땡 사비뇰(Crottin de Chavignol)이 있고 이번에 소개할 샤비슈 뒤 뽀아또(Chabichou du Poitou) 또한 빠질 수 없는 염소 치즈 중 하나이다.
르와르 밸리 남부의 뽀아또는 프랑스에서 염소 치즈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아주 중요한 지역이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샤비슈 뒤 뽀아또 치즈는 1990년에 AOC 치즈로 선정되어 규제를 받고 있다. 원통형의 드럼 모양을 가진 이 치즈는 지름 6cm, 높이 6cm의 아담한 크기를 자랑한다.
크로땡 사비뇰 처럼 우툴두툴한 표면을 가진 이 치즈는 숙성될수록 흰색의 껍질이 노랗게 변하거나 푸른 곰팡이의 영향으로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매우 부드러운 속도 딱딱해지고 잘 부서지게 된다.
샤비슈 치즈는 순하고 조금 달콤한 맛을 가지는데, 약한 소금기와 신 맛도 함께 가졌다. 또한 염소 치즈 특유의 아로마가 피니시에 잘 살아있고 매우 부드러운 텍스춰와 함께 입 안에서 가벼운 느낌을 갖게 해준다.
3주 정도 된 신선한 상태의 샤비슈 치즈를 주로 먹지만 숙성된 맛을 즐기려면 서늘하고 습한 셀러에서 4주 정도 숙성 시키면 된다. 그리고 이 치즈는 봄부터 여름까지 먹기 좋으며 요리에 이용하기 보다는 다른 치즈들과 함께 치즈 플레이트(Chasse Plate)로 구성하는 것이 적당하다.
염소 치즈는 소젖으로 만든 치즈 보다 식사 끝 디저트 전 혹은 디저트로 먹으면 포만감이 덜해서 좋다.
와인과의 조화
르와르 밸리에서 생산되는 샤비슈 치즈와 르와르 와인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데, 특히 상세르(Sancerre), 쀠이 휘메(Pouilly Fumé)의 화이트 와인은 가장 좋은 선택이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파스칼 졸리베(Pascal Jolivet)의 Sancerre Blanc을 골랐다. 르와르 와인으로는 거의 모든 프랑스 미슐랭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난 와인이다.
상큼한 산도와 드라이한 와인의 맛이 치즈의 신 맛과 잘 어울려 입 안에서 신선하고 자연을 느끼게 해준다. 피니시에서도 약한 듯한 와인의 맛을 보강해 달콤한 기운을 남겨준다.
레드 와인으로 Ch. De La Grille Chinon 1998을 골랐다.
카베르네 프랑 100%로 만드는 와인이며 보르도 스타일의 우아한 타입이다.
미네랄과 잘 익은 검은 과일들의 복합적인 느낌을 가진 와인이기 때문에 치즈는 신선한 상태보다는 약간 숙성 시킨 상태에서 매칭하면 좋다. 달콤하고 특유의 염소 치즈 아로마가 와인의 복합적인 부케와 잘 어우러지고 입에도 착 붙는다.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소펙사(SOPEXA) 치즈 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