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식사 코스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와인? 아니다. 바로 치즈이다. 빵과 몇 가지 햄이 전부인 간단한 점심식사에도 치즈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
부르고뉴 여행 중에 곤혹스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즐거웠던 것은 바로 치즈였다. 식당에 갔을 때나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항상 양에 넘치는 식사 후 디저트 전에 나오는 치즈는 그야말로 ‘그림의 치즈’였다. 국내에선 볼 수 없는 치즈들을 맛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지만 터질 것 같은 배를 생각하면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치즈로는 에프와스 (Epoisses) 와 아베이 드 시토 (Abbaye de Cîteaux) 치즈를 꼽을 수 있다. 아베이 드 시토 치즈는 보통 시토 치즈라고 부르는데, 900년 전 쌩 니콜라 레 시토(Saint-Nicolas-lés-Cîteaux)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처음 만들어져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본격적인 생산은 1925년부터 지금 형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시토 치즈는 지름 18cm의 외피 세척 치즈로 세미-하드(Semi-hard) 타입이다. ‘치즈의 왕’이라는 에프와스의 사촌쯤 되어 보이지만 맛은 훨씬 더 마일드하고 먹기 편하다. 그리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은 매우 기분 좋고 매끄러운 느낌까지 갖게 한다. 시토 치즈는 소젖으로 만들고 지방은 약 45%를 함유하며 계절에 관계없이 1년 내내 즐겨 먹는다.
와인과의 조화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시토 치즈는 교과서대로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린다. 특히 보졸레 와인이나 부르고뉴 와인 중 발랄하고 과일의 풍미가 가득한 와인들이 잘 맞는다.
첫 번째 레드 와인으로 Emmanuel Rouget 의 Bourgogne Passe-Tout-Grains 1999 를 골랐다. 부르고뉴에서 보졸레를 제외하면 레드 품종으론 거의 피노 누아를 재배하지만, Bourgogne Passe-Tout-Grains 에서는 가메를 재배하고 피노 누아와 블랜딩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 와인들은 대체적으로 아로마가 풍부하고 신선하며 타닌이 과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Emmanuel Rouget 의 Bourgogne Passe-Tout-Grains 도 꽃이나 향긋한 과일향이 느껴져 매우 사랑스럽다. 타닌의 세고 강한 맛이 없어 마일드한 시토 치즈와는 금상첨화를 이룬다.
두 번째도 레드 와인을 골랐는데, Domaine Roulot 의 Monthélie 2001 이다. Côte de Beaune 의 Pommard, Volney 와 함께 중요한 레드 와인 아뻴라시옹 중 하나인 Monthélie 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차분하고 우아한 느낌이 있어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시토 치즈와 잘 어울린다. 입 안에서 매끄럽고 목 넘김 또한 편안해서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선사한다.